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아빠도 이럴 줄 몰랐어
2018년 4월 16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 [북적북적 4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정원은 10명. 신청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는 나만 알고 있기 때문에 느슨한 관계에서 모임은 시작된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고, 각자가 읽어온 책을 북적북적의 'Book Review Paper'가이드에 따라 직접 정성스럽게 책을 소개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대화를 이어간다. 독서모임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소소하지만, 특별한 3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처음엔 서로 어색하고, 긴장감이 맴돌지만 어느새 본인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 거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에피소드에 감정을 담아 공감을 표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젊은 2030 중심의 독서모임은 자칫 '결혼해듀오'라는 오명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뭐 어쩌겠나, 말그대로 관계 중심의 커뮤니티이고, 다 큰 성인이니까 각자의 목표가 있지 않겠는가. 다만, 호스트인 나만이 개인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모더레이터로서 진행자로서 최선을 다해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절대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뭐가?"라고 묻는다면, 정말 순수하게 느슨한 관계속에서의 속 깊은 커뮤니티가 되길 바랐지만, 결국, 지금의 아내를 내가 만든 게임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하하하..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니깐. 그렇게 서른 여섯살과 서른 일곱살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아빠도 이렇게 될 줄 몰랐으니까:)
결혼이라는 꿈 같은 행복
2019년 9월 28일 토요일 오후 12시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아내와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한 날이다.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우리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하자며 하우스 웨딩을 기획하고, 스몰 웨딩 형태로 꼭, 축하받고 싶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었다. 북적북적 거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꽤 젊지는 않았던 거 같다. 남편은 서른 일곱, 아내는 서른 여덟살. 양가의 친인척과 부모님들도 연세가 지긋하게 잡수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그렇게 결혼이라는 꿈 같은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행복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사실, 우리 모두 결혼을 할거라는 예상하지 못한 삼십대 후반의 불투명한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어쩌겠나 선남선녀가 책 핑계로 눈이 맞고,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니깐 말이다. 정말 그렇다. 나 또한 막연히 마흔 살 정도엔 결혼해야지 상상만 해왔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결혼을 하게 된것이다. 그래서 일까, 사실 아이에 대한 큰 욕심도 없었고, 계획은 당연히 없었다. 남들은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아이고 예뻐라~, 옷입은 것 좀봐봐 너무 귀엽다~"라고 즉각 반응이 나오지만, 그 예쁘다는 아이를 쳐다봐도 나의 반응은 아주 소소하기 짝이 없었다. 표현도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속으로만 되뇌이기 바빴던 거 같다. "예쁜데...?, 저게 왜 귀엽지, 나라면..다르게 입혀야지.."라며 분석도하고, 바라볼 뿐인 날이 대부분 이었을까...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단아야
본격적으로 결혼 생활이 이어지며 삼십대 후반의 나이에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감정과 상황들이 교차하게 되었다. 그 무엇보다 혼란스러운건 아내와 나는 둘 만 붙어 있어도, 대화하고, 여행다니고, 알콩달콩 살림하며 지내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기쁜 것이다. "굳이 아이가 있어야 할까, 결혼하면 꼭, 아이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아이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만 하길래"외에도 정말 수만가지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특히, 다양한 정보를 얻으며 결론 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리스크처럼 앞으로의 아이가 태어날 세상이 과연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에 긍정적인 환경인가에 대한 큰 고민이 들기도 했다. 한 편으로는 이 또한 결론없이 그 누구도 답을 할 수 없는 세상살이었기 때문에 즐겁기만한 행복 속에서 어쩌면 불필요한 고민의 연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처남이 딸(세빈)을 득녀하며 많은 것이 변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무엇보다 수만가지 고민 끝에 아이에 대한 긍정보다 두 사람의 행복이 우선시 되었던 건 사실이지만, 아내는 첫 조카이자, 고모로서 일본에서 지내는 조카(랜선조카)에 대한 애정이 상상 이상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보니 의외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아이를 좋아했구나!?" 물론, 아동복 쇼핑몰 운영을 하기도 했던 걸 생각하면 아이에 대한 깊은 열망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경기권 신도시에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신도시 특성상 정말 많은 유모차 부대,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복잡 미묘한 만감이 교차되는 시점이다. 모두가 힘들다고만 하는 육아전쟁 속에서 엄마, 그리고 아빠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하다. 한 아이 아빠가 그러더라. 아이가 생긴다는 건 축복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인생설계를 통해 인생의 목적을 한 차원 다르게 계획해보는 긍정의 계기가 된다고도 했다. 결혼이라는 꿈 같은 행복에 '아이라는 큰 축복'이 더해진다면? 그렇다. 인생은 결코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아이를 가져야한다는 인생 설계를 시작하게 되었다.
마흔살의 아빠
매일 출근을 할 때마다 초등학교 담벼락에 많은 미어캣들을 만날 수 있다. 학교에 잘 들어가는지 궁금해하는 엄마, 아빠들이다. 요즘 결혼 초혼이 늦고, 아이 출생률도 낮아졌다던데 그래서 그럴까? 저~기 아빠는 머리가 참 하얗구나..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아직 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다. 아뿔싸. 비상상황발생?!
그 누구보다 늦게 결혼해서, 아이가 생긴 탓에 지금껏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외쳐온 나이지만, 점점 알 수 없는 부담은 '나이는 정확한 숫자에 비례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지금나이 서른 아홉살, 아내를 서른 여섯살에 만나, 서른 일곱에 결혼하고, 서른 여덟 짧지만 굵은 행복한 신혼을 즐겼다. 그리고 여러 환경과 조언, 많은 대화 끝에 서른 아홉 '우리 단아, 첫째 딸'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내년 마흔 살에 단아가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다. 아빠와 딸의 나이차는 최소 사십살...어떤 느낌인가 생각해보면,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졸업식을 가면 머리 하얗고, 주름 많은 중년의 아저씨가 떠올려지면 어쩌지?하는 거다. 요즘 우리 집의 가장 큰 고민은 예비 엄마, 아빠의 건강 그리고 또 건강이다. 특히, 아빠의 관절, 근육, 탈모, 에너지!까지 신경쓸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의 딸, 단아를 돌보기 위해서 반드시 하나씩 보완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 나는 마흔 살의 아빠가 될 예정이다. 태어나보니, 마흔 살의 아빠의 모습이 실망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남은 100일 그리고 앞으로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할 때. 건강하고 멋진 마흔 살의 아빠를 보여주고 싶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해보는 거지뭐 :)
왕태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