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 어느 초가을 아침
자주빛이 잘 어울리는 가을이 왔다.
바람은 긴 소매 옷을 타고 들어와
목덜미를 차분히 안고 빠져 나간다.
하늘은 내 눈 맑은 곳으로 들어와
가슴에 풍덩 깊은 호수 하나 만들고
나는 하루 종일
일렁이며 그 호수에 빠져 가을을 느낀다.
자주빛 소국으로 단장한 호수는
국화꽃 흔들어 꽃잎까지 날리며
가을까지 잘 왔다고 향기로 쓰다듬는다.
봄날의 흔들림도
여름날의 뜨거움과도 잘 지내고
가을까지 참말 기특하게 잘 살았다고
가을은 여러 번 나를 안아준다.
비록 호수 얼음끼어
내 마음 튕겨내는 겨울이 올지라도
온전히 나를 내칠 수는 없을 거라며
미리 풍성한 칭찬을 쏟아 붓는다.
하루 종일
호수에 빠져 가을을 느끼고 나니
진짜 가을이 눈 앞에 자주빛으로
펼쳐져 있다.
내 눈도 가을이요,
내 앞도 가을이요
진짜 가을이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