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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Jan 20. 2018

익선동 한옥 마을

동산방화랑 신영복 선생, 그리고 친구들

익선동 한옥마을

‘익선동’에 다녀왔다. 35년 지기 친구들을 모처럼 만나는데 날짜부터 장소 선정까지 엄청난 설왕설래가 단톡 방에서 꽃을 피웠다. 서울 마포, 상도동,  인천, 분당 등 곳곳에서 출발하는 우리들은 여기저기 검색하다, 결국 한 친구가 추천해 준 요즘 핫하다는 ‘익선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을 정하고 검색을 해 보니 낙원상가 뒤쪽 마을을 말하는 모양이다. 5호선 종로3가역에서 가깝다는데, 좁은 골목과 예스러운 한옥으로 된 식당들은 보통 기다리는 시간이 한두 시간이라는 말에 한파주의보가 계속되는 날씨에 고생만 하는 것은 아하는 걱정도 들었다. 예전에 한 번 홍대 근처에서 말로만 듣던 푸대접을 받은 경험이 있어 섣불리 젊음의 거리를 가는 것이 꺼려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5호선 종로 3가 4번 출구

 인천 석천사거리역에서 지하철을 타니 1시간 20여분 만에 종로3가역에 도착했다. 5호선 4번 출구 역을 강조하기에 1호선 종로3가와 출입구가 다른가 살짝 의문을 가졌지만 일반적으로 같으려니 하며 1호선 4번 출구 역으로 나왔더니 좀 헤맸다.

바로 익선동 골목으로 진입을 하려면 5호선 종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야 한다.   

 벌써 도착한 친구는 12시 전에는 입장도 안 된다며 이 추위에 식당 앞에서 떨고 있단다. ‘열두달’ 식당 앞에서 기다린다는 친구에게 좀 더 가면 나오는 ‘1920, 경양식’을 말했더니 거기도 마찬가지로 4팀 예약이 이미 끝났단다. 커피로 추위를 버티고 있다는 단톡 방 친구 말에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유명한 익선동 맛집들

 서둘러 ‘열두달’ 식당 앞에 도착하니 이미 줄이 꽤 길다. 이 집 파스타가 얼마나 맛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추위(영하 18도)에 무방비로 손님들을 골목에 세워 놓다니 홀대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별로였다.( 그 많은 골목 식당 중에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작은 난로라도 내놓은 집은 딱 한 군데밖에 없었다.) 12시에 우르르 식당 안으로 입장을 했다. 옛 한옥을 아기자기 또는 멋스럽고 세련되게 잘 꾸며 놓은 식당이었으나 나랑은 궁합이 잘 안 맞았다. 알리오 올리오와 연근 크림 파스타는 맛없지는 않았으나 그냥 일반적인 수준의 맛으로 우리의 추위와 기다림을 상쇄시킬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로마 네스코 리조또와 25,000원이나 하는 포크밸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했던 것은 의자였다. 등받이가 없는 철제의 동그란 의자는 카운터 바로 앞에 서서 계속 손님들을 주시하는 직원(사장)만큼이나 우리들을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토요일 대목을 누리려면 계속 식탁 회전율을 높여야 하리라. 그러나 손님에게 그런 눈치를 주는 식당은 이미 내 안에 저급 식당으로 기억될 뿐이다.

 서둘러 나와 ‘익선동’ 골목을 본격 탐방하려 했으나 그 시간 어디서도 4명의 손님들이 앉을 만한 자리를 마련하고 우리를 기다리는 커피집은 없었다. sns 사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익선동 골목길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물었으나 우리는 인파에 밀려 결국 낙원동 거리 쪽으로 나와서야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우리 집 근처에도 있는 ‘투썸’에서 말이다.

