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기록합니다.
아침 출근길, 늘 걷던 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날씨는 깨끗했고, 공기마저 드물게 상쾌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그 짧은 순간이 오늘 하루의 기분을 좌우할 때가 있다. 일상 속에서 찾기 힘든 작은 여유, 그 여유를 느끼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시야를 덮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인데도, 그 연기는 내 걸음과 호흡을 동시에 멈추게 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뜨거운 연기가 바람을 타고 그대로 내 얼굴 앞까지 밀려왔다. 순간적으로 코와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연기는 벌써 목 안쪽까지 스며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내 호흡의 공간을 침범한 느낌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출까, 피해 갈까, 아니면 그냥 빠르게 지나갈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었다. 좁은 인도였고, 길을 건너기엔 애매한 위치였다. 앞에는 느긋하게 걷는 한 남자가 있었고,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는 꾸준히 뒤로 흘러나왔다. 그 연기는 바람을 타고 일정한 속도로 내 공간을 향했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는 사람이 되었다. 이 상황이 짧게는 10초, 길게는 20초 정도였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복잡했다. ‘말을 해야 할까?’ ‘지나갈 틈이 있을까?’ ‘내가 예민한 걸까?’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밀려왔다.
불편함은 단순히 냄새 때문만이 아니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공기를 억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 그 공기 안에 담긴 무심함이 나를 더 불편하게 했다. 연기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선택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얇고 뜨거운 공기가, 타인의 호흡 속으로 스며드는 일은 너무 쉽게 일어난다. 그 순간 나는 누군가의 뒤에서 연기를 들이마시는 또 다른 존재가 되었다. 마치 내가 그 사람의 시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 그 장면이 나를 이상하게도 굴욕감처럼 만들었다. ‘왜 내가 이걸 감당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은 말하는 사람보다 말하지 않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불편을 느끼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짧은 시간을 버리면 그만이었다. 연기는 내 얼굴 앞에서 얇게 흔들리며 흩어졌고, 나는 그 흔적을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나 바람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도, 눈을 감아도, 그 연기는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걸음을 조금 늦추거나 조금 빨리 걷는 정도였다.
나는 걸음을 빠르게 했다. 그 남자의 옆을 스치듯 지나갈 때, 잠시 그의 옆모습이 보였다. 사실은 눈치를 주려고 했는지 1초 이상을 바라보면서 지나갔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표정 속에는 타인을 고려하는 흔적도,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감각도 없었다. 담배 연기는 그의 행동의 부산물이었을 뿐이고, 그 부산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중이었다. 이건 단지 그의 문제만이 아니다. ‘길거리의 흡연’이라는 익숙한 장면 속에는, 우리가 서로에게 가하는 아주 작은 침범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 순간 나는 깨달았다. 불편함은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감정의 현상이라는 것을. 실제로 연기 그 자체보다 더 불편했던 건, ‘말할 수 없다는 상황’이었다. 내가 말하면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 될 것 같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그 공기를 감당해야 한다. 선택지는 둘 중 하나인데, 둘 다 미묘하게 괴롭다. 결국 나는 침묵을 택했고, 그 침묵 속에서 또 다른 감정이 자랐다. ‘나는 왜 말하지 못할까?’ ‘이 작은 불편함 앞에서조차 왜 이렇게 조심스러울까?’ 불편한 감정은 일상 곳곳에서 피어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또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나 역시 어딘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작은 침범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그런 사람이었을까?
걷다 보니 어느새 연기는 멀어지고, 바람은 다시 맑았다. 조금 후 나는 출근길의 익숙한 골목에 도착했고, 그때야 숨을 편하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가슴 한쪽에는 여전히 그 순간이 남아 있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연기, 그 짧은 순간의 불편함, 말하지 못한 나,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느껴지는 또 다른 종류의 불편함. 이 모든 감정이 층층이 쌓여 묘한 무게로 남았다.
나는 경기도 하남 미사라는 작은 신도시에 살고 있다. 3기 신도시이기 때문에 꽤 깨끗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편이다. 아파트 단지도 많지만 가을 단풍으로 물든 나무가 즐비하고, 시야 곳곳에 그리 멀지 않은 산이 사방으로 놓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처럼 날이 좋을 때면 산이 정말 뚜렷하고 가을-겨울의 빈 자락까지 확연히 보이기도 한다. 그런 기분 좋은 맑은 하늘이었다.
흡연을 하는 사람들,
길에서 담배 연기를 만드는 당신
잠시 멈추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불편함을 기록합니다」
EP. 04 푸른하늘, 담배 연기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