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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16. 2019

'대둔산' 케이블카와 강아지 '심쿵이'

2019.05.04 (토)

케이블카의 기억

 ‘케이블카’ 하면 남산이나 설악산이 자동으로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에야 여수에도, 부산에도 아님 또 다른 곳에도 유명한 ‘케이블카’가 많지만……. 그 시절엔 그랬다. 여행이 귀했던 시절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 변변한 가족여행 한번 다닌 기억이 없다. 가족끼리 나들이 한번 못하고 유년을 보내 못내……. 아프다.

 가만! 내가 이리 열심히 가족끼리 뭉쳐 다니는 이유가 혹시 여기 있을까? 엄마와 오빠와 그리고 아버지까지 이 좋은 계절에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맛난 것들 서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내가 충분히 준비할 여유도 생겼는데…….

 풍수지탄, 만시지탄일 뿐이다.

대둔산 케이블카

 ‘케이블카’를 타려고 ‘대둔산’에 다녀왔다. 여수 갔다가, 부산 갔다가, 여행지에 간 김에 타게 된 것이 아니라 아예 ‘케이블카’를 염두하고 ‘대둔산’으로 향한 것이다. 여러 번 여행지로 마음먹은 곳인데, 무슨 이유인지 계속 미뤄지다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다.

사라진 글자는 우리가 해결할게요.
♡ 100대 명산의 하나인 ‘대둔산’은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린단다.
♡ 전라도 완주에 자리 잡은 도립공원 ‘대둔산’은 금산과 논산으로도 걸쳐있다.
♡ 바위산으로 유명하여 전국 암벽 등반가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연결하는  ‘금강구름다리’는 우리나라 최초, 최장 현수교로 유명하다.
♡ 삼선바위를 오르는 ‘삼선 구름다리’는 121개의 철 계단으로 이루어진 데다 51도로 경사까지 져있어 멀리서 봐도 정말 아찔한 느낌이다.
♡  ‘금강구름다리’와 ‘삼선 구름다리’는 모두 일방통행으로 등반 시에만 통행하고 하산 시에는 통행금지 구역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대둔산’으로 진입하는 곳이 주유소 입구와 헛갈려 한 바퀴 돌아 다시 들어갔다. 여느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들을 옆에 두고 걸어 올라가니 ‘케이블카’ 승강장 건물이 나타났다.

♡ ‘케이블카’ 탑승 사전 예약은 되지 않는다.
♡ 20분 간격으로 2대가 운행된다.
♡ 대인 기준 왕복 10,500원이다.
♡ 상부역사와 하부역사에 각각 매표소는 물론이고 매점 및 휴게실이 갖춰져 있다.
♡ 탑승시간은 약 5분 정도이다.

 이곳 승강장 건물은 참 예뻤다. 현대적 감각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고, 매표소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미술작품들을 걸어 놓아 볼거리가 있었다. 20여 분 기다려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연휴임에도 의외로 한갓져 여유롭게 탑승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 안에서 안내하는 분 목소리가 아나운서 같았다. 고운 목소리로, 정확한 발음으로, 친절함까지 모두 갖춰 안내해 주니 기분이 참 좋았다. 2,000여 년을 버텨왔다는 ‘동심 바위’ 이야기는 들을수록 신기했다.

아기자기 예쁜 케이블카 승강장 하부 역사
귀요미 안내 입구
계단 벽에 걸린 그림들
케이블카의 안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분의 친절함과 목소리에 반했다.
케이블카가 움직이자 멀어지는 광장 모습
동심바위 보이시나요?

 그러나 탑승 시간이 워낙 짧은 데다가 초록으로 밋밋하게 펼쳐진 등성이 모습은 조금 심심했다. 겨울에 눈으로 덮이면 좀 볼만할까? 그리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절경은 아니었다. 또 우리는 ‘대둔산’ 전체를 등반한 것이 아니라 겨우 ‘금강다리’만 건너보고 다시 되돌아 나왔기에 ‘대둔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부족한 방문이었다.

저 멀리 암벽 등반가들이 보이시나요?
케이블카 덕분에 거저 얻은 대단한 산자락들
조심조심! 철제 계단들을 밟아가며 오르다.
숨막히는 이정표!
정말 가파른 바위산임을 실감한다.

 하차한 후 겨우 10여 분 정도 걸었을 뿐인데도 매우 힘들고 지쳤다. 역시 바위로 유명한 산이라더니……. 이 와중에 저 멀리 암벽 타는 사람들을 보니 진정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인간의 성취욕과 취미와 보람은 인간에게 주어진 얼마나 값진 선물일까?
대둔산 금강다리

 엄살과 고소공포증이 심한 내가 과연 출렁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가슴이 울렁거려 놀이터 시소도 못 타는 내가 과연 바위와 바위 사이를 가로지를 수 있을까?

