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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태일 Jul 27. 2023

창업은 마약이다 Ⅱ편

나는 독립꾼입니다. ep.11

과거의 기록

경험이 자산



'창업'이라는 의미에는 수 만 가지 뜻이 담겨 있다. 그중 창업가에겐 '설렘'을 먼저 가져다주었다. '시작'이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생존'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월급도, 월세도, 대출금도, 보험도, 관리비까지 모든 '돈'이란 돈은 내가 감당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설렘'이 '생존'으로 바뀐 건 생각보다 빨랐다. 시간이 갈수록 간절해지는 기분이다. 그때였다. 과거의 기록된 나의 경험과 초보 영업사원인 내가 보낸 '메시지'에 피드백이 도착한 것이다.


창업하신 건지 몰랐어요. 그냥 인사인 줄 알았네요. 한 번 만나요!


인덱스를 나눠서 보낸 인사 한 마디가 수개월이 지나 뒤 피드백을 받게 된 것이다. 예상대로 바쁜 직장인들의 이러한 영업/홍보 메시지는 다소 가볍게 넘길 터였다. 어쨌든 만나자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던 순간이 떠오른다. 





01.

사업은 '설렘'이

아닌 '생존'이다.


전 직장에서 3년 동안 일을 함께 해왔던 광고주 측 실무자였다. 실무자는 시간이 지나 리더가 되었고, 더 큰 회사로 이직해서 브랜드 총괄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유명한 메이저 광고 대행사가 그 회사의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리더의 고민은 단 하나였다. 기존 대행사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및 아이디어가 아쉽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와 커피챗으로 부담 없는 시간을 보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왕조시대


기회였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협업의 기회가 있고, 그렇지 못하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2주의 시간 동안 세 곳의 회사와 함께 광고 기획, 크리에이티브, 퍼포먼스 마케팅(매체)을 준비했다. 브랜드 담당자들 대상으로 PT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임원, 대표이사까지 컨펌을 받았다.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 수주이자, 첫 프로젝트가 되었다.(첫 번째 수주의 건은 결과적으로 홀딩)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왕조시대

창업 후 첫 프로젝트였지만 예산이 억 단위가 넘어갔고 규모가 컸기 때문에 난황은 예상되었다. 다만 '생존'의 길목에 들어섰기 때문에 본 프로젝트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예산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창업 이후 '법인 전환'이라는 큰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게 되었다. 이보다 기분 좋은 결과가 또 있을까 싶었다. 설렜다. 주식회사의 대표라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법인'은 '나'보다 '법인'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나, 가족, 그리고 법인'이 추가된 것이다. 오 마이 갓..


광고 회사의

포트폴리오


수주부터 프로젝트의 과정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유했다. 수주 소식과 함께 비딩 금액은 가까운 지인들과 주변 업계에 카더라 정보로 확산되었다. ''사업 잘 되는 거 같더라, 돈 많이 벌더라, 잘 나가더라, 대단하다'' 등의 피드백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브랜드 사업, 광고 회사로서 첫 사업의 출발이 좋았기 때문이다.

달콤했다. 그 순간들이 여전히 기분 좋은 '설렘'이자 '안심'이었고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2022년 우리만의 '포트폴리오'가 생겼기 때문이다. 


4명의 배우들을 섭외해서 2분이 넘는 장편의 광고를 제작했고, 스트릿 걸스 파이터 출신의 댄스 크루를 섭외해서 뮤직 비디오도 제작했다. 뿐만 아니라 대세 개그우먼들을 섭외해서 웹 예능을 만드는 등 광고 및 다양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드는 게 힘을 쏟았다. 지금은 회사 소개서 내 4장 정도 분량으로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앞으로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게 사업이고, 생존의 길이었다.




