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곱하기 산후 고통

단아야 어서와, 세상은 처음이지?

by 왕태일

안녕, 단아야.

내가 아빠란다.



D-day가 지나버렸다. 임신 40주를 꽉 채우고, 벌써 2일이 지나버렸다. 어허? 이거 무슨 일이지? 만삭의 아내와 슬슬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노산이어서 더 불안한데 왜 안나올까 하는 마음이 컸다. 사실,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예약한 상태였다. 마음 편히 낳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자연분만의 기회?!'를 맞이하는 걸까 하는 내심 기대도 되었다. 물론 산모와 아내의 건강이 최우선이겠지만, 아내도 조금은 자연분만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거 같다.


말이 씨가 되는 순간,

긴장도 잠시 수술을 앞둔 당일 새벽에 일이 터졌다. 양수가 '뽀옹'하는 소리와 함께 잠든 우리를 깨웠다. 의외로 태연하게 움직이는 아내는 화장실로 들어갔고, 그사이 나는 잘 준비된 입원용 캐리어를 점검했다. 동시에 병원에 전화를 걸어 '응급상황'임을 알렸다.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당직 의사 선생님은 엄마의 골반에 아이의 머리가 껴 있어서 예정된 수술을 권장하셨다. 자연분만이 가능하지만, 하루를 진통으로 보낼 수 있다는 엄포를 내셨다. 아쉽긴 했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우리는 예정된 수술을 위해 4시간을 기다렸다. 오전 9:00,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출근하시고, 바로 수술실로 아내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기다리란다. 이놈의 코로나!! 도대체 보호자가 뭘 할 수가 없다. 드라마나 주변 분들한테 들어보면 머리끄덩이도 잡혀보고, 탯줄도 잘라보고, 현장 목격을 함께 한다고 하던데 전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2022년 2월 15일 오전 9시 16분

3.44kg, 딸 단아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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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는 새빨간 거짓말!

여보, 괜찮아?



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순식간에 벌어졌다. 건강하게 잘 태어났고,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몸무게, 태어난 시간 등 기본적인 정보만 알려준 채 간호사는 단아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수술 후 30분 만에 재활실에 외롭게 누워있는 아내를 만났다. Oh, my god!! 처음이었다. 실눈을 뜬 채 추위에 벌벌 떨며 수술 통증으로 부르르 떠는 아내의 모습을 말이다. 항상 건강하고, 웃는 모습이 예쁜 나의 아내가 고통받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안쓰러웠다. 누가 자연분만의 고통을 겪느니 차라리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는가!

산모마다 상황이 다른 듯, 아내는 수술 직후 병원에서 4박 5일의 회복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갓 태어난 아기가 되어있었다'



첫날은 거의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물도 마시지 못했고, 생전 처음 몸에 소변줄이라는 것도 달았다. 엄청난 수술 부위 및 자궁 수축에 의한 극심한 통증은 곱절로 찾아왔다. 실시간 찾아오는 신음 소리에 남편이 되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오롯이 아내 스스로 버티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깔끔한 시설과 친절한 3교대의 간호사 분들께서 시시때때로 방문해서 돌봐주고, 진통제를 적극적으로 투여해주신 덕분에 첫날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이런 고통을 겪었다면, 정말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빠들이여, 남편들이여, 잘하자. 여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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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보행의 시작,

슬슬 고개를 들어보자.



고백하자면, 병원에서의 4박 5일이 예상되자 맘카페를 통해 tip을 얻었다. 코로나19로 외출금지가 되어있기 때문에 남편의 간식을 미리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컵라면, 햇반, 커피, 과자, 과일 등 다양한 간식거리들을 덤으로 챙겼다. 노트북은 기본이고, 여벌의 옷도 챙겼다. 캐리어를 보면, 흐뭇한 미소가 번질 정도로 말이다.

반성한다. 초보인 우리는 아무것도 손대지 못했다. 그녀는 침대에만 누워있고, 옆에서 편하게 노닥거릴 순간이 쉽게 찾아오지 못했다. 아내는 둘째 날이 되어 침대 상측을 구부리기 시작했다. 소변줄을 강제로 떼고, 1분이면 다녀올 화장실을 10분이 걸려야 했다. 그것도 함께 들어가야 한다. 아내는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일련의 것들을 남편인 나와 공유해야만 했다. 아니, 해결해야만 했다. 회복을 위해, 우리는 부부니까-


반복된 패턴이다. 드디어 음식다운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거북이보다도 느리지만, 부축을 받으며 걷기 시작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살기 위해 용을 쓰는 존재 아니었던가! 아내는 태어난 아이를 보러 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노력했다. 하루 2번의 면회인데 저녁 면회 때는 꼭 보러 가고 싶다는 의지가 솟아난 것이다. 고개를 들고, 우리는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말이다.





