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4(일)- 답사 둘째 날
낙산사(홍예문, 빈일루, 원통보전7층석탑, 해수관음상, 홍련암, 의상대, 보타전)
선림원지(미천골자연휴양림, 3층석탑, 홍각선사탑비, 석등, 부도)
인제 자작나무 숲
감사한 이들
어제 저녁에 먹은 얼큰한 섭국과 오늘 아침 깔끔한 뷔페의 맛들이 한층 답사를 즐겁게 만들었다. 낯선 이들과의 만남은 늘 설렘을 동반해 상쾌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어제 밤에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유쾌한 경험들을 가득 안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덕분에 아침식사 자리에서 반갑게 눈인사 나누는 이들이 많아졌다.
낙산사
낙산사로 향하는 마음은 평안했다. 여러 번 가본 곳이기에 다 알만한 곳이라 여겼나 보다. 오늘도 청명한 가을 하늘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날씨가 좋으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다.
낙산사 가는 길을 따라 홍예문을 지나 빈일루까지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걸었다.
낙산사 7층 석탑
낙산사 원통보전(관음전의 다른 이름)앞에 있는 낙산사 7층 석탑 앞에 모였다.
부분적인 손상은 있으나 상륜부까지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으며 고려시대 석탑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2단의 층을 이룬 지복석 위에 12잎의 복련이 조각된 지대석이 있다.
해수관음상
해수관음상을 향해 가는 길은 말 그대로 ‘꿈이 이루어지는 길’ 같았다. 4~5년 전 큰아이가 재수할 때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었는데……. 다시 또 이 길을 걸으니 시험을 앞 둔 큰아이가 자연스레 떠올려지고, 우리 부부 마음이 경건함으로 채워졌다. 해수관음범종을 울리고, 해수관음상을 올려다보고, 의상대 앞에 펼쳐 진 새파란 바다를 향해 우리는 무엇을 소원했던가! 보타전에 이르러서도, 바다 멀리 홍련암을 보면서도 우리 부부의 마음은 같았으리라!
홍련암과 의상대 그리고 보타전
바닷가 암석굴 위에 자리 잡은 홍련암은 법당 마루 밑을 통해 출렁이는 바닷물을 볼 수 있다. 의상에게 여의주를 바친 용이 불법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
1. 낙산사 홍련암
2. 강화 석모도 보문사
3. 남해 금산 보리암
4. 통천군 금란굴
미천골 자연휴양림
우리가 가고자 하는 선림원지는 낙산사에서 한 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미천골(米川골) 자연휴양림 안에 있었다. 미천골의 미가 美가 아닌 米를 쓴 이유를 들으니 천 여 년 전 얼마나 번창했던 절이었는지 그 규모가 짐작되었다. 스님들이 공양할 쌀을 씻은 물이 이 계곡 아래까지 뽀얗게 흘러내려 올 정도라니……. 길 따라 물 따라 선림원지로 향하는 길 또한 가을 투성이로 아름다웠다.
선림원지 3층석탑
우리가 선림원지 3층 석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무리지어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주로 폐사지를 찾아다니며 향을 피우고, 목탁을 두드리며 발길 뜸한 곳에 들러 사람의 향을 피운다고 한다. 의미 있는 행동에 감사함을 보탰다.
선림원지 홍각선사탑비, 석등
선림원지 석등(보물 제 445호)과 홍각선사탑비 귀부 및 이수(보물446호) 앞에 모였다.
인제 자작나무 숲
이 가을답사가 설렜던 이유 중의 하나가 답사 일정표에 나와 있는 ‘인제 자작나무 숲’ 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이곳이 매스컴에서 유명세를 떨칠 때마다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기에 기대감이 컸다. ‘자작나무’라는 단어만으로도 예쁨과 멋짐이 가득하다 여겼고, 저 먼 노르웨이에서 하얀 자작나무를 본 것이 아직도 선명하게 아름다웠기에 다시 그 마음을 느끼고 싶었다.
오후 3시전에 입장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목적지로 향했다. 도착하면 바로 ‘자작나무 숲’이 펼쳐질 줄 알았으나, 1 시간여 동안 가파른 언덕을 오른 뒤에야 숲을 볼 수 있었다. 사유지로 조성된 숲이라 하는데 정말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다.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인다고 했든가! 언덕에 올라 숲 아래를 내려다보니 또 다른 색깔로 예뻤다. 한참 동안 자작나무를 만지고 바라보고 깊은 호흡으로 눈을 감으며 자작나무 숲을 만끽했다. 이제 답사를 마무리하고 인천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뿌듯한 답사의 마무리를 숲의 아름다움으로 채우니 숨을 돌리며 또 다른 휴식의 시간을 갖는 듯 했다.
어딘지 모를 붉은 그곳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차에 올라 타 한잠 자고나면 인천에 도착하겠거니 했는데……. 또 다른 절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딘지도 잘 모를 곳에 차를 세우고 우리 모두는 내리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너무나도 불같이 아름다운 단풍 끄트머리가 감사하게도 우리에게 시간을 내어주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아름다운 감탄사를 자아내며 사진 찍기에 빠져들었다. 촉박한 귀가시간에도 불구하고 짬짬이 시간을 내어 답사를 즐기게 하는 여유와 배려가 인천답사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답사 대장님은 일부러 차에 오르지 않고, 사람들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답사 내외분의 대화를 듣고 알게 되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흐뭇했다.
하얀 자작나무의 시원함과 불같이 뜨거운 단풍의 아름다움까지 느낀 후에 인천에 무사히 도착했다. 어두워진 인천대공원 길가에서 서로서로 덕담을 나누며 우리는 헤어졌다. 물론 다음 답사 기약을 잊지 않으며…….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동료 교사들과의 즐거움과는 또 다른 색깔의 기쁨을 맛본 남편과의 답사 여행이었다. 머뭇거리는 출발이었지만 어울리며 즐겁게 답사를 마무리한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아름다웠던 강원도의 하늘과 숲과 폐사지를 떠올리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