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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익상 Feb 07. 2024

독서일기 파일럿

02

[우리는 근대화와 생태화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가치들을 향한 공격이 거세진 상황에서 과거로 잠시. 이 책에서 근대화/근대인은 생태에 반대되는 용어로 쓰인다. 저자의 20년 전 저작인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에서 ‘우리’는 <과학>이 <정치>와 거리두기를 기대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날아가는 시간의 화살에 실려 가며 그들 뒤로는 불행히도 <사실>과 <가치>를 결합하는 낡은 과거가 있고 앞으로는 <사실>과 <가치>의 구별이 마침내 날카롭고 분명해지는 빛나는 미래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자리를 비합리적인 것으로 지향할 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규정하던, 자유와 계몽을 향하던 사람들. 하지만 20년 전에도 느꼈듯 가치와 사실을 구별하는 미래, 즉 <과학>과 <정치>의 결정적인 구별을 볼 희망은 없다.

특히 기후 위기라는 문제에서 이제 우리는 가이아 앞으로 소환되었다. 우리에게 위협받으면서도 우리를 위협하는 지구. 이 책의 탐구는 마치 “가이아와의 임박한 대결 앞에서 근대화 전선의 여파를 등록하려는 것”일지 모른다. 미래를 만들려 하였으나 어떤 미래가 올지는 관심이 없었던 이들, <자연>과 <사회>의 구별을 통해 스스로의 좌표를 설정했던 이들은 이제 근대적이기를 그만두었다. “자신이 근대적이라고 믿었던 우리… 근대화의 끝. 이야기의 끝. 다시 시작할 시간.”


[다른 좌표계를 제안함으로써] 저자는 “우리는 결코 근대적인었던 적이 없다”를 같은 주장의 긍정적인 버전으로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일단은 질문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우리는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우리가 누구였나? 우리는 누가 될 것인가? 우리는 누구와 연결되어야 하는가? 지금부터 우리는 어디에 위치하는 것인가?” 근대성에 대한 탐구 없이는 접근을 시작할 수도 없는 역사인류학적, 비교인류학적 질문들이다. 탐구를 제안하는 이유는, “근대인의 모험을 특징짓기 위해 근대성이라는 주제를 유예함으로써” 대안적 버전의 가치들의 ‘경험’을 탐지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문자 <과학>은 객관성의 경험을 잘 보호하지 못했다. 01에서 다룬 일화에서처럼 객관성이 심각하게 도전받는 상황에서는 연구자들의 실천을 매우 다르게 묘사해야 한다. 재묘사 작업은 정치, 종교, 법 등 다른 가치들에 더 많은 공간을 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생태화의 문제틀 안에서 더 많은 가치가 공동 거주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이중의 분리’를 제공하려 한다. 첫째, 각각의 가치에 고유한 경험을 그것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으로부터 분리. 둘째, 임시적인 대안적 정식화를 경험에 부여. 또한 근대인의 재고 목록을 작성하는 목표를 위해(이는 무엇을 계승해야 할지 알기 위해서다) 다음의 세 구성 성분을 혼동하지 않으려 한다. 1) 근대인이 발명한 설명 2) 그 역사 속에서 공유 가능한 경험을 통해 그들이 고수해온 가치 3) 그 경험에 대한 저자 자신의 특정적이거나 논쟁적인 정식화(외교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듯) 제공할 장치도 순서가 있다. 첫째는 탐구 보고서. “독자들은 경험에 주어진 것에 부합하거나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것도 덧붙이거나 뺄 수 있다.” 둘째는 협상. “경험을 공동으로 재정식화하는 데 참여하는 일을 상상할 수 있다.” (‘장치’는 아마도 홈페이지와 관련된 것 같다.)

외교관이란 혼자서 옳을 수 없다. “외교관은 평화안을 제안하고 그것을 자신이 대표하는 사람들과 상대측이 검토할 수 있도록 보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표는 “탐구보고서이자 아마도 평화중재 과정의 예비 단계로서 역할을 하는 것”


슬슬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어서 넘어가게 되는 부분이 생긴다. 철학서에 가까운 책이기에, 그런 부분들은 2회독으로 이해하거나 1회독 하면서 떠올려가며 되짚어야 한다.


p. 29~35


색인어

근대인 moderns

생태 ecology

근대화 전선 modernization front

자유 freedom

계몽 enlightenment

인류세 anthropocene

가이아 Gaia

경험 experience

공동조사자 coinvestiga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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