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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Feb 09. 2018

그대, 나의 MUSE!

뮤즈-반 고흐, 크림트, 르누아르, 카유보트 그리고 앙리 마티스

2017  예술의 전당 나들이

1월의 마지막 날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다녀왔다. 모임 날짜를 정하면서 살짝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운영’으로 인한 관람료 할인을 염두했었으나, 아쉽게도 혜택은 오후 6시부터란다. 어쩌다 보니 매년 연초 정기모임 인양 예술의 전당 나들이를 다녀오게 되었다. 2014년 애니 레 보츠 사진전을 시작으로 올해 4번째이다.

2014, 2016 그리고 2017  오르세 미술전까지

 함께한 선생님들과는 2013년 학습 연구년 연수가 끝난 이후에도 격월로 정기모임을 하는 등 자주 만나는 편인 만나면 서로 얼마나 즐거운지 사이마다 오늘 같은 번개모임을 또 가진다. 오늘 나들이가 바로 그런 번개모임 중 하나이다.

오늘의 전시- MUSE!
 오늘 전시 제목은 ‘ 그대, 나의 뮤즈 - 반 고흐 to 마티스’이다.

 이미 sns상에서 널리 알려진 전이지만, 리플릿의 짧은 문구만으로도 나를 확 끌어당길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온 전시회였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도 알만한 유명한 5명의 화가들이 주인공인데 그중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는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그래서 더 끌렸나 보다.

 명화의 이야기를 원화나 프린트된 작품이 아닌 빛으로, 음악으로, 영상으로 보여주는 아트 미디어 전시가 요즘 많은데, 여기도 그렇다.

 고흐, 르누아르, 카유보트, 클림트, 마티스! 이 거장들의 예술의 혼을 살리고, 오직 그릴 수밖에 없었던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져오게 한 그 MUSE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고흐의 MUSE
 반 고흐의 뮤즈는 ‘아를의 자연’으로 소개된다.

 아를의 뜨거운 태양과 한없이 펼쳐진 밤하늘의 별은 고흐의 뜨거운 붓놀림을 만들고, 그릴 수밖에 없는 영감의 순간을 잉태해 준다. 고흐는 남프랑스의 뜨거운 태양과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고독한 자신에게 따스한 위로와 위안을 건네는 아를의 자연 속에 마음껏 자신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드디어 노란빛 태양의 화가로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아를의 뜨거운 태양과 따스한 햇살
밤 하늘의 아름다운 별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클림트의 MUSE
 클림트의 MUSE는 사랑과 여인이었을까?

 클림트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남긴 첫마디는 “에밀리를 불러 달라” 였다고 한다. ‘빈의 카사노바’로 불릴 만큼 매번 사랑에 열정적이었던 클림트지만 마음속에 평생 간직한 채 정신적 사랑을 나눈 여인은 바로 ‘에밀리 플뢰게’라고 한다.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평생 자화상 한 장 남기지 않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에밀리에게는 무려 400여 통의 편지를 보내며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다고 한다.

르누아르의 MUSE

 일상적 행복이 흐르는 꿈같은 파리와 고독과 빗소리로 창백한 파리 중 진짜 파리의 모습은 어느 것일까?

 벨 에포크 시대( 아! 아름다운 시절)에 모던 시티 파리는 르누아르와 카유보트의 MUSE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때 파리 시민들은 해가 저물면 세련된 옷차림으로 집을 나가 카바레 '물랑 루주'와 레스토랑 '맥심'을 찾았고, 휴일이면 공원에서 여가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파리 시민들의 일상은 화려하고 우아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으로, 강에서 보트를 타거나 경마장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으로, 저녁이면 카페와 극장, 무도회에서 음악과 춤을 향유하는 모습 등으로 르누아르의 그림 속에서 되살아난다.

카유보트의 MUSE
 파리지앵의 행복은 르누아르에 의해, 도시의 고독은 카유보트에 의해 포착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특히 나는 카유보트의 ‘파리 거리, 비 오는 날’에 꽂혀버렸다. 미국 시카고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그림은 유명 사진작가들에 의해 다시 이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 작품으로 걸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림이다.

토마스 슈트루트 (독일) + 조지아 코트렛 소스 (그리스) 의 사진작품

 이 작품 외에도 여러 편의 파리 거리를 그린 카유보트의 습작들이 있는데,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촉촉한 바닥의 물기와 깔끔한 복장의 파리 시민들의 세련됨이 느껴지고 잔잔한 이슬비라도 내리는 듯 내 마음도 저절로 촉촉해지는 듯했다. 비가 오지만 귀찮은  느낌 없이 왠지 느긋하게 빗속을 산책이라도 하는 느낌이 든다.