02.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창업


우리나라 광고 업계는 사실 '수수료'에 대해 조금은 인색한 면이 있다. 대행사의 경우, 전문 서비스(브랜드 전략, 광고 기획,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준비 및 시안 등)를 제공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다만, 비딩을 통해서든 아니든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가까이 많은 인원이 투입해서 제안 또는 경쟁을 치르게 된다. 단독 제안이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선정되지 못한 회사에게 '탈락보증금' 명목의 수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행사에게 책임과 의무가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받는 회사에게는 아무런 책임과 의무가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정말 좋으면 진행하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 아니면.. 말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선배들을 탓할 수도 없고, 업계를 탓할 수도 없다. 그냥 모두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문제는 '기회'라는 생각에 '제안'이라는 '일'을 너무나 쉽게 주고받는 것이다. '생존'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PT를 진행했다. 수주를 했지만 프로젝트가 중단이 된 사례도 있었고, 실행 또는 단독 제안이었지만 대표이사, 임원급에서 경쟁 업체를 끌고 와 비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가이드가 변경된 사례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최악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별로 없다. 또한 제안 이후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예상 수익에 대한 기준이 변경되기도 하는 등 여러 이슈가 연이어 발생했다. 나에게 벌어진 일이자, 어쩌면 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흔한 일인가.


최근 3개월의 일이었다. 3개월 동안 제안 및 좋은 결과가 있었지만 모두 과거의 기록으로만 남겨졌다. 그동안 놀았나 싶지만 절대 아니다. 일만 했다. 수 백장의 제안서를 작성했고, 아이디어를 도출했으며, 그 브랜드에 빠져 지냈다. 대부분 피드백은 비슷하다. ''너무 좋았는데, 대표님이.. 너무 좋았다. 실무자들의 의견은.. 너무 좋았다.. 내년에 꼭 같이하지'' 결국 돈 한 푼 벌지 못했다.(실제로는 매출과 수익이 발생을 하긴 했지만 만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괴로웠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나의 몫이며, 나의 시간, 우리의 노력을 모아서 '투자', 올인한 결과였다.


@우리는 왕조시대



03.

불분명한 목적은

달콤함에 취할 뿐


취했다. 창업이라는 두 글자에 흠뻑 젖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법인'으로 전환을 했다. 또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뿌듯했고, 충분히 즐겼다. 한 동안 그렇게 지냈다. 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분위기는 180도 바뀌어 있었다. 아쉬운 결과였고, 수 차례 연이어 발생된 부조리 및 시작하는 작은 회사의 경험과 기회 박탈이라는 핑곗거리만 늘어나 버린 상황이었다.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긴장과 걱정 투성이었지만 일단 해보자! 했던 다짐들 말이다. 스쳐 지나갔던 긍정의 응원들도 힘이 되었던 올해 초였다. 그런데 고작 몇 개월 누구보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머릿속에 가득 찬 불안감은 왜 채워진 걸까?


창업을 왜 했지?

목적이 분명하지 못했다. 그저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큰 의미를 두었고, 시작과 동시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창업'이라는 멋진 의미에 '생존'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충돌해 버린 것이다.

지난 초여름, 우연한 계기로 광고 회사의 창업가이자 투자자 대표님을 만났었다. 그분의 말씀이 떠올랐다. 회사의 목표가 무엇인가 물었다. 작은 회사로서 돈을 잘 버는 것인지, 경영자로서의 성장을 통해 큰 사업가가 되는 것인지 궁금해하셨다. 쉽게 말해,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건지, 경영자가 되어서 회사를 키우고 싶은 건지에 따라 피드백과 투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창업에만 몰두했지 회사의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멋진 말들로 가득 채워져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변하지 않는 나의 가치와 태도는 있다. '브랜드의 힘'을 싣기 위해서 우리의 기획력과 크리에이티브로 브랜드의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


앞으로의 가장 큰 고민은 딱 두 가지다.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

'창업'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도모하는 것!' 우리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때


'창업은 마약과 같다' 고 했다. '중독'적이었기 때문이다. 멋지고, 흥미롭지만 '생존'이라는 불분명한 목적 때문에 어딘가에 취한 듯 불안감을 안고 도전을 거듭해야만 했던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 한 방을 위해. 한탕주의. 다시 한번 '창업'과 '생존'에 대해 점검을 해야겠다. 방법을 알고 싶지만 나부터 돌아보려고 한다.


창업... 왜 했지?


우리는 왕조시대

왕태일 DREAM | MARKETING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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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립꾼입니다. Ep.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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