단아야, 엄마야!

'벽을 넘어서'



코로나19와 수술 환자들에 해당될 것 같다. 아이를 낳는 순간 잠깐, 그리고 하루 만에 우리 세 가족은 상봉을 할 수 있었다. 하루 두 번의 면회가 정해진 시간에 허락되었다. 오전 11시에 10분, 오후 7시에 10분이다. 첫날 신생아 면회실 앞을 서성이던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유리벽만 쳐다보고 있었다. tv에서 보던 것과 너무 달랐다. 정시가 되더니, 뿌옇던 유리벽이 투명하게 안을 비춰주었다. 바로 안 쪽에는 투명한 베이비 박스가 5개가 놓여있었고, 그 안에는 꼬물꼬물 거리는 하얀 속싸개를 입은 신생아들이 누워있었다. 천사들의 춤사위가 아닌가 싶었다.


근데, 누가 내 딸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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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하게 생긴 아기들이었다. 얘도 쟤도 다 예쁘고 귀여운데, 누가 내 딸일까? 순간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미안했다. 어쨌든 '왕단아' 태명을 보고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10분, 큰 유리벽 사이로 서로 들리지도 않았지만, 벽을 사이로 혼잣말이 이어졌다. 유리벽에 딱 붙어 있는 옆 자리 엄마들도 혼잣말을 하며, 휴대폰에 아기의 모습을 담느라 열정이 대단들 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저녁 면회가 되었을 때, 아내는 회복에 전념한 끝에 이틀 만에 나의 부축을 받으며 단아를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 셋, 왕조시대 패밀리의 첫 가족상봉의 순간이다. 우리가 낳은 아기였다. 옆자리 아기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온전히 우리 단아에게만 온 신경이 몰입되었다. 1분 1초가 아깝기 때문에 두 개의 휴대폰으로 영상과 사진을 담아냈다. 머리숱, 눈, 콧대, 콧구멍, 입술, 턱, 볼살, 꼬물거리는 몸놀림까지 놓칠 수가 없었다. 가족 상봉이 이런 걸까? 큰 유리 벽을 넘은 가족의 평화통일의 순간이다.





아내는 드디어 자유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산부인과에서의 4박 5일은 반복적인 루틴이다. 8시에 아침을 먹고, 가볍게 복도를 걸으며 걷기 운동을 시작한다. 겨우겨우 화장실을 가고, 부어있는 다리와 푹 꺼진 배를 마사지하며, 자궁 수축으로 인한 통증 등의 고통을 감내하며 하루를 이어간다. 뒤돌아보면 배가 고프기 때문에 12시에 때맞춰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또 걷기 시작하고, 또 걷는다. 낮잠을 잘 땐 유일하게 남편에게 허락된 자유의 시간이다.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거나, 못했던 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인스타그램에 출산의 소식을 알린다. 그렇게 오후 5시에 저녁을 먹고, 또 걷고, 겨우 화장실을 두세 번 다녀오면 면회 시간이다. 이 얼마나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인가 싶지만, 병원에서 시스템화했을 게 뻔했다. 간호사들의 행동과 말투를 들어보면, 그 어떤 산모도 벗어나질 않았던 거 같다. 하루가 지나면, 걷기 시작할 것이고, 이틀이 지나면 음식을 자유롭게, 사흘이 지나면 복대를 느슨하게 하며, 마지막 사일 째가 되면 슬슬 퇴원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렇게 시스템 안에서 고통을 느끼고, 반 강제적인 의지 투약을 통해 아내는 보다 빠르게, 전보다 힘찬 걸음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나의 아내, 현주 씨

4박 5일, 인생에서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고통스러운 시간인데 잘-이겨내 줘서 고마워요.

3.44kg으로 순산한 딸, 단아를 보니 누가 봐도 우리 두 사람의 작품인 거 같네. 잘했어. 사랑하고-


이게 끝이 아니잖아, 13박 14일의 산후조리원 생활이 시작될 텐데 멀리서 가까이서 서로 지켜주고, 더 사랑하기로 해요.


마지막에 무슨 말이냐면, 역시 코로나 때문에 조리원은 보호자 출입이 금지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 남편에겐 자유를, 아내에겐 회복과 동시에 짧게나마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된다는 의미라고 다들 그랬다. 하지만 모두 틀린 말이었다. 자유도, 평화도 아니었다.


To be continued...


왕태일DREAM

왕조시대 Jr. 단아를 드디어 만났다.

https://www.instagram.com/baby.wangjo.jr/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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