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기록합니다.
아침 공기는 늘 하루의 기분을 결정짓는다. 맑은 날에는 기분도 가벼워지고, 흐린 날에는 자연스레 마음도 조금 눅눅해진다.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따뜻하고 깨끗했다. 출근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선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오늘은 덜 피곤하겠네’ 하는 생각을 했다. 월요일 아침, 공원 사이로 난 길을 조금 빠르게 걸으면 회사 역까지 이어지는 동선이 있어, 나는 그 길로 출근을 이어갔다. 아직 사람들이 나오지 않은 아침 7시 조금 넘은 시각이면, 공간 전체가 새소리와 나무 잎이 스치는 바람으로 가득하다. 내가 사는 도시가 이렇게 조용해지는 순간은 하루 중 이때뿐이라, 이 길을 지날 때의 감정은 늘 소소하지만 특별하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공원 사잇길의 끝자락에서 한 남자가 보였다.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손에 든 연초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전자담배도 아닌, 명확한 냄새와 연기를 가진 연초였다. 연초의 연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퍼지고, 냄새는 맑은 아침 공기에 더 선명하게 스며들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담뱃재를 아무렇지 않게 털었고, 그 순간 작은 불씨가 바람을 타며 흩어졌다. 방금 전까지 깨끗했던 공기가 순식간에 탁해졌다. 공원을 채우던 투명한 공기 위에 희뿌연 막이 드리워지는 장면은, 생각보다 더 큰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불편의 감각이 없는 사람들
나는 걸음을 잠시 늦추었다. 그가 만든 연기의 길을 피해갈까 고민했지만, 길 자체가 좁아 피할 곳이 없었다. 그는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이 뒤에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다. 혹은 알았더라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가벼운 행동은, 그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불편의 감각’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반대로 그 결과를 마주한 사람만 불편을 고스란히 감당하게 된다. 이게 바로 아침 공원에서 내가 마주한 상황이었다.
그는 연기를 내뿜으며 공원 끝자락까지 걸어가다가, 다 피운 담배를 손가락에서 툭 떨어뜨렸다. 꽁초는 펜스 아래 있는 얕은 물 속에 ‘풍덩’ 하고 빠졌다. 물은 밤새 맑게 고여 있었고, 햇빛을 받아 작은 반짝임까지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그 위로 담배꽁초가 천천히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상할 만큼 불쾌함이 밀려왔다. 버린 사람은 이미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고,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물 위에 떠도는 잿빛 조각과 공기 속에 남은 연기 냄새뿐이었다. 잘 가꾸어진 신도시, 새로 조성된 공원 길, 정돈된 아침 공기. 그리고 그 위에 무심히 넣어진 한 사람의 인성이 그 순간 겹쳐졌다. 화가 난다기보다, ‘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이 아직도 있구나’ 하는 혐오감 같은 것이 밀려왔다.
이런 장면은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 길가 화단 사이, 버스정류장 뒤편, 횡단보도 앞 도로 턱. 늘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에 담배꽁초는 남아 있다. 누군가의 입술에서 시작된 작은 연기와 잿빛 흔적이, 결국 또 다른 누군가의 하루에 침범해 들어온다. 담배꽁초는 작지만 너무 확실하게 남는다. 밟히기도 하고, 바람에 살짝 굴러가기도 하고, 누군가가 치우기 전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버린 사람은 떠났는데, 그 결과는 남아 사람들의 시선과 감정에 잔상을 남긴다.
불편함의 시작
불편함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 꽁초를 직접 밟지 않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불편함이 생겼다. 작은 행동 하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나에게 감정의 파문을 일으켰다. 이 불편함의 본질은 ‘더러움’이 아니라 ‘무심함’이다. 타인의 공간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 전체를 개인의 영역으로 착각하는 오만함, 그리고 그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는 일상성. 그 모든 것이 담배꽁초 하나에 압축되어 있다.
그 장면을 지나며 문득 떠올랐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런 방식의 ‘감정의 꽁초’를 남긴 적이 있지 않을까. 버린 사람은 잊어버리지만, 주운 사람은 기억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말 한마디, 무심한 표정, 자연스럽다고 믿는 습관, 혹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남긴 작은 파편들. 그중 어떤 것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하루에 불편함이나 상처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담배꽁초는 누군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쓰레기가 되지만, 감정의 꽁초는 말로 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깊게 남는다. 그 생각을 하니, 불편함에 대한 감정이 조금 다른 질문으로 옮겨갔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과거보다는 조금 더 솔직하게 질문을 한다. 그리고 듣고, 나누고, 필요하면 사과를 하거나 양해를 요청한다. 감정의 꽁초도 주워야 하니까.
불편함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기록하는 이유는 단순히 ‘혐오’를 적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의 행동이 나의 감정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 흔적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담배꽁초를 밟지 않으려는 본능은, 어쩌면 관계에서 불편한 말을 하지 않으려는 나의 태도와 닮았다. 불편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불편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결국 나의 하루를 만든다.
작은 다짐
아침 출근 길의 담배꽁초는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치우기 전까지 그곳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이 남긴 불편함은 내 안에서 이미 다른 형태로 바뀌고 있었다. 불편함은 때로 나를 예민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섬세하게 만든다. 남이 남긴 꽁초를 치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나의 행동으로 그런 꽁초를 남기지 않으려 한다.
오늘의 기록은 그래서 단순한 불편의 보고가 아니다. 타인의 무심함 앞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작은 결심이다. 불편함은 늘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되지만, 그 감정은 우리를 조금 더 깊게 만든다. 담배꽁초는 작지만, 그 사람이 남긴 인성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그 인성이 나의 하루를 흔들지 않도록, 이렇게 글로 정리한다. 기록은 결국 이해의 시작이니까.
「불편함을 기록합니다」
EP. 05 담배꽁초가 남기는 것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