익선동의 좁고 오래된 골목을 예쁘고 의미 있게 꾸며 새로운 거리로 만든 것은 훌륭하나 다시 또 가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한파에 움츠러들어 제대로 골목을 거닐 여유도 없었고, 몰려드는 인파에 지레 겁을 먹고 서둘러 나온 탓도 크겠으나 50대 우리들에게는 별로 매력적인 골목은 아닌 듯하다. 말 그대로 ‘핫 플레이스’로 반짝하지 않고, 오랫동안 가고 싶은 거리로 남으려면 많은 노력들이 필요한 골목 같다.
동산방 화랑

 인사동 쪽으로 나와 한 친구가 가고 싶다는 동산방 화랑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서 신영복 선생의 추모 2주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에 꼭 방문하고 싶었다. 1,2층으로 된 자그마한 공간에서 선생의 말씀들과 그림들이 묵직하게 또는 아름답게 다가와 내 마음을 적시었다.

 2층에서 어린아이가 선생의 글씨를 필사하고 있어 기특한 눈으로 함께 하기도 했다. 익숙한 선생의 필체와는 다른 글씨체도 보았고 선생의 유명한 호 쇠귀(牛耳) 이외에 소당(紹堂)이라는 호를 사용한 그림과 글씨도 볼 수 있었다.

신영복 선생 2주기 추모 전시회

 내일(2018.01.14.) 성공회대학교 미가엘 성당에서 선생의 2주기 추모미사가 있음을 안내하는 문구 앞에서 숙연한 마음을 가졌다.

 고통 없는, 어둡지 않은, 억울하지 않은 밝은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했다. 전시 마감 시간인 5시가 되어서 화랑을 나섰다.

 친구들과 치맥

 인사동 문화의 거리를 걸어 내려오면서 친구들과 오랜만에 치맥할 곳을 찾았다. 인사동 거리는 언제 찾아와도 늘 같은 모습으로, 같은 분위기인 것이 재미있다. 30년 전통이라는 치킨 집을 찾아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아까 커피를 마실 때는 이곳까지 와서도 익숙한 프랜차이즈 커피를 마시냐며 투덜거렸는데, 이번에는 30년 전통의 맛보다는 익숙한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의 맛난 맛을 떠올리는 나를 보고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오랜 친구 親舊

 1981년부터 쭉 친구인 친구들과 마주 앉아 건배를 했다. 수년 만에 만나도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편한 어릴 적 친구들이다. 우리 7명 각각의 성격도, 삶의 방식도, 사는 곳도 당연히 다 다르지만, 또는 긴 세월 변했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친구들이다. 모두 일을 하고 있고, 모두 결혼을 했다. 20대 초반에 결혼한 친구부터 50이 다 되어서 결혼한 친구까지 각양각색의 삶을 참 열심히 살고 있다.

 힘든 일, 외로운 일, 어려운 일 등등 인생의 다양한 시기들을 넘어 이제 중1 어린 소녀들이 쉰, 50의 얼굴로 마주하고 있다. 이 나이에 무슨 오해할 일이 있으며, 섭섭한 일이 있으며, 숨길 일이 무엇이 있으랴! 길고 긴 시간으로 덮지 못할 것이 없다. 조금 더 인생의 여유가 생겨 우리가 친구들로 만날 시간들이 지금보다 잦아질 때면 분명 그녀들은 우리 서로 인생의 느지막한 빛으로 서로를 품어내는 친구로 함께 가까이하리라 믿는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다정한 친구들과 함께 하니 아무리 늦은 인천행 열차 안이라 해도 지칠 것 없이 마음이 행복하기만 하다. 늦게 귀가하는 친구들에게 안부 톡을 보내며, 오늘 하루를 감사해하며, 다음 만날 것을 기약하는 내 마음은 풍성하기만 하다.

 친구들아! 건강하고 행복하렴! 

 우정에 대한 좋은 말들을 찾아보며 마무리한다.

♡내 친구는 완벽하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잘 맞는다.
♡우정은 술과 같다. 묵을수록 좋다.
♡진실된 우정이란 느리게 자라는 나무와 같다.
♡친구란 당신의 모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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