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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29. 2016

15.서늘한 서른 세 살-오빠 이야기

1995년 스물 아홉 살 때

오빠 가고 4년 뒤

오빠 따라 나도 서른 세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너무 어린 나이였다.


언제나 나보다 4살 어른이었던

그래서 언제나 어른일 것 같았던

어쩌면 너무 어린 서른하고도 세 살


부서지는 햇빛 속의 얼굴은

언제나 아리었다.

거치른 살결 위의 눈동자는

언제나 흔들리었다.


철로 끄트머리 점점  모아져 나타난

오빠는 오늘도 어디를 가려한다.


생전에 즐겨 입던 양복 차려입고

길쭉길쭉 팔다리 움직이며

유난히 길었던 목을 한껏 젖히고

나를 한번 보고는 손까지 흔들며

꼭 그렇게 어디를 가려한다.


어디선가 김광석 노래 소리가 들린다.

그 노래 자주 들리던 때,

나를 홀로 외동으로  남게 하

그렇게 가버린,


평생 치우지 못 할 돌 한 덩어리

내 가슴에 얹어 놓고

스무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철로 끄트머리 언저리에서 사라지려 한다.


어서 가야한다.

햇빛 속으로,

철로 끝으로,

훠이훠이 발걸음 움직이며

만나러 가야 한다.

붙잡으러 가야한다.


그러나

나도 스무 해 동안

이쪽 편에 붙박이로 서 있을 뿐이다.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스무해 동안 부르고 듣고 있다.  내가 그 당시에도 좋아하던 가수와 동연배인 우리 오빠는 또 그렇게 비슷한 때 동시에 가버렸다.

 그 해 끄트머리 추운 겨울을 오빠의 죽음으로 죽을 것 같던 나는 그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내가 가장 좋아하던 가수의 죽음을 들어야했다.

 1995년 12월, 1996년  1월...

 그리고 정말 스무해가 지났다. 갈수록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그 가수는 영원한 가객이 되어 곳곳에서 우리를 멈추게 하고 있다.

 그 노랫소리 전국으로 울려퍼지고, 시시때때로 들릴 때 마다 나는 내 맘대로의 위로와 눈물을 흘리며 언제나 나의 오빠를 그리워했다.

  내 가슴 돌덩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나를 정말 예뻐해주고, 사랑해 주던 나의 유일한 오빠!

 오늘도 '썼다. 지운다. 널(오빠를) 사랑해'.

https://youtu.be/jlxemcnCi0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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