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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Oct 23. 2019

내가 가진 단점을 세 배 진하게 가진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을 보니 내가 보이더라!

 내가 가진 단점을 세 배 정도 진하게 가진 사람을 만났다.

 나의 단점이라……. 떠오르는 수많은 나의 단점들……. 내가 가진 단점이 게으름일 수도 있고 지나친 소심함이나 참을성 부족일 수도 있는데……. 생각 난 김에 나의 장점과 단점을 단순하게 정리해 보았다.     

♡단점♡
참을성이 부족하다.
예민하다.
자기주장이 강하다.
배려심이 부족하다.
속이 좁다.
경쟁을 두려워한다.
수다를 좋아한다.
남에게 관심이 많다.
목소리 톤이 높다.
속마음을 쉽게 드러낸다.
즉흥적이다.
모험심이 부족하다.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아이들(자녀)에게 섭섭해한다.
자랑질을 삶의 활력으로 삼는다.    
♡장점♡
일처리가 빠르다.
예리하다.
책임감이 강하다.
논리적이다.
정의감이 높다.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유머감각이 좀 있다.
명랑 쾌활하다.
아이들(학생)들을 좋아한다.
목소리가 젊다.
발음이 명료하다.
겉과 속이 같다.
검소하다.
부모님께 잘한다.
매사 긍정적이다.                

당연히 주관적인 생각의 결과이지만 정리의 끝은 이렇다.    

 그 사람과 내가 겹치는 단점은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부분이다.

첫 만남부터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의 기운을 느껴 강한 캐릭터임은 짐작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자기주장을 넘어 아집과 고집으로 심지어 ‘폭력’이라는 단어를 동반하여 그의 얼굴을 떠올릴 지경까지 이르렀다.

 상대방에 대한 편협한 시선, 무서울 정도의 자기 확신,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자존감, 타인의 실수를 대하는 용납하지 않은 자세, 주변인을 눈치 보게 만드는 싸한 분위기 조성, 이유를 알 수 없는 태도 돌변까지…….

 물론 탁월한 일처리 능력으로 집단에서 대우받는 축에 들지만 누구를 가리지 않고 함부로 뱉어내는 그만의 자기주장 앞에서는 무례한 인간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사람을 보니 내가 보이더라!    

 그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언행에 따른 스트레스 지수가 나날이 커질수록 내 마음 한 편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 그의 자리에 나의 모습을 투영하자 과거 내 주변인들의 모습이 되살아 나타났다.     

내가 나 혼자 떠들어댔을 때 이 마음이었겠구나!
내가 정의감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들이댔을 때 이런 생각을 했겠구나!
내가 빠른 일처리를 요구하며 설레발치었을 때 이런 마음을 가졌겠구나!
내가 상대방의 실수에 매우 단호했을 때 이런 아픔을 느꼈겠구나!    

 글 제목에서까지 ‘나는 그와는 다르다’를 강조하고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라며 자기 합리화로 빠져나가려 버둥거려보지만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의 그림자 끝에 나의 모습 한 자락이 있음은 분명했다.

고개가 절레절레 도리질을 할 정도로 끔찍했다.

 본인만이 돋보여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모습에 대들기로 했다. 자기 집안 인양 마음껏 성질부리는 그에게 반항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세어도 세어도 엄청 세! [쎄도 쎄도 드럽게 쎄!]“ 라며 나와 함께 그를 평가해 주었고, 누군가는 미움받을 용기를 선택한 나를 응원한다며 지지해 주었다.

 그동안 무시할 수 없어서 무서웠는데 (사실 엄청 쫄렸었다.) 이제는 무시할 수 있어서 무섭지 않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걸로 문제 삼아 포악을 떨다니……. 충분히 무시해도 될 깜냥의 인물로 전락시켜 버렸다.    

 내 인생에서 절대 중요하지 않은 인물!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기로 했다. 엑스트라 축에도 끼지 않은 인물 때문에 내 감정을 소모시킬 필요가 없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 나를 관리하기에도 벅차기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 따위는 깨끗이 버리기로 했다.    

 앞서 열거한 나의 단점들을 다시 둘러보니 관리가 시급한 것이 몇 개 보인다. 내 인생에 느긋함과 부드러움을 한 스푼씩 더 추가한다면……. 조급함이 늘 문제이다. 천천히 기다릴 줄 아는 참을성을 키운다면 훨씬 향기로운 인생이 될 것 같다. 오십을 훌쩍 넘긴 지긋한 나이임에도 아직 추가할 것이 많이 쌓여있다니…….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요즘 나의 자리, 상대방의 자리가 뒤바뀌어 시뮬레이션이 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고정된 자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 예전 누군가가 나를 상대로 지금 나와 같은 글을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휴~~ 살아보면 살수록 살기가 참 어렵다. 정말 쉽지 않은 인생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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