대둔산 금강다리
하산 시에는 이용할 수 없다.
일방통행 / 안내문이 있는데도 여전히 다리를 흔들어대는 몰지각  관광객이 이날도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며 사진만 찍다가 용기를 내어 발을 디뎠는데 의외로 건널 만했다. 철판으로 된 50m 거리를 앞만 보고 걸으니 용기가 생겼다. 중간에 다리가 흔들려 깜놀했으나 투명 창으로 된 다리보다는 훨씬 덜 무서웠다. 담대한 마음으로 팔을 활짝 벌리고, 저 멀리, 저 아래를 감상할 수 있었다면 ‘대둔산’의 아름다움을 더 느꼈을 텐데……. ‘금강다리’를 건너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자락은 정말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산바람이 더위를 식혀주자 가슴이 뻥 뚫리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다음 이미지


대둔산 삼선 구름다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저 꼭대기가 마천대일까?

 고개 돌려 보니 아찔하게 세워져 있는 ‘삼선 구름다리’가 보였다. 등산복을 차려입은 한 무리의 어른들이 점점이 오르고 있었다. 세상에나……. 아찔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51도 정도 경사진 다리라고 하는데 눈으로 볼 때는 거의 직각에 가까워 보였다. 그 다리를 통과하여 1시간 여 정도 더 가면 정상 ‘마천대’ (878m)에 오를 수 있나 보다. 우리는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눈으로만 정상을 오르기로 하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하산했다.

상부 역사 휴게실! 저 예쁜 지붕 아래에서 먹어서일까? 꿀맛이다.
철쭉으로 더 예뻐진 하부 역사 쉼터
어린 왕자도 신나 보이고, 백마도 행복해 보인다.
'2인 이상 주문 가능 18,000원'이란 메뉴판을 1인 9,000원으로 착각하고 주문한 산채정식!
이후로도 계속 나물이 끊임없이 나왔다. 우린 비싼 음식을 시키고는 반값만 생각하고 먹었다. 웃프다.ㅎㅎ
대둔산 자연휴양림

‘대둔산 자연휴양림’을 들러 보기로 했다. 이 휴양림은 독특하게 입구에 숙박시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그래서 길게 선을 그어 구부러진 산책로를 1시간 여 정도 걸으면서 오로지 풀과 나무들만 볼 수 있었다. 천천히 걷기에 딱 좋은 길이었으나 자연의 변화가 없어 늘 같은 길만 걷는 듯 착각이 었다. 유명인사가 여러 명 다녀갈 정도로 잘 가꿔진 숲이었으나 정작 우리들의 마음을 뺏어간 것은 다름 아닌 강아지였다.

왜 이러고 있었을까?
유명인사도 찾은 휴양림-고르바초프 방문
강아지 '심쿵이'

 이름도 딱 어울리는 ‘심쿵이’, 강아지 발과 이를 보니 이제 겨우 태어난 지 2달쯤 되는 아기였다.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우리는 움직일 줄 모르고 ‘심쿵이’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불결한 곳에서 엉킨 털을 가지고 꼬리를 흔들어대니 마음이 짠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우리에게도 다가와 반갑다 인사를 해댔다.

대둔산 자연휴양림 '심쿵이', 철쭉 빛깔 심쿵이 혀!

 헉헉거리는 ‘심쿵이’ 뒤로 밥그릇을 보니 사료는 있는데, 물통이 비어 있어 급한 대로 안경집을 이용해 물을 날라 줬더니 두 번이나 맛있게 핥아먹었다. ‘얼마나 목이 탔을까?’ 짠해지며 우리 ‘잡채’ 생각이 나서 더 마음이 쓰였다. 물론 그곳에 계신 분들이 ‘심쿵이’를 잘 돌봐주고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의 눈으로 보니 걸리는 게 있었다. 스팸처럼 빠알간 혀하며, 도툼한 발가락과 귀여운 콧잔등이 자꾸 생각나는 정말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심쿵이’였다.

'잡채' 생각으로 더 심쿵한 '심쿵이', 저 두 발 어쩔거니?
숲 속 카페

 휴양림 숙소에 위치한 커피숍은 전망이 아주 좋았다. 음료 값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망 값이 추가되었다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가 아까 갔던 ‘대둔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아름다운 산자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가족 모두 말없이 시선을 멀리 던지고 있었다. 한참을 자연 속에 젖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불안정한 회사에 남아 정리하느라 고단했을 남편, 시험을 끝내고 성적으로 마음이 복잡했을 막내, 학교 공부와 임원활동,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몹시 분주했던 둘째, 그리고 취준생으로 이번 여행에 참여하지 못한 첫째까지……. 저 높은 산자락을 한눈에 훑듯이 우리 가족의 올해 상반기 모습들을 되짚어 본다.  
딸래미가 사 줘서 더 맛있었나?
이곳은 진산 자연휴양림으로도 불리나 보다.

 힘들고, 지치고, 때론 외로운 장면들도 많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렇게 두 발로 건강할 수 있음이, 이렇게 함께 여행할 수 있음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깨닫는다.

이제 또 시작하자. 열심히 살자.
이번 여행에 못 온 큰 언니를 소환해서 찰칵!
의리있는 세 자매 ㅎㅎ
대둔산 자연휴양림 산책로 여기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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