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예언들>
난 평범한 아빠
결혼하고, 사랑하는 현주씨와 나 사이에 소중한 아이가 생겼다. "아버님,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감동적이고, 마음속으로 울컥해버렸다. 나도 평범한 아빠들의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아이에 대한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표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반응이 없는 편이다. 예쁘고 귀엽다는 아이가 지나가도 고개를 끄덕끄덕 거릴 뿐이다. 아주 작은 아기가 우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동작을 할 수 없을 만큼 경직되어 버린다. 말을 알아들을 만큼 큰 아이들이 시끄럽거나, 울기라도 하면 괜히 인상을 쓰기도 한다. 난 그런 사람이고, 그런 남자다. 아이와 관련된 게 아니라면 표현도 잘하고, 감정도 리액션도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일까 난 그저 그런 아빠가 될까 봐 걱정이 들었다. 매달 초음파로 아이의 모습을 앱에 담아 구경을 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산부인과도 아내 혼자 가야 하기 때문이다. 몇 센티밖에 안 되는 아이가 꼼지락 거리며, 성장해가는 모습에 '성장'이라는 관점에서의 신기함과 대견스러움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다만, 매달 비슷한 초음파 사진에 약간의 루틴이 찾아올까 봐 걱정이 들기도 했다. 이런 아빠의 모습에 단아가 실망하면 어떡하지란 고민. 초음파 앨범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쌓여가는 초음파 사진을 방치하지 않고, 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엄마와 아빠의 설레는 감정을 담아 메시지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시작과 동시에 다시 쌓여가는 초음파 사진이었다.(미안해 단아야.. 다시 이어가 볼게요:))
예언들
다행스럽게 경험자들, 딸바보 남편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맘들이 예언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들이 아이를 낳고 나면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변화될 거라는 거다. 특히, 자기 닮은 아이가 나오면 본능적으로 유전적 연대감이 강하게 심어진다고 한다. '연대감' 참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다. 왠지 소속감,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쳐야 할 거 같은 느낌?! 무엇보다 '딸'일 경우엔 더없이 '딸바보'가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건데, 주변 딸 가진 동료들 친구들을 보면 좋은 뜻으로 참 '가관'이긴 했다.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 마음속으로는 기대가 크긴 했다. "나도 달라질 거야. 우리 '단아'가 세상에 나오면 진짜 좋은, 친구 같은 멋진 아빠가 되어야지!"라고 말이다. 그만큼 한 마디 한 마디 경험자들의 예언들이 한 편으로 기분이 좋긴 했다. 나도 달라질 테니까. 그런데 수많은 예언 중 마음에 들지 않은 예언이 있었다. 바로 '첫째는 아빠 닮는다던데'이다. 나도 봤다. 동료 아들이 아빠랑 붕어빵이었다. 신기했다. 친구 딸은 엄마를 닮았다가 4살이 넘어가면서 결국 아빠화가 되어가는 모습을 말이다. 상상해봤자 내 마음만 아프고, 내 딸만 손해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입체 초음파
그날이다. 임신 26주 차가 되면서 '3D 입체 초음파'라는 것을 하는 날이다. 입체 초음파란? 태아 외관에 입체영상을 제공하여, 얼굴 모습과 더불어 외형적인 부분을 좀 더 사실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검사이다. 손가락, 발가락, 구순개열 등 확인이 가능한데, 솔직하게 얘기하면 돈을 내면서까지 아이의 얼굴을 확인해보고 싶은 엄마의 바람이 조금은 담겨 있다. 부모를 위한 추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결국, 우리도 검사를 받았다. 현주씨 혼자 병원에 올라갔고, 한 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서 여유 있게 커피 한 잔 마시며 기다렸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가 오며, 다소 텐션이 올라간 목소리가 들렸다. 망했어. 아빠 코 닮았어 순간 멈칫했다. 예언들이 떠올랐고, 카페 안에 있던 작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뿔싸..."
날 닮은 너
임창정의 '날 닮은 너'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내용은 다르지만 왠지 구슬픈 노래가 더 와닿는 거 같다. 애써 침착하게 네이버 앱을 켜고, 검색을 했다. '아빠를 닮은 아이'가 궁금해졌다. 많은 뉴스와 논문, 글 등 정보를 취득하기 시작했다. 오!! 좋은 내용들만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신생아가 아빠를 닮을수록, 아빠와 유대감이 좋을수록 1살이 되었을 때 더 건강하다는 연구결과'라는 내용이었다. 뉴욕 주립 빙엄턴대학교의 연구팀은 715가정의 아이 건강상태를 분석했는데 아빠를 닮았을 경우, 천식, 병원진료/방문횟수, 응급실 방문횟수, 가장 오래 병원 머문 기간 등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었다. 아빠들은 '내 아이'라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아빠를 닮을수록 한 달기준 2.5일 더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도 길었다고 한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래서 일까? 애써 아빠를 닮은 나의 '단아'가 왠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났을까, 아내는 3D 초음파 사진을 눈앞에 꺼내놨다. 촤르륵 수많은 사진들 속에 유난히 날 닮은 아이가 눈에 띄었다. 주여... 어딘가 날 닮은 코를 가진 아이. 약간은 콧대가 낮아 보이고, 콧 평수가 조금은 여유 있는 귀여운 아이였다. 입술은 누가 봐도 엄마를 닮은 거 같았다. 그런데 막상 진짜 닮은 단아를 보았을 때 조금은 남다른 기분이 감도는 게 아닌가. "진짜 내 딸이네?!, 진짜 우리 닮았다!"
행복한 여자들이 최고로 예쁘다.
여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녀의 영혼이 반영되어있다.
-오드리 헵번-
위대한 계획
오드리 헵번의 명언을 읽어본다. 행복한 여자들은 최고로 예쁘다. 그녀의 영혼이 반영되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강남 어딘가에 있을 '성형외과'광고에 쓰인 문장이다. 얼마나 영혼을 갈아서 성형을 해주고 싶었던 걸까? 우리는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일단 단아를 위해 성형 저축을 시작해야 하는 건지, 옛날의 엄마들처럼 매일 코를 만져주며 콧대를 세울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조각가의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 건지 말이다. 상상을 해보면 웃프기도 하지만, 아내와 나 또한 코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부부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내 현실을 직시하며 너무 먼 미래는 잠시 잊어보기로 했다. 누가 뭐래도 단아는 우리의 딸이고, 나의 딸이고, 미래의 딸바보가 될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아이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우리 딸, 단아가 될 수 있도록 위대한 계획을 세우기로 다짐했다. 단아야, 내가 네 아빠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를 닮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