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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익상 Feb 11. 2024

1장 탐구의 목표를 정의하기 1

벽돌책 쓰다듬기 1 <존재양식의 탐구>

1장의 서두는 세 개의 유닛으로 구성된다.

[1][연구자가 근대인들 속으로 현장조사에 나선다]로 대상의 가치 체계를 재구성하기 위해 파악하는 탈-영역적 방법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2][행위자-연결망이라는 관념 덕분에 영역 경계를 존중하지 않으면서]로  대상의 구성을 재조직화하는 관념 도구를 얻게 돕고,

[3][행위자-연결망 관념은 과정으로서의 연결망과 결과로서의 연결망을 구별할 수 있게 한다]로 그 세부 대상의 존재양식(아마도)을 연결하는 구성의 이중 양태를 구별하게 한다.

아직 시작이라 약간의 추측은 들어갔지만,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차근차근 좀 더 쓰다듬어 보자.


[1]은 “서구 사회“의 가치 체계를 재구성해보겠다는 인류학 연구자를 가정하며 시작한다. 그/그녀{원문은 she로 되어 있지만 번역서는 ‘그’로 통일했다. 애초에 ‘그’는 남성 대명사가 아니라는 판단이리라. 여기서도 이후로는 그로 쓴다.}는 출발부터 쭉 옳은/바른 능력-인식론-실천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원들(서구인들)을 통해 더 얻어간다. 그는 섣부르지 않고 간과하지 않으며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다룰 줄 안다. 그렇지만 시작은 어디서부터여야 하는가. 어쩌면 근대의 구획으로 가정된 영역인 <법>, <과학>, <정치>, <종교>, <경제> 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 영역의 구분이 정보원들에게는 중요할지 모르지만, 사실 영역은 그리 굳건하지 않다. <과학> 영역은 <정치>에 속할 것 같은 요소들로, <법> 영역도 <경제>로부터의 방문자나 탈주자들로 북적인다. 다른 기준점이 필요하다. 완전히 다른 조사 도구가 필요하다. 바로 “경계선이라는 것이 동질적인 두 가지 집합을 나누는 구분선이라기보다는 이질적인 요소들 간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통행 crossborder traffic을 증대시키는 선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는 조사도구”가.


[2]에서 그 조사도구가 등장한다. 라투르를 주축으로 하여 형성된 행위자-연결망-이론(ANT)의 행위자-연결망(actor-network)이라는 관념이다. 영역 경계를 식별하는 것 대신 무엇이든 주어진 요소의 연결을 따라가 그것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연결망들은 그 모든 오래된 영역들에서 차용되고 매번 다른 방식으로 재분배되는 실천의 요소들을 언제나 새로운 분절 방식에 따라 결합하며, 경험적 조사에 의해서만 발견될 수 있다.”


[3]에서 연결망을 무척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우선 그것은 철도 운송망과 같은 기술적 장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영역 관념으로는 머무르며 볼 수밖에 없으나, 연결망 관념으로는 따라가고 싶은 행위자들과 같이 이동할 자유가 생긴다. 이 용어의 세부 이점들: 1)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쉽다. 2) 이동되고 있는 것과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의 혼동을 피하며 흐름에 집중하도록 한다. 3) 연속성 제약을 설정하게 한다.(그러니까, 연결망의 행위자 중 하나가 중단되면 전체의 작동이 멈추는 것과 같은 일이다. 송유관이 누출되면 밸브를 닫아야 하는 것처럼)

그것의 이중 운동 double movement는 무척 중요하고 특별하다. 기술적 연결망이라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연결망(ex 휴대전화 연결망)은 ANT의 연결망(그 행위자들은 제도, 감독기관, 실험실, 수학 모델, 안테나 설치자, 표준화 기구 등등이다)의 뒤늦은 결과에 해당한다. a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순환하는 것 과 b그러한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배치. 그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다시, 직접인용이다.

따라서 같은 “연결망”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순환하는 것과, 순환에 필요한 이질적 요소들의 집합이 이루는 배치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라투르가 제공하는 예시와 함께 이해하면 쉽다.

가스관은 “가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강철관, 펌프장, 국제 조약, 러시아 마피아 단원, 영구 동토층에 고정된 철탑, 동상에 걸린 기술자, 우크라이나 정치인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불을 붙이기만 하면 되는 가스의 특성과 그러한 가스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연결망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전자는 생산물이고 후자는 실제로 존 르 카레 스타일의 소설이다.

(존 르 카레는 스파이물 혹은 첩보물로 유명한 소설가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처럼 영화화된 작품도 많다.)

그것의 중단이 발생했을 때 “연결망”의 두 의미(제자리에 있는 것과 그것을 제자리에 있게 하는 것)가 서로 만난다. 왜냐면 무엇이 중단을 초래했는지 그 행위자를 연결망을 더듬어 처음부터 다시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별되지만 보완적인 두 가지 현상” - 한편으로는 “불연속적인” 일련의 이질적 요소들을 모집 혹은 구성하게 하는 탐색적 작업(exploratory work - 연결망의 최초 구성이랄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요소가 제자리에 있고 유지되며 위기가 없을 때 “연속적인” 방식으로 순환하는 어떤 것 - 을 다루기 위해 연결망이라는 관념은 쓸모있다. 첫 번째 의미의 연결망 구축을 따라가면 두 번째 의미의 연결망 또한 따라갈 수 있다.


아 재미나다. ANT를 아예 몰랐더라도 설명 보면서 으아아 하면서 이해했을 것만 같은 명쾌함이 라튀르의 글 속에는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 엄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예시를 통해 와닿는 것이긴 하지만, 새롭게 세계를 보게 하는 경험이 ANT와 함께 가능해진다. 가족은 어떤 연결망의 현상일까? 너무 크다면 내가 지금 치고 있는 이 키보드는 어떤 연결망을 통해 작동하고 있을까?(답이 무엇이든 그것은 절대 하나가 아니다.) 이런 것들을 연습삼아 생각해 보면 너무 재미있는 것이 ANT다.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겠지.


연재물로 등록하고 싶은데 아이패드로 접속한 상태에서는 안 될 모양이다. 일단 한동안 또 그냥 써야하는가.


p. 55~62

아, 1장이 들어 있는 1부의 제목은 “근대인의 존재양식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색인어

가치 value

옥시덴탈리즘 occideltalism

이국주의 exoticism

행위 과정 courses of action

영역들 domains

연결망 netrwork

행위자 연결망 actor-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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