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 같으면 벌써 출근하여, 한창 학교생활을 시작했을 시간인데, 편두통으로 출근도 못 하고 침대에 누워 통증이 멎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앓아 오던 두통이었기에 그 날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줄 알았다.
12년 동안 늘 아프던 우리 엄마는 병원에서 그깟 12시간을 못 넘기고 내 곁을 떠났다. 영원히 허망하게, 갑자기……. 30년 동안 날 괴롭히던 편두통이 엄마의 마지막을 살필 수 있는 은혜를 베풀 줄이야.
수 없이 많은 말을 나에게 하고 싶었을 텐데, 단 한마디 말씀도 못 남기고 그렇게 가셨다.
엄마 손이 아직도 따뜻한데……. 48년 동안 한 번도 나랑 떨어진 적 없던 엄마였는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하는 엄마인데, 나를 위해 온 몸 바쳐 희생한 엄마인데, 수많은 고비와 어려움을 이겨낸 엄마인데, 나의 아픔 우리 엄마가 한 순간에 허망하게 가셨다.
몇 장 되지 않는 엄마의 사진들 중에, 엄마를 보내드리는 4일 내내 한 장의 사진을 떠올렸다. 어디 야유회라도 가셨을까? 개울 한 가운데 앉아 함박웃음 지어보이던 엄마의 모습, 옆에 신발 벗어 올리고, 시원하게 발 씻어 잠시 휴식이라도 가지는 편안한 엄마의 모습, 건강한 우리 엄마의 모습.
아마 지금 그러하리라. 모든 짐 벗어 가벼운 마음으로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계시리라. 이렇게 건강한 웃음으로 우리를 보고 계시리라. 녹음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웃음 지으며 편안하시리라. 훨훨 날아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