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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ug 15. 2022

뮤지컬 '데스노트' 관람

딸들이 이끈 새로운 세상으로!

 뮤지컬에 빠지면 가산을 탕진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단다. 아마 만만치 않은 뮤지컬 관람비를 이르는 말이리라. 그럼에도 뮤지컬에 빠져 기쁨과 행복의 최고 표정을 짓는 딸들을 바라보니 알 것도 같은 뮤지컬 매력이 새삼 대단하다 싶다. 수년 전, 결혼의 제일 조건을 뮤지컬 함께 보러 다닐 사람으로 꼽은 어느 후배의 얼굴도 오버랩되면서 그들의(딸들의) 뮤지컬 사랑(덕질)을 끄덕여 본다.

 아이들이 요즘 가장 최애하는 뮤지컬은 '데스노트'다. 오래전 홍광호의 연기 영상을 보여주며 저희들끼리 감격하는 날이 이어지더니 나에게까지 전파하느라 열일 중이다.  '데스노트'라.... 2,000년 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끈 일본 만화 정도로 기억하는 나에게 딸들의 유별난 애정은 매일이 신기하기만 하다. (딸들은 이미 두 번씩 공연에 다녀왔단다. 막내는 매번 혼자 관람하면서까지!) 게다가 좌석 예매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니 그들의 팬덤 문화가 낯설기만 하다.

♡ 뮤지컬 '데스노트'는 2015, 2017 공연에 이어 올해 3연 중이다.
♡ 뮤지컬 출연진 중 내가 아는 이름은 김준수, 김성철, 강홍석, 케이... 정도이다. (아! 김문정 음악감독도 있다.)
♡ 올해 충무아트센터 공연(4/1~6/19)에 이어 예술의 전당 연장 공연(7/1~8/14)이 이어지고 있다.

 

 홍광호에 빠져 '데스노트' 앓이를 연일 하던 첫째가 어느 날, 8월 공연 티켓팅에 성공했다며 환호성을 지르더니 엄마, 아빠 자리를 예약했다는 것이다. 거금을 들여 첫째가 우리 자리를, 세 자매는 각각의 자리를 예매하여 결국 다섯 가족이 뮤지컬을 관람하게 되었다. 낯선 세계로의 초대라니! 7월 중순부터 설레는 마음이 이어졌다.

♡ 8/7, 저녁 7시 공연을 보기 위해 3시간 전 출발했다.(무슨 국제공항 가는 줄!)
♡ 늘 지하철 시간에 쫓겨 뜀박질을 해야 했던 딸아이는 이렇게 여유롭다니, 를 연발했다.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처음 방문했다.
♡ 따로 마련된 포토 존과 캐스팅 보드 앞의 긴 줄은 여간해서 줄어들지 않았다.
♡ 로비에 있는 수많은 사람 중 우리가 최고 연장자일 것 같았다.
♡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오랫동안 줄 선 사람들의 얼굴들이 저마다 행복해 보였다.
♡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 토드 등)를 알게 되었다.
♡ 혼자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 등장인물의 모습을 코스프레한 사람을 흘깃거렸다.
♡ 옆에 있는 카페에서 2시간을 보냈는데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 우리 모두 1층에서 관람했는데, 4층에서 관람한 적 있는 막내가 말했다. 4층은 돈 받고 봐야 한다고...
♡ 오페라 글라스를 꼭 지참해야 할 이유를 알았다.
♡ 홍샤페어, 샤엘, 피켓팅의 뜻을 이제는 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을 맞이했다.

 고은성 배우의 청아한 목소리, 김준수 배우의 번뜩이는 열연, 강홍석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장은아 배우의 느린 듯 재즈 리듬 같은 목소리, 케이의 엄청난 가창력과 예쁨 등이 최고의 뮤지컬을 만들어 냈다. 서범석 배우의 진중한 목소리 톤까지...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생각해 보면 새로울 것 없는 단순한 내용임에도 이런 엄청난 감동을 만든 것은 오로지 배우의 연기와 노래, 연출과 음악의 힘 덕분인 것 같다. 대단한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브라보를 보냈다.

♡ '데스노트', 삶과 죽음은 오로지 신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인간이기에 선을 넘으면 안 되었다. '키라'가 되지 말았어야 한다.(라이토)
♡ 신 또한 자신의 영역을 인간에게 부여하면 안 된다.(렘과 류크) 신은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지어다.
♡ 내가 잘 안다고 하는 사람, 내가 낳은 내 자식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이토 아버지)
♡ 똑똑하다고 해서, 선하다고 해서 우리는 그 사람을 얼마나 착각하고 있을까?(라이토 동생)
♡ 내 마음대로 함부로 할 목숨은 어디에도 없다, 비록 사악한 살인자라 할지라도... 법과 정의에 대해 고민하던 고등학생, 라이토가 건강하게 자연스럽게 성장했다면...
♡ 나만 옳다는 것이 독선이고, 나만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독재인 것이다.
♡ 우리는 부족한 것을 서로 보완하고, 잘난 것을 서로 따라 하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 자신을 희생해야만 얻을 수 있는 사랑이라면... 어리석은 사랑이 슬프기만 하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미사)
♡ 인간을 사랑하고 마음을 주는 신의 모습이 거룩하다.(렘)
♡'데스노트'의 마지막이 결국 Death로 끝난다는 것이... 처연했다.

 무대를 보며 수업시간에 유용하게 쓸 막과 장에 대한 이야깃거리도 얻었다. 아이들에게 어두운 조명 속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무대장치만 설명했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기법과 환상적인 빛으로 무대를 바꾸다니... 구르는 듯 바닥을 타고 이동하는 책상과 침대와 소파 등이 신기해 그저 바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미디어 아트라 할 수 있는 공간 이동과 무대 장치는 환상적이었다. 빛으로 쏘아 내린 테니스 코트가 움직이며 라이토와 엘이 힘겨루기를 할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대단했다. 이렇게 멋지고, 환상적이고, 웅장한 무대를 연출하다니...

 온몸을 다해 노래로 연기하는 배우들, 땀방울을 연신 흘리며 맨발에 눈동자까지 연기하는, 적재적소의 애드리브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 감동을 전하는 배우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딸들 덕분에 n차 관람에, 덕질하는 새로운 세상에 다녀왔다. 무언가에 열광하거나 몰입하는 팬심 없이 뜨끈 미지근하게 살아왔기에 더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엄청나다는 홍광호의 무대를 못 본 아쉬움이 커져 나도 뮤지컬 마니아로 첫발을 뗄 수도 있다. ㅎ ㅎ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나도 모르게 '데스노트'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여러 번 관람으로 모든 장면, 모든 노래를 기억하는 딸들과 '선과 정의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늘도 딸들은 관련 여러 소식을 물어와 전한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 어쩌고저쩌고~~~ 라며) 딸들 덕분에 접한 새로운 세상,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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