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립꾼입니다. ep.12
창업을 했다. 정확히 회사를 설립했다. 추상적인 목표였던 '법인'이 되어버렸다. 자본금도 있고, 주식도 가지게 된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나름 기분이 좋다. 하지만 '기분'을 만끽하기엔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봤다. 2021년 작년엔 약 9,206,659개의 사업자가 존재했다. 일반 사업자가 8,028,710곳이며, 신규 1,297,819곳, 폐업 819,190곳이다. 신규대비 약 65%가 폐업이었다. 법인 사업자의 경우엔 1,177,949곳이며, 그 중 신규 159,606곳, 폐업 65,983곳이다. 약 40%가 폐업을 했다.
창업한 주력 분야인 '광고업'을 보면 약 50%가 폐업했다. 경영에 문제가 있거나 제품 또는 인력 등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말일 것이다. 통계만 봐도 '사업'이라는 건 엄청나게 힘든 업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창업한 건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건 수익을 일으키겠다는 마음
사실 법인을 만들게 된 건 업의 특성이자 규모 있는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 마케팅' 대행업을 메인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규모 있는 기업을 만나 경쟁 PT를 진행했고, 비딩 규모 약 10억원으로 책정된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다.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 또는 일반사업자'로는 '신뢰 및 전문성'이 담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법인 설립을 통해 관련 서류 제출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튼, 예상보다 빠르게 '법인'을 설립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프로젝트가 진행 되면서 '매출'이 발생했고, 수 많은 파트너사, 거래처, 외주사 등과 협업을 통해 일을 하다보니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돈은 붙잡을 수가 없었다. 들어오는 건 그냥 찍히는 숫자일 뿐이다. 그렇게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고, 창업 후 3개월 만에 '첫 수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사실, 아내가 가장 좋아하고 응원해줬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회사원이 아닌, 회사 대표로서 오직 실력만으로 '돈'을 벌수 있을까라는 계속되는 의심과 기대를 번갈아가며 일상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전 직장때 받았던 월급보다 더 큰 소득이 발생한 것이다.
수익을 발생시킨 것도 잠시였다. 직접 발로 뛰며 돈을 벌게 되었지만 세무사와 몇 번의 상담과 세금 등에 대해 조금의 교육과 공부를 해본 결과 씁쓸한 이슈들에 봉착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법인'은 또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내가 열심히 발로 뛰어 벌었지만 나는 '존재'로부터 월급을 받거나, 인센티브를 통해 세금을 내고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막상 창업 후 첫 월급날을 정하고 받았을 땐 조금 심란했다. 아니 섭섭했다.
내가 번 돈은 결국 내 돈이 아니다.
회사 돈이었다. 그냥 쓰거나, 돌려놓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사용했을 땐 모두 '횡령'이었다. 맙소사.
결국 아내와 상의 끝에 매달 20일로 정했다. 월급을 받기로 한 날을 말이다. 나는 그렇게 직장 생활하던 때와 똑같이 정해진 날 '월급'을 받게 되었다. 아, 조금 다른 점이라면 직접 이체하고, 원천세, 지방세 등을 직접 내는 거다.
그래도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 다른 점이라면 뭐가 있지? 라고 묻는다면 '버는 만큼 더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일반 기업의 인센티브를 받는 '영업'사원들과 비슷하다. 당연히 잘 벌면, 잘 받게 직접 조정하면 되는것이다. 물론 모든 '돈'을 쓰는 조건은 '세금'을 내야 하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벌어야하는 거다. 물론, 인센티브를 따로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세금문제'가 상당히 많았다. 부가가치세, 법인세, 원천세, 지방세, 각종 납부 해야 할 일이 매달 발생하고 있다. 월급쟁이가 되면서도 수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독촉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많다.
뭔 세금이 이렇게 많을까 싶지만, 회사 다닐 땐 분명 경영, 총무팀에서 하던 일일 것이다. 지금은 내가 다 할 뿐이겠지. 월급을 받기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회사의 법인 통장을 직접 관리를 하다보니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벌어 놓은 돈은 고정이지만, 나가는 돈은 계속 발생했다.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은 요즘이기 때문에 월급을 없애고 싶을 때도 있었다. 물론 유치한 생각이다.
아무튼 나는 월급쟁이가 되었다. 창업을 했지만 '숫자'로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법인의 존재'가 생겼고, '존재'에게 월급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회사의 대표를 하지 말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돈을 버는 건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아..그렇구나!
어쨌든 나는 '창업 후 다시 월급쟁이'가 되었다.
연봉협상은 '법인' 그리고 '나', '나' 그리고 '내'가 하게 될 것이다.
월급쟁이..알빠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월급'이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태일 DREAM | MARKETING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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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립꾼입니다. Ep.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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