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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Feb 03. 2018

쌍꺼풀 수술이 만든 소란스러운 하루

예쁜 마음, 예쁜 눈

아빠 눈과 엄마 코를 닮고 싶다

 성형과 관련해 외모를 굳이 말하자면 남편은 눈이 작은 편이 아닌데, 코가 복스러운 코이다. 나는 성형했냐는 소리를 가끔 들을 정도로 코가 오똑한 편인데, 쌍꺼풀 없는 작은 눈이다. 우리 딸들의 안타까운 증언(?)에 의하면 ‘아빠의 눈과 엄마의 코’를 기필코 닮았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 자매의 얼굴은 강한 아빠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어 모두 탐스러운 복코를 지니고 있다.

 엄마인 내 눈에는 당연히 예쁘기만 한데, 아이들은 커갈수록 미모가 부족한 탓으로 유전자를 거론하고는 지들끼리 깔깔거리곤 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막내는 세 자매 중 가장 큰 키와 아직은 빛나는 피부를 지녔지만, 내 작은 눈을 닮았다. 가늘고 긴 내 눈과는 또 다르게 동그란 눈으로 작다.

 어릴 때 우스갯소리로 ‘걱정하지 마라, 쌍꺼풀 수술해 줄 테니…….’했더니만, 중3 겨울방학이 되자 정색으로 ‘쌍수’ 부탁을 하는 것이다.


쌍꺼풀 수술 이야기

 가족회의 결과 아빠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했지만, 두 언니는 ‘자존감을 높이는 긍정적 평가’로 찬성을 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강하게 원하고 있어 마냥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추운 날씨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일단 상담이라도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원래 가기로 했던 병원은 ‘강남 역 몇 번 출구’에 있는 성형외과였으나 쌍수로 한층 예뻐진 미모를 자랑하는, 친구 딸이 수술받았다는 그 병원은 그 새 ‘의료사고’로 폐업했다는 것이다. 의료사고 내용을 들으니 또 소름이 끼쳐 잠시 주저하는 마음도 생겼으나 일단 가까운 인천 구월동 소재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영하 18도로 한파 주의가 내린 날이었지만, 막내와 나는 빌딩 숲에서 더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성형외과 골목을 기웃거렸다. 집에서 가까운 이 곳에 이렇게 많은 성형외과 병원들이 즐비한지 미처 몰랐었다.

L 성형외과

 딸 친구들이 가장 많이 다닌다는 L성형외과에 들어서자 병원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는 30여 명 이상의 사람들과 카운터에 유니폼을 입고 늘어서 있는 여러 명의 직원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약도 없이 무작정 나선 길이라 대기시간이 길었다. 한참 후 상담실장이라는 사람과 상담실에 마주 앉았다. 매우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이마, 눈, 코, 입술까지 어디든 성형을 한 것 같아 보이는 부자연스러운 얼굴에 내가 괜히 민망했다. 상담 결과는 세 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쌍꺼풀 절개 수술, 앞 트임, 눈매교정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성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답답한 사람’은 처음 본다는 식으로 심드렁한 태도를 취해서 좀 불쾌하기도 했다.

 ‘미용’만 신경 쓰며 상담받으러 왔는데, ‘안검하수’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쿵하는 소리를 냈다. ‘안검하수’는 노화의 한 종류로 노인들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동안 아이가 이 증상으로 눈을 뜨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이마에 주름을 만들며 눈을 찡그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상담사가 이마를 누르며 아이가 안검하수 증상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는 세 가지 성형에 대한 비용이 얼마이며, 할인 적용으로 나온 최종 비용까지 빠르게 안내했다.

[안검하수]
윗눈꺼풀에는 눈꺼풀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근육(윗눈꺼풀 올림근/상안검 거근)이 연결되어 있다. 이 근육의 힘이 약해서 윗눈꺼풀이 아래로 처지고 눈꺼풀 틈새가 작아진 상태를 눈꺼풀 처짐증(안검하수)이라고 한다.
M 성형외과

 ‘쌍수’에 대한 보다 더 강한 관심을 가지고 다음 병원을 찾았다. 두 번째 방문한 M병원은 L병원과 바로 이웃한 빌딩에 있는 성형외과인데 접수대 분위기부터 완전히 달랐다. 일단 로비에 대기자가 한 명도 없었으며, 접수대 직원도 한 명뿐이었다. 의아해하며 들어서니 바로 진료실로 안내해 주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전문의사는 노련한 손놀림으로 딸의 눈을 진료하더니 아까와 같은 3가지 내용으로 진단했다. 아까 병원에서 상담받은 덕분에 빠르게 의사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병원은 비용이 얼마나 들려나? 에만 신경이 쓰이는 찰나에,

 “ 우리 병원에서는 트임은 안 합니다. 아직 성장기 학생이라…….”

