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락 한방현숙 Apr 25. 2016

20141124, 월요일

어느 가을 아침

맑은 물 모여 모여

산 아래로 흐르고

낙엽들 여기 저기

바람 따라 내려 앉네.

 

두둥실 하나하나

이야기 서려 있고

내 마음 곳곳에서

그리움 모아지네.

 

바람 따라 전해지는 맑은 웃음 소리

발 담그며 손짓하는 환한 얼굴 표정

마지막 고이 입은 수의 적삼, 봉긋 버선발

내 손으로 느꼈것만 이제는 흔적 없네.

 

따스하던 손길, 보드랍던 고운 뺨

들려오던 숨소리, 마침내 눈물 한 방울

 

내 눈물 모아 모아

산 아래로 흐르고

추억들 사랑되어

가슴 속에 자리하네.

     
 2014.11.24.월요일

 그 날은 아주 맑고 쾌청한 가을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벌써 출근하여, 한창 학교생활을 시작했을 시간인데, 편두통으로 출근도 못 하고 침대에 누워 통증이 멎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앓아 오던 두통이었기에 그 날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줄 알았다.

  12년 동안 늘 아프던 우리 엄마는 병원에서 그깟 12시간을 못 넘기고 내 곁을 떠났다. 영원히 허망하게, 갑자기……. 30년 동안 날 괴롭히던 편두통이 엄마의 마지막을 살필 수 있는 은혜를 베풀 줄이야.

 수 없이 많은 말을 나에게 하고 싶었을 텐데, 단 한마디 말씀도 못 남기고 그렇게 가셨다.

  엄마 손이 아직도 따뜻한데……. 48년 동안 한 번도 나랑 떨어진 적 없던 엄마였는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하는 엄마인데, 나를 위해 온 몸 바쳐 희생한 엄마인데, 수많은 고비와 어려움을 이겨낸 엄마인데, 나의 아픔 우리 엄마가 한 순간에 허망하게 가셨다.

 몇 장 되지 않는 엄마의 사진들 중에, 엄마를 보내드리는 4일 내내 한 장의 사진을 떠올렸다. 어디 야유회라도 가셨을까? 개울 한 가운데 앉아 함박웃음 지어보이던 엄마의 모습, 옆에 신발 벗어 올리고, 시원하게 발 씻어 잠시 휴식이라도 가지는 편안한 엄마의 모습, 건강한 우리 엄마의 모습.

 아마 지금 그러하리라. 모든 짐 벗어 가벼운 마음으로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계시리라. 이렇게 건강한 웃음으로 우리를 보고 계시리라. 녹음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웃음 지으며 편안하시리라. 훨훨 날아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계시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꽃반지 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