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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Sep 19. 2018

나만의 착각! 주차장 기둥 보호대

 나만을 위하는 줄 알았지...

 운전자인 나를 위해 기둥마다 저렇게 감싸져 있는 줄 알았다. 내 차의 안전을 위해 까맣고 노란 강렬한 밝기 차이를 드러내며 보호해 주려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른 건물 주차장도 모두 동참하여 내 차의 사소한 긁힘이나 충돌을 완화시키려고 저렇게 단단히 준비하고 있구나.’라는 꿈도 야무진 생각을……. 난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품고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것이 나의 착각임을, 나만의 생각임을 주차장 기둥에 몹시 부딪히어, 수십만 원의 차량 수리비를 결제한 후에야 알아버렸다. 말랑한 부드럽기만 한 소재인 줄 알았는데 가서 만져보니 매우 딱딱하였다. 심지어 고무 안쪽에 철판이 있는 듯 매우 강력한 소재가 시멘트 기둥과 한 몸으로 밀착되어 있었다. 내 생각과는 너무도 다르게 시멘트 기둥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차가운 강건함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란히 친하게 지내기만 하면 좋을 텐데....왜 굳이 들이박고서는...ㅜㅜ

 당연히 부딪힌 차 앞 쪽이 넓게 날카로운 곡선을 그리며 파여 버렸고, 이것을 본 남편의 마음도 움푹 파여 버렸다. (자동차와 자신을 동일 시 하며 금 쪽 같이 애지중지 하는 쪽은 항상 나보다 남편 쪽이었으니…….)

나만의 착각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오버일까? 그렇게 안내한 적도 없는데 혼자 멋대로 해석하고 사기당한 듯 이렇게 이야기까지 하니 주차장 기둥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부딪힘을 조심하라는 경고의 빛깔을 나만을 위한 빛깔로 착각했으니 나의 잘못이 더 클까? (부딪힌 잘못이 제일 크지....)

 사실 돌아보니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사람, 좋은 인연, 좋은 만남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던 일들이 종종 있어 왔다. 좋은 음식인 줄 알고 먹었으나 배탈이 난 사소한 예부터 더없이 좋은 관계라 생각했으나 배신이나 분함을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한 일까지…….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혼자 김칫국 들이키다 쓴웃음 지은 몇 번의 일들도 떠오르는 것을 보니 나의 이런 착각이 여기저기 부지기수로 활약을 했었나 보다.

 나 편리한 대로, 나만의 해석과 나만을 위한 세상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어째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요즘은 노화로 눈까지 침침해지니 읽는 것도 내 마음대로 읽어 버리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한동안 ‘~거리패’ 이름이 신문에 자주 오르던 때 나는 계속 ‘~패거리’로 읽고 있었다.)

 게다가 요즘은 나날이 변해가는 ‘트렌드’라는 것을 쫒아가지 못해 생기는 나만의 착각도 보태지니 더 우울할 뿐이다. 어느 드라마 주인공 부모들이 ‘강남미인’이라는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남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흡족한 표정으로 한동안 딸을 떠올리는 것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하긴 수년 전 수업시간에 ‘앙 기모띠’를 외치는 남자아이들의 뜻풀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나중에 질색한 일도 있었으니 ㅜㅜ…….

김칫국물 흡입 금지

 운전석에 앉아 주차장 기둥의 보호대를 다시 흘낏 쳐다본다. 여전히 선명한 색상으로 기둥마다 둘러져 있다.

 이렇게 빛나고 있으니 나를 피해 운전하라고, 나와 부딪히지 말고 안전 운전하라고…….

 초등학교 때 나목마다 둘러싼 볏짚을 볼 때와 흡사한 느낌이다. 나무 보온용으로 생각한 볏짚들이 사실은 겨울 벌레들을 모여들게 하여 나무를 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둘러져 있음을 알게 된 때와 같다. 날이 풀리면 곧 볏짚들은 기어든 해충들과 함께 태워졌으니까!

눈이 말하는 것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다음 이미지 출처
 당분간은 주차 기둥을 볼 때마다 ‘착각 금지, 내 마음대로 해석 금지’를 다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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