 딸과 나의 눈은 동그래졌다. 환자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서 수술을 보류한다니…….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과잉진료로 수술을 종용하기까지 하는 의사가 사실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미간이 보통 34mm 정도가 보통인데 우리 딸은 33mm로 좁은 편이다. 앞 트임을 하면 미간이 더 좁아지지만 쌍꺼풀 전체 라인이 보이기 위해서는 앞 트임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아직 성장기이기 때문에 후에 상처가 날 확률이 높아 지금은 해 줄 수 없다.
 지방이 적어 눈꺼풀이 얇은 사람도 쌍꺼풀 수술 후 눈썹이 내려와 눈두덩이가 두터워지는데, 우리 딸은 지금도 두터운데 더 두두룩해질 수 있다.
 눈매 교정은 필수적이다. 지금도 이마의 힘을 빌려 눈을 뜨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아이의 눈썹을 꽉 잡아 누르니 아이는 눈을 반밖에 뜨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에 대한 신뢰로 가득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L 병원이 요즘 트렌드 운운하며 수술의 성공 사례만 보여준 것에 반해 M 병원은 사례별 부작용까지 꼼꼼히 설명해 주었다. 환자를 배려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며 내게 말하는 아이 얼굴에는 오히려 고민이 한가득이다.  

 찬바람을 뚫고 옆 빌딩에 있는 C 성형외과에 들어섰다. 여기도 로비 분위기는 M 분위기와 비슷했다. 유독 사람들이 몰리는 L병원만 호황을 누리는 듯했다. 이 병원도 담당 의사가 직접 상담을 하는데, 지금은 수술 중이라 상담 예약만 하고 나왔다. 접수대 직원에게 대충 들은 설명도 앞선 내용들과 대동소이했다.

고민 중 3가지 선택 사항

 한파주의보를 무시하고 병원 순례를 할 정도로 쌍수가 다급했던 아이는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

1. 쌍수, 트임, 눈매교정을 지금 한다.
 2. 쌍수, 눈매교정을 지금 하고 트임은 고3 때 한다.
 3. 쌍수, 트임. 눈매교정을 성장기 후인 고3 때 한다.
 당연히 나는 3번에 찬성을 하나 ‘쌍수’에 대한 희망이 워낙 강했던 아이인지라 기다리기로 했다.
 1번 선택 - 트임에 대한 부작용이 걱정된다.
 2번 선택 - 마취주사와 수술로 인한 통증을 두 배로 느껴야 한다.
 3번 선택 - 당장 예뻐지고 싶은데 3년을 기다려야 한다.

 아이는 그다음 날까지도 고민을 하더니 결국 3번을 택했다. 반 친구들 대여섯 명이 동시에 ‘쌍수’를 하는 바람에 덩달아하고 싶었던 마음이 절정에 치달았음을 알기에 그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안다. 내가 권유하는 것보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더 아이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쌍수는 잠시 안녕

 이렇게 해서 일명 ‘쌍수 소동’은 잠시 휴지기를 가지게 되었다. 하루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의 성형외과 상담 경험이었지만 ‘성형중독’이라는 말도 이해될 듯싶었다.

 왜냐하면 병원 순례 후 집에 돌아와 첫째, 둘째 딸의 눈을 보니 그간 아무 문제없다 여기던 큰 눈이 Before 사진으로 보이며 수술로 예쁘고 시원해진 After 사진을 그려보게 되어서 순간 놀랐기 때문이다. 계속 성형에만 몰두한다면 큰 눈을 더 크게, 높은 코를 더 높이려는 생각만 하게 될 것 같았다.  

 나날이 외모지상주의의 위력을 갱신하고 있는 요즘과는 달리 내가 ‘쌍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어느 단톡 방에 올렸을 때, 내 또래 어느 지인은 ‘쌍수’가 뭔지 한나절을 고민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우리는 성형과는 좀 멀리 살아왔다. 어느 딴 세상 이야기인가 싶으나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의사다운 의사 선생님 덕분에 3년은 유예했으나, 후에도 현명한 판단과 선택으로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해 계속 고민하기를 바란다.

 늙음이 자연스러움을, 부끄럽거나 추함이 아님을, 과도한 성형이나 외모에 대한 집착은 결국 정신적 건강의 문제임을 알고 야무지게 ‘쌍수’에 대한 이득만을 챙기기를 바라본다. 더불어 외모지상주의로 치달아 상처와 차별을 안겨주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조금은 고급스러워지기를 희망해 본다.

이순구 화백의 웃는 얼굴 그림(대문사진도)-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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