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준비하는 이에게

딸 결혼 앞둔 부모의 리얼 기록

by 도시락 한방현숙

꽃피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가사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나이! 맞다, 가정에서도 세대교체가 한창 이뤄지더니 이제 곧 사위를 맞게 되었다. 큰딸이 결혼을 하는 것이다.


1년 동안 딸아이의 결혼식 준비를 지켜보면서, 30여 년 전 모습을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많이 느꼈다. 결혼의 과정이 이리 어렵고 복잡하다니, 20대 후반의 둘째 딸도 큰 숨을 내 쉴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풍악을 울리고 싶을 정도로 경사스러운 날! 결혼을 2주 앞둔 딸을 인터뷰하며 그 과정을 세세하게 살피기로 했다.


1. 예식장 정하기

봄이 시작되는 3, 4월의 좋은 날, 점심시간 전후의 시간대는 최소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식장 예약하기 전 일명 식장 투어는 필수 코스라고 한다. 서울 소재 예식장 중 예약금(5만 원가량)을 받는 곳도 있다. 호텔이든 일반식당이든 야외든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준비를 해야 마음에 드는 곳을 추가비용 없이 예약할 수 있다. 1년 단위로 식장 비용이 몇 백씩 인상된다고 하니 일찍 결혼할수록 이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계의 물가인상이 매우 부담이다.

물론 12월 크리스마스나 1월 새해 주간, 아주 덥거나 추울 때는 2달 전도 예약이 가능하다. 신랑 신부의 취향을 고려한 예식에 대한 로망이 중요하나, 사실 교통 편하고, 주차 공간이 넓고, 식사 맛있으면 하객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혼식장이다.


2.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샵 정하기

웨딩업계의 그 유명한 '스드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찍는 앨범 촬영에서 예식 당일 신랑 신부 화장까지 결혼 준비의 핵심 과정이다.


딸은 엄청 많은 플래너 업체 박람회를 다닌 후 플래너를 예약했다. 웨딩플래너들은 주로 예비부부에게 스드메 업체를 패키지로 묶어 소개하는데, 주로 신부를 공략한다. 결혼식의 모든 과정이 거의 신부의 요구와 이상으로 진행하기에 함께 결혼하지만 신랑은 들러리, 심지어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정도로 신부의 취향이 전적으로 결혼식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우리 딸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드레스 샵을 정하기 위한 투어를 할 때도 역시 예약금(5만 원에서 15만 원가량)이 필요하다. 꼼꼼한 계획에 따라 움직여도 예상하지 못한 비용과 단계별 선택에 따른 비용 추가는 늘 뒤따른다.

스튜디오 촬영 때 입을 드레스를 고를 때, 시간제한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드레스 샵에서 큰 비용을 내고 1시간에 6벌 정도 입어 보는데, 그중에서 고를 수 있는 드레스는 4벌 정도라고 한다. 그마저 제한 시간 안에 고르지 못하면 재피팅 비용이 추가되니 서두르지 않게 일을 진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 촬영을 위한 메이크업 샵을 정한 후, 당일 촬영을 돕는 일명 '드레스 이모'에게 주는 헬퍼비, 현금(30~40만 원가량)은 견적서에 있지도 않은 비용이다. 게다가 촬영 시 필요한 소소한 소품(꽃, 머리핀, 리본, 하트 등등)을 개인적으로 마련하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등 준비가 만만치 않다. 촬영 중 신부의 머리를 묶거나 풀어 분위기를 바꿀 때도 따로 미용사를 섭외해야 하는데 이 역시 견적서에 없는 내용이다. 때마다 비용 추가는 당연한 듯 따라오니 경제적 부담은 끝없이 이어진다.


