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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Jan 31. 2017

2016 아듀! 내 생애 딱 한 번뿐일 '병신년'

'빈교실 트라우마-세월호'와 함께 (사진은 이응노 화백작품 )

내 생애 한 번 뿐일 병신 같은 '병신년'

겨울은 깊어가고 새 날은, 2017년은 다시 밝았다. 내 생애 단 한 번뿐일 병신년은 정말 병신같이 지나가고, 정유년이 시작되었다. 어둡고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오늘 설날을 보낸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 둘이 아니리라.

'빈교실 트라우마'

 교사인 나는 곧 개학을 할 것이고,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모일 것이다. 우리학교 2층 교무실에서 계단을 밟고, 2학년 아이들이 있는 4층 복도로 난 매일처럼 오르내릴 것이다. 그러면 곧 나의 ‘트라우마’도 다시 시작되리라.

 4층에 도착하여 수업을 하러 교실로 이동할 때면 으레 앞 선 한두 반은 이동수업 중이다.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체육 수업을 하러 운동장에 나가 있거나, 미술실, 또는 교과 교실제 수업으로 교실이 비어 있는 반이 꼭 있다.

 창문 한두 개는 열려 있기도 하고, 책상 위에는 헝클어지거나 또는 단정히 개켜 놓은 소지품들로 가득하고, 어떨 때는 얼마나 급했는지, 선풍기가 혼자 돌아가거나 복도 유리창이 아주 넓게 열려 있기도 하다.

 흔하디흔한 그 광경을 보며 복도를 지나치려면 지난 2년 동안 언제나 짐없이 치뤄야하는 것이 있다. 숨이 막 멎으며,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름돋는 끔찍한 그림을 떠올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곧 다음 반 문을 열고 들어가 아무일 없듯이 수업을 시작하거나 좀 전의 생각을 금방 지워버리기도 하지만 여태껏 한 번도 그런 생각을 거른 적은 없다.

'이렇게 한 반 아이들이 통째로 사라졌겠구나.' '이렇게 사라진 반이 10반이나 되다니‥‥‥.
'멀쩡히 살아있어야 될 아이들이 이렇게 빈 교실만 남기고 어디로 간 것일까? '
'꿈일까?'

 그리고는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하나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줄은 생각 못 했다, 단지 아이들만 사라진 채로‥‥‥.

 

2014년 6월 17일의 글이다.

 그 날 이후 두 번째 16일이 지났다.
살아 온전히 오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기다리는 가족 품에 안기기가 이렇게도 어려울까?
돌풍이 불고, 우박이 떨어질 때,
세상이 미쳤는데 하늘이라고 안 망가지겠느냐 싶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2달전  간절한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정성이 부족했을까? 사고가 나고 2달이 지났는데도 참담함이 하늘을 찔렀다.

 6월인데도 하늘에서 갑자기 우박이 떨어지고, 돌풍이 불고 하늘 또한  미친 듯이 날뛴 때였다.


 2016년 2월 19일의 메모 글이다.

 왜 제목이 '나쁜 나라'일수 밖에 없는지를, 이 제목 이외에는 어떤 제목도 붙일 수 없는지를 영화를 반드시 보고 알아야한다.
 새끼 떼어낸 어미소에게도 그 슬픔을 함께 하며, 왜라는 이유 필요없이 기다리고 슬픔을 감싸준다는데, 자식 잃은 엄마, 아빠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또 이것이 끝이 아니고, 절대 남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 나의 일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소름 돋듯이 잊지 말아야한다.
    '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최소한  사람이다.'

‘나쁜 나라’ 영화를 관람한 날이었는데, 이 날은 특별히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부모님을 모시고 아픔과 슬픔을 함께 했다. 뙤약볕 아래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대통령님을 목 놓아 부르는 자식 잃은 부모님들! 그들에게 1초의 눈길도 주지 않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던 대통령의 모습. 푸른 눈의 이방인 교황에게 위로를 받던 그 날의 기억. 자식 잃은 어미, 아비의 마음을 보듬어 주지는 못 할망정, 그 슬픔을 가눌 겨를도 없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만든 것이 우리나라의 민낯이었다. 그리고는 누군가는 그 옆에서 피자 냄새를 일부러 풍기며 모욕하고 야유하고 돌을 던졌다.


우리는 그 날 약속했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아이들에게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근데 이제는 너무 마음이 아프니, 시간이 흘렀으니, 우리도 살아야겠으니 이제 그만 잊혀져달라고... 그렇게 말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괴로워도, 너무 아파서 보기 힘들어도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끝까지 잊지 말아야한다. 그래야 진실이 밝혀지고, 잘못을 사죄하고, 다시는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 있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아직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네요.
허드슨 강의 기적

 ‘허드슨 강의 기적’은 기적이 아니었다. 평상시의 훈련과 안전의식과 정의로움이 이뤄낸 당연한 일일뿐이다. 그래야 수 백 명의 귀한 목숨을 구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안전 대책은커녕 진실 규명과 사과도 이뤄지지 않은 채 야속하게도 아직도 그 날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마음 아픈 2016년

 내 생애 한 번뿐일 병신 같은 병신년(60년 전에 왔을 병신년은 내 태어나기 전이고, 앞으로 병신년에는 내 나이 110살일터이니)에는 다 알다시피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세월호와 직접적 아픔이 없는 나도 온 종일 ‘빈교실트라우라’에 시달리는데, 여기에 가슴 아픈 일들을 끝없이 보태더니, 마지막은 기가 막힌 일로 마무리한 해이다.

https://brunch.co.kr/@theka6/35

https://brunch.co.kr/@theka6/36

https://brunch.co.kr/@theka6/104


아직도 고구마 100개 먹은 듯

 2017년은 벌써 시작되었고, 설날도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도 정국은 고구마 수 만개를 먹은 듯 답답하기만하고, 나와서 지껄이는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뻔뻔스럽고 염치없고 앞 뒤 안 맞는 경우 없는 이야기만 쏟아내니, 도대체 이 답답함과 울화를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한숨만 나온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은 ‘정의’로운 세상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똑같이 외치는데 왜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고 결과가 다른지 어리석게도 또 생각해 본다.


'염병하네'
그래도 우리끼리는 크리스마스

https://youtu.be/uiCw2c-brks

 올 해 2017년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윤종신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사적인 그런 내용을 담은 곡을 발표하면 좋겠다. 사랑과 행복과 웃음이 주가 되는 그런 노래를 따끈한 차 한 잔 마시며 음미하고 싶다.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도 걱정이 없는, 그래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하는 일을 멈추고 ‘염병하네’를 외치는 나와 같이 평범한 그 아주머니를 통해 사이다를 마시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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