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침몰할 수 없다.
‘나쁜 나라’ (2015.12.03.개봉)를 볼 때도, ‘다이빙 벨’(2015.04.16.개봉)을 볼 때도 지금과 같은 마음이었다. 분노를 넘어 자괴감-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이 가득 밀려오는 느낌이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나는 어디에 있었으며, 몸부림치며 진실을 외치는 사람들과 그들을 해하려는 사람들 속에서 나의 목소리는 진실에 힘을 보태며 크게 울려 행동하였는가!
2016년 2월 19일 계양여성회관에서 ‘나쁜 나라’를 보았을 때 두터운 겨울외투 소매 깃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통곡을 했다. 억울하고 분해서 내 딸을 잃어버린 듯 절절한 마음으로 영화 제목이 왜 ‘나쁜 나라’일 수밖에 없는지 뼈저리게 느끼며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그 후 ‘다이빙 벨’을 보았을 때는 권력과 언론의 추악함과 은폐, 두려움, 의혹, 의문 덩어리 단어들을 가슴에 곱씹으며 우리가 얼마나 큰 실수를 하고 있는지 역시 자괴감을 느꼈었다.
“ 뉴스는 진실을 외면했고, 정부는 생명을 외면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선택의 결과에 대한 크나 큰 책임을 졌다. 한 겨울 내내 추위에 떨며 촛불을 들어 시민의 임무를 완수했는데, 누구누구는 어떤 책임을 지었는가?
MBC, 최승호 PD 사장, 배신 남매 등의 검색어가 연일 상단에 오르는 요즘 오늘 본 ‘공범자들’(2017.08.17.개봉)은 아직까지 나를 잠 못 들게 할 정도로 기막히다. 10년 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비정상적 국가였으며, 그것을 숨기기 위해 또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탄압과 은폐가 되풀이되었는지, 그래서 결국 나라가 국정농단이라는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끄덕이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 무수한 뻔뻔한 실존 인물들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아니 책임질 생각조차, 잘못했다는 인정조차 하지 않는 “ 왜 그걸 나한테 물어?” 라는 그 무수한 잘난 이들을 우리는 어찌 다루어야하는가?
손석희 앵커가 인용했다고 한다. “ 책임질 생각이 없다면, 책임질 일을 맡지도 마라”
“언론이 말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말의 진실성을 우리 모두 2016년에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뉴스를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 비정상적 행태를 이제는 정말 끊어버려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공범자일까? 무지했던 나도 공범자가 아닐까?”
라는 어느 리뷰를 보고 쿵 가슴이 떨렸다.
내가 지켜 보고만 있을 때 손을 들어, 목소리를 돋우며, 그들 앞에서 용기내 들이대고, 수난과 고통을 감수하며, 옳음을 지켜낸 많은 이들에게 이제는 절대 외롭지 않게 하겠다고, 함께 하겠다고 응원과 지지의 약속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