스드메 패키지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웨딩플래너가 제시하는 ‘견적서’를 봐도 드레스나 메이크업 등 각 항목의 구체적인 원래 가격을 알 수가 없다. 기준 없이 '스드메' 가격이 천차만별이니 해마다 '스드메' 관련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했다. 정찰제를 하지 않는 업체가 많으니, 업체와 예비부부 사이의 불신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관련 자료(2014년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를 찾아보니 “서울 강남에만 웨딩 업체가 3,000여 곳이 넘는데 웨딩컨설팅 업체와 스드메 업체가 비밀계약을 맺어 가격을 담합해 소비자들이 세 가지를 하나하나 찾아가면 더 비싼 가격을 불러 컨설팅 업체를 찾게 만들고 있다”는 문제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스튜디오 촬영 때 DVD 구입과 사진을 고르는 비용까지 따로 청구하니 '스드메'의 길은 정말 험난하다.


2026년도부터 '스드메 정찰제'로 정책이 바뀌었는데, 가격표 의무게시, 추가 요금 사전 공지, 표준 계약서 도입, 위반 시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의 취지에 맞게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신혼부부에게 긍정적 효과만 나타나면 좋을 텐데, 그에 따라 스드메 가격이 인상(10~20%)되어 무의미하다는 말을 예비 신부에게 들으니 마음이 씁쓸하다. 심지어 계약을 취소하면 환불은커녕, 수백만 원의 위약금까지 떠안아야 하는 일이 생기니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3. 상견례

상견례 장소 예약을 위해 한 달 전부터 대기했다고 한다. 상견례 시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양가 논의와 합의(자식들 의견)에 따라 양가 선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결혼의 절차를 예비부부가 주도하기에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식으로 부모는 자식들의 결혼 준비 절차를 따르면 된다.


상견례 장소에 도착하니 딸과 예비사위가 엽서에 귀한 문구를 담아 난초와 떡, 술을 준비하여 우리를 맞이했다. 처음 만나는 어색하고 어려운 자리지만 원만한 분위기에서 인사를 잘 나눴다. 귀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결혼식 비용과 집 마련, 혼수에 관한 이야기는 일체 나누지 않았다. 모든 것은 아들, 딸이 맡아서 의논하고 결정한 후, 부모가 따르는 모습을 유지하니 민망하게 얼굴 붉히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양가 부모, 형제, 자매 등 10명이 모여 덕담과 칭찬을 나누니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예전에 우선순위였던 상견례의 순서가 뒤로 많이 미뤄진 것도 달라진 모습 중 하나이다.

4. 집과 혼수품 장만하기

집과 혼수품 장만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월세, 전세, 매입 등 다양한 주거형태와 지역별, 위치별 엄청난 금액의 차이, 부모지원, 대출 등 결혼비용 마련이 각양각색이기에 모든 것을 아우를 수는 없다. 형편껏, 분수에 맞게 감당할 수밖에 없는데, 주변 지인의 경우를 보더라도 몇 천부터 몇 억까지 다양한 지원 금액을 들어봤다.

자녀 결혼자금으로 기존 10년 간 기본공제 금액을 합해 총 1억 5천만 원까지 증여가 가능하다. 쉽게 마련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서울의 전세 값으로는 턱없는 액수라니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지역별로 결혼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꼼꼼하게 찾아볼만하다. 딸은 한국주택금융공사 '아낌 e-보금자리론' 상담을 통해 신혼집 마련에 도움을 받았다.


5. 결혼식 당일

결혼을 2주 앞둔 딸은 결혼식을 진행할 전문 사회자를 섭외하고, 사진사와 DVD를 예약하고, 식순(결혼식 축가, 덕담, 축사, 배경음악 등)을 구성하느라 여전히 바쁘다. 지난주에 동생들 예복을 마련하는 것으로 대장정의 결혼식 준비 기간을 마무리했다. 그 전주에는 혼주 양복과 한복을 고르는 일, 식장 뷔페를 시식하는 일을 끝냈다. 드레스를 예쁘게 입기 위한 다이어트와 피부관리도 일 년 내내 필수 과정이다.


기나긴 12개월의 결혼식 준비기간을 살피는데 신혼여행 이야기는 시작도 못했다. 청첩장, 모바일 청첩장 사진 선택, 직장에 돌릴 답례품 등등! 게다가 30년 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혼 문화, 프러포즈, 청첩장 모임, 브라덜(브라이덜) 샤워까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결혼식 준비과정 이야기다.


4월 5일, 오마이뉴스 기사로 채택된 글입니다.

https://omn.kr/2hnj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