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D라인이 있을까)
격변의 시기는 남일
결혼하면 흔히 겪게되는 변화가 있다고 한다. 격변의 시기가 찾아온다고 했다. 바로 '몸의 변환'이다. 살이 찐다는 얘기다. 오마이갓. 결혼 전이었다면 매일 다이어트가 일상일 테고, 점심은 간단히 샐러드로 끼니를 때웠을 것이다. 저녁엔? 술을 마셨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며 맥주를 한 잔 했겠지 싶다. 그 무엇도 아니라면 분명 야식 먹고 늦게 자고 아침에 얼굴은 붓고, 점점 몸은 고장나지 않았을까?
사실 위의 흔한 일상은 내 얘기는 아니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다. 누가 보면 부럽다고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내장 지방이 적고, 선천적으로 속근육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기초대사량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거 같다. 그래서 빨리 배고프고, 살은 당연히 찌지 않는다. 22살때까진 거의 57kg을 유지했고, 너무 말랐다 싶어 제대 후 운동을 하고 68kg까지 몸을 키웠다. 그리고 평범한 몸의 변화를 거쳐 흔한 일반 남자 어른이 된 지금이다. 거의 17년 째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긴데, 아이러니 하긴 하다. 결혼하고 남들은 다 살이 찌고 한다는데 난 그대로니 말이다. 오히려 빠졌다. -1.5kg(똥 한 번 제대로 누면 빠지는 몸무게라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아내는 결혼 후 살이 많이 쪘다. 아니, 쪘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해야 혼나지 않겠지. 왜 나만 살이 찌는지 묻는데, 그거야 본인만이 잘 알겠지 싶다.(근데 아내도 사실 잘 안 먹는 편인데...궁금하다. why are you gaining weight?) ㅋㅋㅋ
결혼을 하고,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여전히 둘다 몸의 변화를 겪는 가운데 엄청난 격변의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바로 '임신'이다. 임신이 무엇인가? 다이어트는 꿈도 못 꾸고, 먹고 싶은 거 먹고, 또 먹고, 아이 핑계로 먹고 또 먹고, 12시가 넘어도 먹고 싶은 거 먹고 또 먹는다는 그런 맘 놓고 먹어도 되는 허락된! 격변의 시기가 아닌가. 물론, 너무 불규칙하고,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 건 임신중독, 당뇨 등 좋지 않다는 점 참고 하셔라. 사실, 남편이기에 덩달아 허락된 시기에 드디어 살이 찌겠구나 내심(?) 기대를 했는데 아내는 입덧으로 먹고 싶은 음식도 못 먹었고, 이제는 매운 음식, 횟감은 입에 대지도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나도 못 먹는 음식이 많아졌다. 입덧이 지나도 '덫'에 걸린 건지 먹고 싶은 음식이 별로 없다고 한다. 오히려 살이 조금 빠지기도 했다. 다른 산모들은 10kg~20kg까지 살이 찐다는데 아내는 반대로 가고 있는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뱃 속에 있는 아이는 매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영양소가 골고루 전달되지 못하고 있을까봐 걱정이 되었고, 괜히 아이 핑계로 부담갖지 말고 먹고 싶은 음식 먹게끔 설득(?!)해보기도 했다. 입이 짧아졌는지 잘 못 먹는 아내가 무척 안쓰럽기도 했다. 그 와중에 잘 먹고, 안찌는 나라는 남편...답이 없다. 그래도 다행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뱃속에 있는 아이는 스스로 잘 크고 있다.
오! 커진다 커져
산모와 상관없이 아이는 스스로 잘 자란다고 한다. 물론 엄마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 더 할나위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양수가 많아지고, 아이도 점점 커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듯 싶다. 벌써 900g이 넘었고, 배도 몰라보게 커지는 거 같다. 옷을 뭘 입느냐에 따라 누가봐도 임산부라고 해도 될 만큼 배는 나오고 있다. 아니, 잘 나오고 있더라. 매일 시시때때로 배를 만지고, 함께 있다보면 몸의 변화를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지난 사진첩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배는 점점 나오고 있었다. 점점 D라인이라고 불릴만한 '임산부의 D'라인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기억될 이 순간, 우리 셋의 이름으로
요즘이라고 하기엔 좀 늦었지만, '만삭사진'이 유행이라고 한다. 셀프 사진 스튜디오나 산부인과와 거래 중인 스튜디오에서 마치 공짜인 마냥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 등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예비맘빠이기 때문에 매우 순수하게 영업을 당해보기로 했다. 주말 오후, 강남의 고급 주택을 리모델링한 스튜디오에서 '만삭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다. 사실, 만삭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오는 것 같고, 2차가 12월에도 있기 때문에 워밍업 차원에서 좋은 추억을 쌓아보이로 한 것이다. 우리의 촬영 테마는 '흑백촬영과 정장/드레스'를 입기로 했다. 결혼 2년 만에 입어본 맞춤 정장을 챙겼고, 역시나 몸매 관리 덕분인지 예비 아빠 답지 않게 수트는 잘 어울렸다. 자랑하는 것이다. 일단 배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정장을 무척 좋아하지만, 입을 날이 흔치 않은 요즘이었기에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다.(사실, 아빠이고, 남편이기 때문에 멋져보이고 싶은 건 항상 동일하다) 중요한 건, 역시나 아내였다. 아내는 첫 번째 촬영을 위해 레이스가 달린 하얗고, 기장이 긴, 슬림핏의 롱 드레스를 선택했다. 거울 앞에서 약간의 기대를 하고 서 있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잘 어울렸고, 예뻤다. 잘 먹지 않아서였을까 다른 층층의 산모들과 다르게 날씬해 보였다. (내 눈엔 너만 보인단 말이야..!!) 그리고 풀 메이크업을 한 두 남녀, 아내와 나는 2층에서 만났다. 채광이 좋고, 통창 밖으로는 가을이 물씬 느낄 만한 풍경이 가득채워져 있었다. 오랜만에 결혼 사진을 찍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하우스 웨딩을 했던 우리였기에 그때의 그 설렘으로 말이다.
S라인보다 D라인, 솨라있네!
처음이었다. 매일 집에서 보던 아내의 D라인이 유독, 섹시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누구보다 잘록한 허리위로 명확하게 D라인이 돋보인 것이다. S라인 보다 D라인이 왜 예쁘고, 아름다운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얀 롱 드레스가 아내의 온 몸을 휘감았고, 그 사이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단아'를 보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믓한 미소를 지울 수가 없던 것이다. 아쉽게도 현장 촬영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그리고 두 눈으로 D라인의 아내와 뱃속의 단아는 여전히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개인 촬영이 끝나고, 아내와 나 그리고 단아는 함께 했다. 처음으로 우리 셋은 전문가의 작은 렌즈 속으로 들어갔다. 흑백과 화려한 컬러의 사진으로 표현될 우리였다. 아내를 바라보고, D라인에 입도 맞춰보고, 7개월 동안 이렇게 몰라보게 라인이 살아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더 없이 예뻐보인 순간들이었다. 짧은 3시간 이었지만, 점점 더 불러올 BIG 'D'가 기대가 되더라.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여자로서, 엄마로서만 경험하게 될 'D'가 아내에게 행복한 'DREAM'이길 바라본다. "여보야, 정말 D라인 섹시하다. 살아있네~!"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