파리 거리, 비 오는 날 습작들
 전시장에서는 이 그림을 디지털로 표현하여 그림 속 파리 시민들 사이를 마치 나도 우산을 쓰고 멀고 가까운 거리 사이를 걷는 듯 효과를 주어 더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카유보트는 엄청난 재산가라고 하는데 오히려 노동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마루를 깎는 사람들 (1875 까유보트)
마티스의 MUSE
 마지막 마티스의 MUSE는 무엇일까?  물감상자, 재즈, 종이 오리기, 고양이, 로사리오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답할 수 있을까?
재즈 : 마티스 초기의 종이 오리기 작품들을 가지고 만든 책으로 원색의 삽화 20여 개와 마티스가 손으로 직접 쓴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원래 제목은 <서커스>이었으나 작업을 진행할수록 오려낸 종이들이 스스로 서로 다른 종이 작업들과 형태와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면서 재즈의 즉흥적인 리듬이 떠올라 그 즐거움을 책에 반영하고자 책의 이름을 <재즈>로 바꿨다고 한다.

 그동안 눈에 익었던 마티스의 작품들이 가위로 종이 오리기한 것들임을 처음 알았다. 늦게 화가의 길을 시작했고, 몸이 아파 침대 생활을 오래 했던 마티즈에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게 MUSE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다양한 색깔들의 물감상자와 종이 오리기였다.

 이것이 로사리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까지 이어져 노년의 마티스의 삶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종이 오리기에서 햇빛 오리기로의 과정은 아픈 몸으로 항상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마티스에게 보다 더 소중한 생명의 의미와 감사의 시간을 선물한 듯하다.

 고흐, 클림트, 르누아르, 카유보트, 마티스까지의 감상이 의외로 짧게 끝나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역주행하여 출구가 아닌 고흐의 전시 자리로 다시 돌아가 빛과 음악과 색감과 움직임을 다시 체험하며 감상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마티스의 빨간 방과 르누아르의 작품이 다시 보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이다.

점심과 커피

 점심을 먹으러 ‘백년옥’이 아닌 다른 곳을 가려했으나 우리는 결국 또 ‘백년옥’에서 식사를 하고 말았다. 분명 간판 이름이 다른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그곳이 ‘백년옥’의 또 다른 가게라니……. 타 동네 인천 사람은 참 벗어나기 힘들다. 식사 후 예술의 전당 1층에 자리 잡은 ‘테라로사’를 찾았다. 넓고 세련된 분위기를 시원하게 느끼고 싶었으나, 커피타임은 인천에서 가지기로 하고 몇 잔을 테이크아웃했다. 강릉 ‘테라로사’의 직영점이란다. 빵맛도 좋다는데, 기다리는 동안 커피콩을 사려했으나 이미 모두 팔렸을 정도로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구혜선 감독의 MUSE

 나오는 길에 배우 ‘구혜선’이 감독의 이름으로 여는 전시회가 있어 잠시 들렀다. 전시 이름답게 핑크 빛으로 분위기를 잘 표현했고, 영화도 상영 중이어서 감상할 수 있었다. 다양한 면으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는 ‘구혜선’의 MUSE는 또 무엇일까? 화면에 나오는 배우 ‘구혜선’을 더 관심을 가지고 다른 얼굴로 보게 될 것 같은 전시였다.

우리들의 MUSE,  나의 MUSE
 우리에게도 있을 삶의 MUSE는 누구, 또는 무엇일까?

 재능이 있는, 세기에 이름을 남긴 유명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 쑥스럽거나 자신 없거나 밝히기 부담스러워 입을 다물게 된다면 몰라도 우리 마음속에 진정 MUSE가 없어 말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힘들고 삭막한 쓸쓸한 인생이 될까?

 평생 자신의 정원을 소유하지 못했던 고흐에게 아를의 뜨거운 자연이. 여성편력이 심해 ‘빈의 카사노바’로 불렸던 클림트에게는 최후의 한 여성이 MUSE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인생의 아픔이 될 부분들을 오히려 인생의 MUSE로 승화시킨 대단한 사람들, 우리가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그들이 지닌 최대 매력일 것이다.  

카유보트의 ‘파리 거리, 비 오는 날’를 바라보며 나의 MUSE를 생각해 본다.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낸 선생님들은 비록 예술적 분야의 영감은 아니더라도 만나면 어떻게 수업을 할 것인지,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할 것인지, 어떻게 교사로서 머물지 않고 깨어있을 것인지  등을 늘 도모하고 긍정적 자극을 주는 무리들이기에 세상 이야기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는 선생님들을 오늘 나의 muse라 이름 지어 본다.

 그리고 2019년 겨울 모임도 이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벌써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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