고무장갑
나에게
고무장갑은 때때로 붉은 용기
심드렁한 허드렛일 앞에서도
중차대한 김장 앞에서도
혹시라도 머뭇거리는 마음 단박에 날려
등짝 확 밀어주며 손 담그고 발 담그게
끌어들이는 부엌 장착 필수 아이템!
나에게 고무장갑은 때때로 붉은 지킴이 사랑
냄비 바닥 미끈한 기름때와
다섯 가족의 어마한 비눗방울로부터
오롯한 손가락 지켜내는 보디가드 사랑
직장에서, 거리에서, 학교에서도……
겸손하게 은근히 있다가 팡 부풀어
붉은 용기 채워주는 그것이 있다면
한번쯤
오늘의 주저하는 마음 살짝 모르는 체
직진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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