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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태일 Jul 27. 2023

누가 창업 하라고 했어?

나는 독립꾼입니다. ep.08

아무튼,

창업이나 할까?



인스타그램에 검색을 해봤다.

#창업


약 155만개가 넘는 '창업'의 수를 확인했다.

실제 '창업'을 한 사람들이 많기도 했지만, '창업 디자이너, 창업 개발자, 창업 코칭' 등 예비 창업자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창업'하기 좋은 나라였나?




01.

본질은 '나'로 부터

시작된다.


나는 2021년 12월 정식으로 '퇴사자'가 되었다. 한 직장에서 10년 동안 근무를 했고, 대리로 입사해서, 과장, 팀장, 부장, 본부장으로 승진을 거듭하며 작지만 탄탄 광고 회사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했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무엇보다 힘이 되는 동료가 있는 조직, 크리에이티브가 남다른 광고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나의 몫은 극히 일부였을지 모른다. 다만 회사는 10년 동안 규모의 성장을 거듭했고, 국/내외 어워드에서 상을 타는 것은 물론 인바운드 중심의 영업을 통해 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은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었다.

누군가에겐 흔히 '고인물'이었고, 또는 일 잘하는 '본부장'이었다. 회사에서는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큰 책임이 따랐지만 어쩌면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


"나의 다음은 어디인가, 지금 잘 성장하고 있는걸까?"


10년 전부터 '퍼스널 브랜딩'의 중요성을 알았고, 주변 동료들 대비 네트워크에 힘을 쏟았던 때가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마케팅 커뮤니티를 10년 동안 운영했고, 3년 동안 독서 모임을 운영했으며, 다양한 기획, 광고, 마케팅 등 시간 나는 대로 만나고, 기획하고, 모임에 참여했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인터뷰가 늘어났고, 강의의 횟수도 많아지던 때가 겹쳤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급변했다. 최근 몇년사이 혁신적인 기술력과 조직력 그리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 브랜드 컴퍼니가 대거 등장했다. 근무하던 회사도 결코 뒤쳐지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규모가 성장할 수록 전통적이고, 수직적인 조직화가 되어갔고, 경기 불황에 따라 인력감축, 복지축소, 인재이탈 등을 겪으며 불신과 저조한 성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조직의 리스크는 곧 '나'의 리스크가 되었다. '책임'이다. 그게 무엇이든 나는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조직을 꿈꿨던 몽상가였는지 '책임' 보단 '회피'를 통한 '미래를 계획하고 싶었다'



2021년 드라마 '원더우먼'에서 한주그룹 법무팀장은 한 평생을 근무했던 회사에 사표를 내며 '회장'에게 말했다. '조직이 변하지 않으면, 조직원이 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이다. 퇴사를 결정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큰 변명으로 적합했다. 결국, 나는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나는 독립꾼 입니다.

02.

'사업 잘 할 것 같은데?'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추운 겨울이 되었다.

2022년 1월, 퇴사 후 '계획'이 없었다.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코로나19를 조심스럽게 피해다녔다.


그래서 '계획하지 않으면 몹쓸병'이 생기는 체질이라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계획했다.

하지만 직장생활 15년을 하다보니 '이직'을 빼놓고는 할 수 있는게 막막했던 게 사실이다.

계획을 '일'로 세워야 했지만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착각했던 모든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며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나'를 인지하기 시작 했을 땐 한 없이 모든게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사람을 만났다. 잘 아는 사람, 가끔 만났던 사람, 지인, 인스타그램 팔로워, 친구, 전 직장 동료 등을 만났다. 사업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비슷한 얘기를 나에게 전했다.


사업하면 잘 할 거 같은데..?


부담스러운 칭찬이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기분 좋은 피드백'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듣게 되는 걸까? 남의 일이라고 쉽게 얘기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충분히 가까운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반가웠고,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오랜기간 자주 듣던 말이기도 했다.


적극적인 성격 때문,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 광고 회사를 오래다니는 충성심, 한 우물만 파왔던 전문성, 기타 모임을 통해 '리더의 이미지'...대부분 외향적 사업가의 기질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사업'을 하고 싶었다. 5년 전까진 그랬다. 결혼도 했고, 직장에서 거듭 승진을 했고, 최근까지 저조했던 성과를 더 올리고 싶었던 상황이었던터라 '사업'생각은 낡은 다이어리 속 한 장에만 보관해두었다. 퇴사 후 1개월 동안 보관해둔 메모를 꺼집어 낸 것이다. ''너 잘 할 것 같아'' 때문에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용기를 얻고 '사업을 상상'했다. '브랜드 광고,마케팅'업을 기본으로 하는 회사였고, 실무를 잘 하는 리더이자, 기존 고질적인 문제가 많은 '광고 대행사'가 아닌 적극적으로 밀착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꾼들이 모인 공동체 집단이길 원했다.


그렇게 나는 '대표'가 되었다.

1월 일반사업자를 만들었다. '사업가'라는 직함을 갖는 건 너무 쉬웠다. '나는 사업가입니다.'라고 마음만 있다면 서류를 만들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쉬우니 너도나도 '사업해봐'라는 거였을까?


사업하면 리스크가 무엇인지, 사업가의 태도는 어때야 했는지

사업하면 과연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인지, 사업은 도대체 뭔지...그 누구의 피드백도 흔치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찾고 싶다.


누가..창업하라고 했는지 말이다. 결혼한 유부남들이 꼭 하는 말들이 있었다. ''결혼해봐''...그 뒤는 말이 없었다. 비슷하다. 창업해봐..이후의 말은 없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사업 얘기는 하지만 속 쓰린 리스크는 언급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요즘 힘들다라는 말 밖엔..


속았다. 난 지금 '사업하는 남편이자, 아빠이자, 브랜드 독립 기구 [우리는 왕조시대]를 이끌고 있는 리더가 되었다. 겨울이 많이 추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태일 DREAM | MARKETING DIRECTOR


https://brunch.co.kr/magazine/freelance Ep.01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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