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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pr 04. 2018

아주 팔자가 늘어졌구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받은 듯

  수요일엔...

 글을 쓰려고 제목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지금도 좋아하는 ‘다섯 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란 노래이다. ‘빨간 장미’는 아니지만 이 중에 ‘수요일’을 가져오고 싶다.

 매주 수요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울 때마다 결국 생각하는 것은 ‘오늘도 팔자가 늘어졌네’라는 감사함뿐이다.
수업 후 4시 교사 동아리

 수요일 보통 학교 수업이 3시 정도에 마무리된다. 물론 그 후 청소지도며, 상담, 밀린 업무 처리로 늘 분주한 시간을 보내지만, 마지막 주 수요일 4시에는 ‘교사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 올 해는 ‘천연화장품 만들기’ 반에 들어 한껏 ‘환경과 몸’ 살릴 기대에 설레고 있지만 작년까지 ‘카페 디저트 & 바리스타 반’에서 커피의 종류와 추출 방법에 대해 배워 왔다. 덕분에 요즘은 즐겨먹던 ‘머신 아메리카노’ 대신에 ‘드립 커피’ 맛에 빠져 은은함과 향을 즐기고 있다.

퇴근 후 6시 요가

 서둘러 퇴근을 한 후 6시에 ‘요가’ 장소에 도착한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월/수, 주 2회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빠지기 일쑤지만 벌써 시작한 지 3년째이다. 제대로 된 요가 자세는 아직까지 꿈도 못 꾸지만 스트레칭 개념으로 몸의 유연성을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배우고 있다. 게다가 1개월에 10,000원 꼴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뻣뻣’의 대명사인 몸이라 ‘요가 효과’에 대해서는 별 기대도 안 했는데, 작년부터 놀라운 징조가 보이고 있다. 바로 몸의 좌우대칭이 조금씩이나마 균형이 잡힌다는 것이다. 좌우 다리 길이가 눈에 띄게 차이나 발목에 그어지는 바지 길이는 언제나 불균형 라인이었는데, 그 차이가 요가를 시작하고부터 좁혀지고 있다. 쭉쭉 늘어나는 시원함과 아침 기상 때 느껴지는 가벼운 허리 움직임은 수요일마다 퇴근 후 이곳을 찾게 만든다. 개성적인 목소리와 찰진 설명이 돋보이는 요가 선생님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 중 하나이다.

7시 장보기

 7시에 주민센터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보통 간단한 장을 본다. 달걀이며 라면 등 급히 필요한 먹거리와 물품들을 사는데, 어쩌자고 오늘은 청양고추와 쪽파를 사 버렸는지……. 고추 장아찌를 좋아하는 첫째를 생각하며, 남아 있는 간장 조림 물을 떠올렸을 것이다. 꿈도 야무지게 ‘청양 고추 장아찌’와 ‘파김치’ 만들기 검색을 되 뇌이며 집에 도착했다.

8시 배드민턴

 여전히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잠시 망설인다. 피곤한 몸으로 그냥 침대에 잠시 누울 것인지, 아니면 배드민턴 운동을 하러 갈 것인지……. 역시 몸을 일으키게 하는 막강한 힘은 ‘돈’이 최고이다. 이번에 배드민턴 레슨 대상자이기 때문에 낸 레슨비가 나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8시에 체육관에 도착해서 10여 분 레슨을 받고 9시 30분까지 게임을 계속한다. 레슨 후 셔틀콕 줍는 일도, 무릎이 아픈 것도, ‘엘보’ 이상도 다음 날 출근처럼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참을 수 없는 즐거움에 빠져 4게임 이상을 연속 친다.

 온몸은 땀으로 젖고, 웃고 즐기는 가운데 스트레스는 날아가 버리고, 이웃과 나누는 수다로 소통의 기쁨까지 누리며 체육관을 나선다.
10시 집안일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배드민턴 가방을 정리하니 밤 10시가 되었다. 좀 있으니 고등학생 막내가 집에 온다. 간식을 먹는 막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늦은 저녁 설거지를 시작으로 이제야 집안일을 한다. 빨래를 개키고, 거실과 주방을 정리한 후 그만 용감하게 ‘청양고추’와 ‘쪽파’에 손을 대버리고 말았다. ‘장아찌’ 만들기는 간장 물을 팔팔 끓이기만 하면 거의 완성되는 손쉬운 과정의 요리지만, 파김치는 풀죽을 끓여 식히는 데 시간이 필요한 먹거리라서 11시가 다 되어 가는 이 야밤에 시작하기는 무리인 음식인 줄 뻔히 알면서도 나는 손을 대고 말았다.

어떤 날은 야밤에 초밥을 만들기도 한다
11시 장아찌와 파김치
그리고
브런치 글쓰기

 청양고추와 양파에 팔팔 끓인 간장 물을 부어 넣고, 파김치에 들어갈 재료를 모두 준비한 후에 버무리기는 다음 날 새벽에 마저 했다는 야심한 수요일 밤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쓸거리가 생기거나 ‘브런치 서랍’에 담아 두었던 글들이 술술 풀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여기에 ‘브런치 글쓰기’ 일정 하나가 추가되는 역시 분주한 수요일 밤 이야기이다.
고마운 수요일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이 되어서야 침대에 누우니 고단한 하루가 몰려온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잠에 취해 버리지만 늘 고마운 수요일이다.

 건강해서, 여유로워서, 평안해서 가능했던 일들이기에 다시 감사함이 몰려온다.

 20대에 취업을 하느라 몸부림쳤으니, 30대에 어린 세 자매 키우느라 고생 많았으니, 40대에 돈 버느라, 엄마 간병하느라 애 많이 썼으니, 50대에 이쯤 호강은 아무 일도 아니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시절이 하 수상한 이때에 돈을 벌 수 있으니 고맙고, 운동할 수 있도록 팔다리 건강하니 고맙고,

웃고 떠들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니 더더욱 고마울 뿐이다.

‘나’를 위한 수요일에서 좀 더 나아가 ‘남’도 챙기는 분주한 수요일을 맞이한다면 ‘멋진’ 나가 되어 더더욱 고마울 터이다.

수요일마다 빨간 장미를 받는 듯, 내게 너무 과분한 수요일 밤에 기지개를 켜며 외쳐 본다.

 ‘ 한현*! 아주 팔자가 늘어졌구나!’
목련도, 살구꽃도 눈에 들어오는 좋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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