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출발!
그런데 갑자기 강원도라니! 인천에서 오전 내내 빌빌거렸는데 갑자기 강릉에 와 버렸다. 머물 곳도, 여행할 곳도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무계획적으로 떠난 것이다. 그것도 쾌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며!
안목해변
찌는 듯 무더위 속에서도 ‘안목항’은 낭만적이었다. 아무렇게나 입은 나 같은 여행객에게도 세련된 배경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커피의 거리’라니……. 중년의 마음도 설레게 했다.
예전 강원도의 힘이 빛을 잃었나 싶게 휴가철임에도 예전처럼 사람들로 바글거리지 않아 어쩐지 짠한 마음마저 들었다.
안목항
이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울릉도행 배를 탔을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여행을 기원하며 그 어렵다는 독도 접안의 행운도 함께 하기를 응원했다.
강릉과 커피
예술의 전당 분점으로 만난 ‘테라로사’를 보고 본점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커피와 함께 먹을 고소한 빵이 이미 다 팔려 아쉬웠기 때문일까? 아니다. 오랜 줄 서기도 잘 참아냈다. 또 부저가 울려 커피 나올 때까지도 얌전히 잘 기다렸다. 그러다 햇빛 쨍쨍한 날이었음에도 흥건하게 물이 고여 질척거리는 화장실 바닥을 보고는 미련 없이 이 공장을 나와 버렸다.
아침에 먹은 얼큰한 곰치 국이 커피를 더 당기게 했을까? 식당 내부가 온통 예술적 볼거리로 가득 찬 미술관이었기 때문일까? 세련되고 정중한 바리스타 때문이었을까?
강릉, 해변, 커피
30대에는 커피를 단 한 잔도 안 마셨다. 40대는 식후 달달한 믹스 커피로 하루의 피로를 풀어내려 했다. 어느 해 달달한 다방커피를 찾아 지인들과 헤매던 인사동 거리 속의 나는 40대 중반이었다. 이제는 매일 드립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