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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25. 2016

하루 종일 비 오는 날

체육이 날아가요.

오늘 시간표엔 체육이 무려 3시간!

전국체전 출장 간 체육샘이 내려 주신

축복의 왕창 체육하는 날!


룰루 랄라~

영어도, 수학도 일단은 미루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그 날!


소풍가는 날처럼 설레며 맞이했는데,

으웅~~

야속하게 비가내린단다, 하루 종일


으웅~~

나도 비 오는 거 좋아한다.

농부님들 반기는고마운 비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하지만

이럴 수는 없다.


비님! 제발 멈추시면 안 되나요?

아님 내일 오시면 안 되나요?

으웅~~오늘만 빼고요.


넓디 넓은 운동장이 촉촉하다.

바글 바글 교실안이 칙칙하다.


달리고픈 체육이 저기 날아간다.

말리고픈 비님이 계속 쏟아진다.


 비오는 날 학교의 교실은 매우 위험하다. ㅎㅎ 깨지고, 다치고, 싸우고, 깨트리고...주체할 수 없는 막강한 에너지를 가진 이들은 운동장으로 나갈 수 없다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엄청난 용트림을 하며 교실안에서 온갖 에너지를 발산한다.

 우리학교는 남중이다. 인천에서 최소한 90년대 이전에 지어진 학교란 뜻이다. 역사와 전통이 50년을 넘어 건물에서조차  그 고고함을 외면할  수 없는 우리 학교는 아쉽게도 강당(체육관)이 아직 없다.

  따라서 넓디 넓은 운동장을 가진 축복의 남중이기도하다. 무려 몇 백명의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넉넉하고, 학교의 자랑 야구부 학생들이 맘놓고 운동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45분 수업에 10분 쉬는 학교 시간표에 대부분 아이들은 알토란같은 10분을 거의 운동장에서 보낸다. 물론 땀을 뻘뻘흘리고, 헐떡거리며 아슬아슬 다음 수업 시간에 슬라이딩하며 착석하는 모습을 하루종일 반복하면서...

 그 후에 수업에 집중하는지, 45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지, 아니면 졸음으로 엄청난 피로를 이겨내는지, 수업시간 내내 갈증과 달아오른 얼굴 해결하느라 애를 쓰는지 ...궁금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늘 확인할 수 있는 얼굴들이니깐 말이다.

 체육이 가장 신나고 재미있는 우리반 말띠 소년들에게 일단은 좋은 일이 생겼다. 전국체전 검도부 예선 출전으로 체육선생님이 며칠 간 출장을 가는 바람에 왕창 체육하는 날이 온 것이다. 체육도 좋지만 그 어려운 수학과 골치아픈 영어를 미룰 수 있다니... 아무튼 일단 즐기고 싶은 마음이 얼굴에 가득한 아이들에게 굳이 때 맞춰 조삼모사 한자성어를 가르치는 국어샘은 되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비가 오다니...그것도 하루 종일!

 아이들 마음이 귀엽고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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