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도구일 뿐, 생각이 먼저다

New Angle EP.91

by 왕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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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먼저다.


요즘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어떤 툴을 써야 하나요, AI는 뭘 써야 뒤처지지 않나요, 요즘 잘 나가는 창의적 도구가 뭐냐는 질문이다. 사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간혹 묻는 질문이기도 했다. 질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질문이 반복될수록 한 가지 확신은 더 분명해진다. 문제의 중심은 툴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점이다.


사실 도구는 이미 충분히 좋아졌다. 기획 초안은 몇 분이면 나오고, 이미지와 문장은 버튼 몇 번으로 완성된다. 분석도, 요약도, 비교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과물의 밀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왜일까-


콘텐츠는 넘치는데 설득은 약해졌고, 캠페인은 많아졌는데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줄어든 느낌이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판단의 깊이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생길까. 이유는 단순하다. 툴은 생각을 대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지금 이 브랜드가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이 선택이 브랜드의 방향과 맞는지 같은 질문은 도구가 대신 답해주지 않는다. 이 질문을 던지고, 붙잡고,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에 남아 있다.


요즘 브랜드와 마케팅이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기술은 앞서가는데 사고의 프레임은 예전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툴을 쓰면서도 결국 같은 구조의 기획, 비슷한 메시지, 익숙한 결론으로 돌아온다. 실행은 빨라졌지만 방향은 여전히 흐릿한 상태다.


일의 성패를 가르는 지점은 무엇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수 있느냐에 있다. 이 선택의 기준이 정리되지 않으면 툴은 오히려 혼란을 키운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판단의 기준은 더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경험에서 나오고, 반복된 사고에서 만들어진다.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더 빠른 실행력이 아니라 더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브랜드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 지금 풀어야 할 과제가 맞는지, 당장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은 아닌지. 이런 질문을 쉽게 넘기지 않고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결과를 만든다. 기술은 도와줄 수 있지만, 대신 고민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새해를 맞으며 새로운 툴보다 먼저 점검하고 싶은 건 생각의 기준이다.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 어떤 관점으로 판단하느냐가 올해의 결과를 훨씬 더 크게 바꿀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술은 계속 바뀌겠지만, 사고의 깊이는 쌓일수록 경쟁력이 된다.


그나저나 요즘 AI 도구는 뭐가 좋아요?

자조적인 말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브랜드 경험을 만듭니다.

브랜드 독립꾼 |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