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몰랐다. 아무것도 몰랐다. 산후 조리원의 세계에 대해서 말이다.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몰랐던 걸 반성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았다. 정말로 중요한 세계라는 걸 말이다.
작년 겨울이었다. tvn 월화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봤다. 본방 사수하지도 않았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몇 번 본 게 다였다. 나에게는 그런 드라마였다. 아이 계획도 없었고, 임신과 출산은 먼 나라였으니까. 산후 조리원이란 시설에 대해서는 어설프게만 알고 있었다. 출산을 한 여성들이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 정도 머무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임산부에겐 의미가 남다른 곳이라는 것도 어디선가 들었던 거 같다. 그런 산후 조리원이 내게도 중요한 곳으로 다가온 것이다.
산후 조리원은 단순히 아이 낳고, 가는 곳이라고 하기엔 다차원적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나이, 직업, 학교 등 공통점 하나 없는 다 큰 어른 여자들이 단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난 지 삼분 만에 서로의 가슴을 훌러덩 까 보이며 순식간에 대동단결, 절친이 되는 지구 상 유일무이한 곳」이라고 드라마에서는 말했다. 마블 코믹스 어벤저스 급의 힘이 느껴지는 설명이다.
명확해졌다. 산후 조리원은 쉽게 결정하면 안 되는 곳이다. 분명히 아내의 의견을 잘 따라야겠느니라고 다짐했다. 임신과 출산은 드라마처럼 '격정출산느와르'와 같다. 아내는 직장을 다녔다. 그리고 프리랜서의 삶을 함께하며 일하는 여성이다. 임신과 함께 하나씩 정리하고, 또 정리를 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위해 엄마가 되어가는 삶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배가 부를수록, 몸이 변하고 감정의 변화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간도 보낸다. 출산은 또 어떠할까? 아직은 출산 전이지만, 드라마를 떠올려보면 과장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모유 수유를 하면서,
어찌나 생맥이 땡기던지 ㅠ,ㅠ
어떤 여성의 경험담을 읽었다. "조리원에서 유축했던 기억을 떠올렸어요. 유축하면서 젖소가 된 기분이었죠", "공포의 내진, 무표정의 간호사, 시댁은 아이만 바라보고, 남편도 아이만 챙기네요. 친정엄마 생각에 눈물이 왈칵.."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임산부의 감정과 고통은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진다. [산후 조리원]이란 드라마는 대성공은 아니었어도, 분명히 많은 여성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던 드라마였다. 산후 조리원이란 세계는 그런 곳이었다. 달콤하지도, 씁쓸하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곳. 달콤 쌉쌀한 세계.
코로나 19가 많은 단절을 만들어 놓는다. 가족, 지인, 일, 친구까지. 그리고 미래의 친구들까지도 말이다.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엄마들을 위해 직접 방문 상담이 어려워졌다. (진짜 중요한데.. 시설도 봐야 하고, 가격 상담도 받아야 하고, 식사, 관리 시스템도 직접 확인을 해야 했다. 후기만 믿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멘붕..)
안타까운 건 현재 다니고 있는 산부인과 연계된 조리원 예약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썩 괜찮은 산후 조리원도 없었다. 출산율이 낮다는데 조리원이 부족한 건가 싶었지만, 현실을 인지하고 서둘러 조리원 스터디를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음식, 시설, 청결, 친절, 마사지, 유축, 비용...' 그렇다. 다 중요했다. 그 어떤 것도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드라마에서의 최고급 시설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진짜 괜찮은 곳을 찾아야 했다. 아이를 낳고, 바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태어날 아이가 처음 병원 밖, 가야 하는 곳이기에 더욱더 그랬다.
산후 조리원에서 엄마들은 바빠 보였다. 격정출산느와르 속에서도 공모전이라도 하듯, 조리원 구석구석을 소개해주었고, 우리 아이 모델 오디션이라도 보듯 세상 예쁜 신생아의 모습을 뽐내주었다. 하루 세끼 그리고 간식까지 철저한 식단 분석과 만족도 공유는 보너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마사지다. 만삭 그리고 출산 직후의 산모들은 온몸이 부어있고, 마사지 전과 후의 몸의 변화를 흔쾌히 세상밖에 노출했다. 정확히는 예비 조리원 후배들에게 말이다. 이 모든 게 사실은 느와르 속 그들의 낭만이 아니었을까.
천천히 예전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10개월 동안의 아이를 지켜낸 최소한의 소확행이지 않았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와의 적극적 만남을 가지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준비하는 예비 모의고사 같은 시간을 보내는 달콤한 순간들을 보내는 것 같다.
그러한 낭만이 충분히 느껴지는 곳,
아내는 생각지 못한 비용에 고민하고 걱정을 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남편으로서 말했다.
다 해야지, 좋은 곳으로 가자.
편하게 쉬다 와
다행이다. 서로가 만족스러워했다. 상상 속 세상이길 바라고 있는 지금이다. 무엇보다 한 번쯤 조리원 갔던 사람들은 말했다. 후회 없이 결정해야 한다고. 몇 십만 원 아끼다가 후회한다고. 남편은 찍-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잘 지켜냈다. 단아와 아내를 위해 더 벌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반성의 말을 보탠다. 코로나 19로 남편의 출입이 통제될 전망이라고 한다. 한 번은 와도 되지만 출근과 퇴근, 외출 등 내부에 안전을 위해 바깥 남자들은 통제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최종 협의는 아직이지만, 아내는 혼자서 최대한 편히 지내는 곳이니 신경 안 써도 된다는 말들을 했다. 오호라.
사실, 조금은 신났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가져보는 2주의 싱글모드에 잠깐 방심했고, 혼란스러워했었다.
반성한다. 나도 남편이자, 아빠다. 아이를 보고 싶고, 아내가 걱정되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건강히 잘 쉬다 나왔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다. 1% 딴생각을 반성한다. 99%는 사랑..!
내년 봄이 되면,
산후 조리원 2편을 발행할 예정이다.
격정출산느와르였는지, 아니면 천국 같은 2주였는지 궁금하니까.
대장정의 끝,
낭만스런 산후 조리원이 되길 기대하며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