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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ug 14. 2018

폭염 속 교실

Tip이라면 tip

교사의 바구니 또는 에코백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한때는 교과서만 달랑 들고 수업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게 어찌 가능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복도에서 마주치는 선생님들 대부분은 모두 한 짐씩 든 채로 눈인사를 나누며 지나친다. 선생님들이 들고 있는 바구니나 에코백 안에는 무엇이 있기에 저리 빵빵할까? 교과서나 학습지 같은 수업자료는 기본이겠지만 학생들에게 줄 간식까지 챙기는 선생님들이 많아 나날이 많아지고 무거워지는 것 같다.

먹거리의 위력

 키 170~180 이상의 더없이 건장하고 성숙한 중학교 3학년, 16살의 청소년들이지만 때로는 손톱만한 사탕 하나에도 마음이 휘둘리는 한없이 어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자아를 가진 중학생들이기에 게다가 이런 아이들이 30여 명 이상 모여 있으니 교실에서 아이들과 잘 지내보려면 교사 각자 강력한 장점 하나씩은 지녀야 하리라.

 주변 선생님들의 강점을 둘러보니 참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인기를 차지하기도 하고 풍성한 시각적 학습 자료 준비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늘 상냥하고 온화한 말투로 아이들을 어루만지는가 하면 강력한 카리스마가 아이들에게 통하기도 한다.

 물론 젊음과 미모로 아이들에게 한방에 어필되는 부러운 교사들도 나날이 많아지고 있지만……. (나도 옛날에 그랬었다며 헛된 위로를 삼아보지만 아이들은 콧방귀를 뀌고, 그럴수록 내 마음은 그들이 세상 부럽다.ㅎㅎ)

학생이 중심이 되는 배움 중심이, 배우는 과정을 중시하는 과정 중심 평가가 대세가 되는 요즘 교실 현장에서 소통을 동반한 탁월한 수업 지도가 가장 최우선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칭찬과 먹을 것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사탕이나 초콜릿을(아이들 치아를 걱정하여 멸치를 준비하는 교사도 있었다.) 주기적으로 구입하여 나도 교실에서 마구 뿌려 보았다. 별거 아니지만 아이들은 사탕하나 먹겠다고 학구열을 불태우기도 하고, 용기 내어 손을 들어 발표도 하고, 때로는 애교 발산하며 다정히 다가와 사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귀여운 것들 같으니 라고!)

폭염 속 교실

 날씨가 더워지니 아이스 바를 준비하는 담임 선생님들도 자주 눈에 띈다. 냉동실 안이 각 반의 아이스 바로 가득 찼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겨울 방학 중 석면 공사가 예정되어있어서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요즘 벌써 개학을 해서 학교에 나온 지 이미 오래이다. 짧은 여름 방학에, 기록적인 더위에 아이들의 피곤과 짜증이 더위처럼 달아오르는 오늘 교실 풍경이다. 어떻게하면 아이들과 잘 지내볼 수 있을까? 담임샘들의 온갖 궁리들을 냉장고 안에서 찾아본다.

 퇴근 후 ‘다이소’에 가서 얼음 얼리는 사각형 틀과 손잡이가 달린 물통을 샀다. 이왕이면 크고 예쁘게 얼리기 위해 루비형 얼음 틀 모양을 선택했다.

루비 모양의 예쁜 얼음 틀, 뚜껑도 있어 더 좋다.

 전날 6교시와 다음날 4교시 후에 한번 씩 얼려 아침과 점심시간에 얼음을 모으면 점심식사 후 늘어지는 5교시 수업을 위한 충분한 특별선물을 마련할 수 있었다. 1인당 2~3개씩 돌아가는 사소한 얼음이지만 나눠주고 받아먹는 그 짧은 시간이나마 입안에서 차가운 얼음을 돌리며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친구들과 살짝 여유를 찾기도 하고, 손바닥과 입안이 차가워짐을 느끼며 졸음을 미뤄 보기도 한다.  입을 오물거리며 책을 펴고 학습지를 그때라도 챙기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것이 모두 얼음으로나마 다가서려는 선생님의 마음을 센스 있게 눈치 챈 결과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얼음을 얼리고 있다.

교탁 위 얼음 조각들!-아이들 입으로 쏙쏙쏙!
교실은 언제나 찜통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낡은 교사(校舍)는 늘 그렇듯이 여름 내내 찜통이다. 30여 명 체온을 이겨내지 못 한 교실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달아올라 웬만해선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다. 낡은 냉방기는 역부족이고, 선풍기는 소음만 무성할 뿐이다. 그나마 예년보다 많이 쾌적해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열악한 교실환경이다. 교사와 학생이 손을 맞잡아도 이겨내기 어려운 때에 누구 하나 어깃장이라도 놓아 그저 땀만 흘리고 나온 느낌의 수업이라면 여간 괴롭고 찜찜한 것이 아니다.

 이 더위에, 이 고생을 하는데 제발 우리 모두 수업에서 뭔가 하나라도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보람으로라도 덜 열 오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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