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락 한방현숙 Jul 25. 2017

학급경영 Tip이라면 Tip

 무사히 한 학기를 마쳤다. 아이들 안전과 학교 폭력 등 신문을 장식한 각종 교사 관련 사건 사고를 보면서 무탈하게 여름방학을 맞이한 것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교사라는 직업이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구나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순간의 판단 결과로 하루아침에 직위 해제되기도 하고, 예기치 못 한 아이들의 안전 결과로 학부모님의 원성을 사기도 하며, 언론의 오보로 뭇매를 맞으며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교사인 나에게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일이라, 매번 운이 좋았음을 감사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30여 명의 아이들을 단체로 이끌고 체험학습을 가거나 넓지 않은 교실에서 각종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교사에게 큰 부담과 책임을 안겨준다. 조회, 종례부터 청소 등 온갖 생활지도의 주 책임이 담임에게 있다 보니 담임 부담(기피) 현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비담임 자리가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교사들은  담임 업무를 당연시 받아들인다.

 중고등 학교에서 교사는 부장 / 담임 / 비담임 중 하나에 꼭 해당한다. 나는 6년 간 부장 일을 하느라 담임을 맡지 않았다. 학생 부장과 학력관리 부장을 4년간 했다. 학교 업무 중 격무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나름 즐겁고 보람 있게 해 나갔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각종 담임 업무에서 잠시 자유로웠지만, 부장 업무도 만만치 않기에 격무에 시달리기는 비슷했다. ‘교사의 꽃은 담임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그만큼 담임 일이 힘들고, 그 힘든 일을 정말로 보람 있게 아이들과 행복하게 수행했을 때는 꽃과 같이 아름답다는 뜻일 것이다. 그만큼

되기 힘든 것이  꽃이라는 의미와 함께…….

 작년부터 담임을 다시 맡게 되어 올 해로 2년째 담임을 하고 있다. 띠띠띠 동갑으로 36살 차이 나는 양띠 소년들과 한 학기를 잘 마무리했다. 협조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들을 만난 덕분에 그 무섭다는 중2들과 잘 마무리를 지었다. 물론 학부모님의 도움과 관심이 든든한 배경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는 학급경영의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본다.


1. 자유 게시판 - 담벼락

 Facebook Wall에서 착안을 하여 교실 뒤 게시판에 우리 반 담벼락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말하고픈 것은 써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사전 안내 지도에 따라 수준 이하의 낙서는 쉽게 걸러졌다. 대부분 농담이나 수업 중 인상 깊은 내용과 친구들과 관계된 에피소드 위주로 아이들은 채워 나갔다. 내가 원한 것은 자유롭게 소통하고 무슨 의견이든 중요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담임의 학급경영 방향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2. 오늘의 반장

 28명 모든 아이들이 돌아가며 오늘의 반장을 다. 물론 정규 반장과 부반장은 고유 역할을 원래대로 다. 담임이 들어가는 조/종례 시간에 ‘오늘의 반장’이 인사를 하며, 그 날의 특별한 전달 사항이나 ‘마음의 창’이라는 학급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의외로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렷, 공수, 인사하는 것을 설레어하거나 또는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큰소리로 친구들 앞에서 인사를 주도하는 일에 용기가 필요한 친구들이 있었다. 때로는 전달사항을 듣기 위해 교무실로 내려와 담임 선생님과 1:1 대화로 수줍어하거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풀어놓고 가기도 한다.

3. 생일 축하파티

 파티라고 할 수도 없다. 생일을 맞은 날 아침에 종이컵에 초코파이 2개 꽂아 촛불 켜주고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는 것이다. 나는 사탕이나 소시지 같은 사소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반 아이들에게 돌리고, 생일 맞은 아이들에게는 한 개씩 더 얹어주는 식이다. 준비는 사소하나 아이들은 많이 좋아한다.

4. 칭찬 스티커

 사실 무엇보다 학급경영에서 가장 강력한 팁은 ‘칭찬하기’이다. 학생들은 자기를 인정해 주고, 칭찬하는 교사에게는 절대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학생이나 교사나 칭찬 포인트를 찾기 어려워서 그렇지 칭찬의 한 순간만 경험하면 서로의 관계는 매우 부드러워진다.

 의도적으로 ‘칭찬’하기를 노력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반 아이들은 구성원이 좋았다.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나, 학급 행사 때 보여 준 단합의 노력이나, 수업 분위기 등이 우수했다. 무엇보다 협조적이고 인간적인 학급 분위기가 담임으로서 늘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칭찬 스티커를 발부하기로 했다. 원래는 학기 동안 지각 안 하느라 애쓴 성실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발부하기로 했는데, 지각쟁이들 6명도 나름 학급 분위기 형성이나 청소 등에서 성실성을 보였기에 반 전체에게 발부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좋다며 박수까지 치며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갔다. 담임이 발행한 이 스티커로 학교 앞 분식점에서 떡볶이 1,000원어치를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여름 방학이 끝나면 또다시 펄펄 뛰는 우리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지금 이대로 운 좋게 2학기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랑하는 3반 여러분, 계속 사랑하게 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소풍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