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케터 정신을 끄집어냈다. 새롭게 이어지는 유니버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궁금했고, 담고 싶었다. 주로 엄마들의 영역이었고, 남편의 글이 흔히 보이는 건 아니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임신과 출산'의 감정들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임신이라고?! 좋아!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자 쓰-윽
'마케팅'을 업으로 하다 보니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어쩌다 보니 벽이 높은 브런치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특별한 에피소드가 필요했다. 3개의 '임신 에피소드'를 통해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이 가능해졌다. 그러다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분야는 의외의 감정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에피소드와 우리의 감정들이 기록되기 시작했고, 쌓일수록 모두 우리의 역사였다.
으악! 3D 초음파 사진을 처음 확인했다. 일반 초음파를 수 없이 찍으면서 만나온 아이는 반가움과 함께 알 수 없는 설렘이 가득했다. 기술력이 좋아진 걸까? 3D 초음파에 나타난 모습대로 태어난다는 말을 듣고는 약간의 당황을 하게 되었다. 아내가 뭐라고 잔소리처럼 한마디를 던졌다. "여보 닮았잖아! 코 어떡할 거야" 하하. 참.. 지금의 내 코가 어때서 그런가 싶지만, 하필 아들도 아니고 '딸'이기에 내심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수많은 지인들의 딸들이 아빠를 닮은 모습을 볼 때마다 속으로 놀렸던 나를 반성한다.
"단아야, 미안하다. 부디 엄마를 더 닮길 바랄게" 남은 기간 동안 기도해보기로 했다.
임신이라는 축복과 다르게 불편하고, 불안한 기억들이 가득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입덧'이다. 임산부마다 다른 보이지 않는 '덫'에 걸리고 말기 때문이다. 아내는 '냉장고 냄새'라는 덫에 걸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야만 하는 냉장고인데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식사를 할 때마다, 물을 꺼낼 때마다, 넣고 뺄 때마다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는 '불편한 감정과 고통의 순간'을 토로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람마다의 '입 덫'을 모아 보면 어떨까 싶었다. 저 중에 하나는 있을 텐데, 소리 없이 찾아오는 덫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기억나는 건 '코로나19'이다. 임산부에게 코로나는 엄청나게 불편한 '덫'이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10개월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편하게 돌아다닐 수도 없고, 가끔 편하게 카페에서 쉴 수도 없다. 최근엔 '강화된 방역패스' 때문에 강제 집콕에 시달리기도 했다. 행복한 시간과 여유 있는 일상의 루틴을 통해 안정을 찾아야 하지만, 팬데믹은 오히려 지루하고, 불편한 환경을 만들었다. 배 속의 아이는 얼마나 아쉬웠을까? 엄마와 아빠를 통해 다양한 공간과 분위기 속에서 엄마의 경험(감정)을 겪으며 성장을 하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이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임산부에게는 보이지 않는 '빌런'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얼어붙은 경제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임신을 하며 가족을 완성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단아'가 배 속에서 잘 자라고 있다. 다만, 인생은 참 계획처럼 되는 건 아닌가 보다. 10년 동안 지구력 있게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른 비전을 갖게 된 이상 더 이상 머무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직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다. 어쩌면, 선택보다는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떠밀듯이 '홈페이지를 만들고, 마케팅을 통해 돈을 벌어보기로 했다'
점점 코로나 19는 심각해진다. 2만 명, 3만 명이 훌쩍 넘어가기 시작했고, 아내의 배는 점점 크게 불러갔다.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만삭의 시기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퇴사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은 이때부터 들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 만큼 아내를 위해, 배 속의 아이를 위해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2022년 새해 계획을 많이 세웠지만, 대부분 올 스톱했다. 아내와 함께 산책하고, 식사 준비하고, 청소하고, 단아를 맞이할 준비를 하나둘씩 해결해나갔다. 임신 다이어리도 만들고, 만삭 사진도 찍고, 병원도 같이 다니면서 가족의 완성을 준비했다. 일정 조율이 필요가 없다. 뭐든지 같이 있으니까 말이다.
'퇴사'는 어쩌면 운명 같은 '출산휴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정의 평화를 이루어냈다. 남편들이여, 아이를 가졌다면 퇴사를 해보면 어떤가! 충분한 시간으로 불안한 시기에 '평화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참, 신기하다. 임산부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 '걷기'라는 것을 말이다. 걷기는 전신을 움직이는 운동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에 열도 나고, 자연스러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임산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만삭일수록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골반도 벌어져야 하고, 코어에 힘도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되도록이면 매일 하루 1시간씩 걷기로 했다. 정말 추운 날이 아니라면, 빠지지 않고 걷는다. 천천히 걷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동네의 이곳저곳, 이색 가게, 이색적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매일이 다르게 새로운 공간이, 눈에 띄는 주변의 썸띵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한 시간이 참으로 짧게 느껴질 때가 많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들리는 대로 대화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추억도, 어제도, 오늘도 모두 이야기의 주제가 된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가벼운 대화로 기분 좋은 산책이 이어졌다. 아내는 걷기를 매우 좋아했다. 나는 걷기보다 바퀴 달린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는 걸 좋아했다. 지금? 당연히 걷는 게 매우 좋다. 천천히, 손잡고 걷기. 그리고 묵묵하게 또는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취미가 생긴 것 같다. 임신 중 가장 의외의 발견이라고 한다면 '걷기를 통한 부부의 대화'이지 않을까?
오해하면 큰일 난다. 수십만의 예비 엄마들한테 크게 혼날게 뻔하다. 모든 임산부를 존경한다. 다만 의외로 10개월을 되돌아보면 조용했던 거 같다. 산부인과도 한 달에 한 번. 엄마와 다르게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는 편이라고도 했다. 태교도 특별하지 않았다. 태몽도 꾼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아내나 나나 임신하고 유난스럽지가 않아서일까? 생각보다 빠르게 10개월이 꽉 채워져 갔다. 정말 소소하게, 천천히 보고, 듣고, 먹고, 나누고, 공부했다. 어쩌면 인간으로 태어나 성인이 되고, 부부가 되어 아이를 갖게 되었다. 어쩌면 모든 게 자연의 순리에 따른 결과이지 않을까 싶지만, 수많은 단계에서 우리는 '선택'을 하며 결과에 '책임'을 지며 살고 있을 것이다. 큰 맥락 아래서 '임신'이라는 게 우리 부부에게는 '큰 선물이자 행운'이지만, 어쩌면 앞으로의 인생을 이어가기 위한 작은 도약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유난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그렇게 40주, 280일이 꽉 채워졌다.
나는 올해 마흔 살의 아빠가 될 예정이다. 길지 않은 '나의 감정들을 기록했다'
어쩌면 다음 편은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
왕태일DREAM
왕조시대 Jr. 단아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