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

내 안의 나무

by 도시락 한방현숙

봄에는 목련, 벚나무가

여름에는 배롱나무가

가을에는 호랑가시나무가


내 안에 꽃으로 들어와


오히려 비애를

뜻밖의 가벼움을

아찔한 향취로 흔들어대더니


11월은 모과가 주렁주렁 열었다.


여기저기 크거나 작게

이쪽저쪽 노랗거나 더 노랗게


내 안에 평형과 중심을 헤아리며 매달렸다.


열매로 뻗어 오른 가지는 무수히 흔들리나

地心을 향한 줄기와 뿌리는 흔들리지 않아


겨울 후포항의 팽나무 같진 않아도

내 안에 나무 한 그루 겨우 심어내었다.


그래 내년에도 봄을 맞이할 수 있겠다.


지난 겨울 후포항 등기산 팽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