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 뽀글뽀글, 꼴록꼴록>
똑똑, 누구 계세요?
9월 16일, 태풍 '찬투'로 전국이 비 소식으로 가득찼던 날로 기억한다. 아니, 정확하다. 입 덧이 아닌, 입,덫을 겨우 벗어났고, 안정적인 단계로의 진입하는 시기를 보내는 중이었다. 아내는 임신 22주차로 접어드는 시기였는데, 나는 한 개의 카톡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방금, 태동 느낀 거 같아" 아내는 뜬금 없는 단아의 노크에 놀랐고, 나 또한 태동이라는 말에 기분 좋은 아빠 미소를 짓게 되었다. 정말 하루 하루가 재밌어 지고 있다.
태동(胎動)
태동이란, 의학적으로는 엄마 뱃속에서의 태아의 움직임을 말한다. 하지만, 보다 와닿는 의미로는 어떤 일이 생기려는 기운이 '싹틈'이다. 정말 우리나라 한자 그리고 뜻 풀이는 언제나 놀라울 만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다. 「근대 사회의 태동, 새로운 사회가 태동하기 시작했다,아기가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 같은 한자인 '태동'을 사용하고 있다. 기운, 움직임, 싹틈, 새로운, 에너지, 탄생의 이야기가 가득차 있는 태동이라는 단어는 단순 의학적으로의 움직임으로만 해석하기엔 아쉽다는 말이다 :) (내 이름도 태..일...)
단아의 첫 태동은 우리에게 신선한 의식을 갖게 해주었다. 태동을 느낀 임산부들은 비로소 "우리 아이가 정말 뱃속에 있구나"를 알게 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태동이 없거나,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움직임은 생존이고, 건강한 태아의 성장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임신 7주부터 태아가 움직인다고 하는데, 양수 속에서 지내다 보니 20주 즈음은 되어야 엄마와 아빠가 느낄 정도로 손과 발이 생겨서 툭툭, 찰 수있다고 한다. 신선한 충격, 엄마 아빠와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는 아침에, 저녁에, 그리고 자기전에는 꼭 단아와 대화를 시도해본다. "단아야 사랑해, 아빠 목소리 들리지? 밥 많이 먹었어? 오늘 잘 잤어?"라고 말이다. 매일 여러번,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아빠는 임부복 속 단아와 밀착하고 귀를 갖다 대는 의식을 치루고 있다. 매번 똑부러지게 반응을 해주진 않아서 때론 단아에게 섭섭함을 느끼지만 긴 침묵 후에 순간 '꼴록꼴록, 쿵, 쿵'하면서 응답을 해줄 땐 기분 좋음은 이루어 말 할 수 없이 크게 느껴진다. 단아의 태동은 우리 부부에게 좋은 에너지를 채워주고 있다.
반성문.
태동이 시작되면서, 한 편으로는 남자의 장난이었는지 예비 아빠로서 반성을 해본다.
밤마다 자기전에 단아와의 대화를 하다보면, 우연인지 뱃속에서 말을 걸어 오는 느낌이 든다. 태동이 느낄 때면 괜히 들떠서 배를 톡톡 두드리거나, 배를 쓰다듬곤 했다. 아뿔싸, 이런 행위는 자칫 단아가 불쾌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도 한다. 어항 속에 있는 물고기가 놀라는 것 처럼 비슷한 원리이기 때문일까? 가볍게 손을 배에 올려놓고, 조용히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음악과 좋은 생각을 건네주는 게 좋았을텐데 말이다.
늦었지만, 단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미안해, 많이 놀랬지? 장난치려고 한건데, 사랑해"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