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덫

<생략>

by 왕태일

적은 안에 있었다.


예비 아빠가 되어버린 지금,

수 많은 설렘과 반복되는 걱정 그리고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아이를 갖고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내에 대한 사랑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신혼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의 감정이겠지만, 단아(태명)로 인해 내가 지켜야 할 더 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사랑해. 찡긋


아이를 가졌다고 주변에 소식을 전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묻는 게 있었다. 그것도 비슷한 보편적 질문들인데, "입 덧하는 중?", "입 덧은 심해?", "라떼는 말이야 입 덧 때는 블라블라..." 저마다 입 덧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낸다. 자랑을 하는 건지, 아니면 조언을 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추억팔이 였을까? 어쨌든 대다수가 입 덧의 힘듬을 예고해주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입 덧은 드라마에서 주로 격하게 마주했다. 바람난 남편의 불륜녀 또는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이지 않았는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면 '너...설마..?'하며 드라마틱한 전개가 펼쳐지게 되는 익숙한 장면들로 말이다.


시작.

입 덧이란, 임신 중에 느끼는 구역, 구토 증상으로 임신 초기에 발생되는 소화기 계통의 증세를 말한다.

중요한 건 생리적인 현상이라는 것이고, 말 그대로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괴로운 나날을 만들어 준다.

더 무서운 건, 임산부마다 원인이 다르고 분명하게 규정된 바가 없으니 동의보감 '허준'도 두손두발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온갖 포털 사이트와 맘카페에서 애로사항들과 각자의 입 덧 시기를 보낸 선배 맘들의 민간 솔루션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주도면밀한 방법을 안내해주지만 말 그대로 참고용일 뿐, 당사자와 남편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입 덧'이다. 그런 입 덧이 결국, 우리에게도 찾아오고야 말았다.


입, 덫

SBS 인기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양달희(다솜)'는 '구필모 회장(손창민)'에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욕을 먹으며 궁지에 몰렸다. 빌런 양달희가 선택한 건 '입 덧', 모두가 놀라며 분위기는 반전이 된다. 어쩌면, 드라마에서의 입 덧은 '입,덫'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바로 TRAP이다. 남을 헐 뜯고, 모함하기 위한 교활한 꾀를 의미한다. 어쩌면 입 덧은 모두가 환영하는 임신의 확신이자, 축하의 신호탄일지 모른다. 다만 임산부라면, 남편이라면 모두 한 번쯤 겪어봤겠지만 생각보다 반갑진 않다. 그래서 입 덧을 "입, 덫"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냄새에 놀라고, 상상만 해도 놀라고, 자다가도, 꿈에서도 입 덧을 했으니 말이다. 그 중 우리 집에 찾아온 덫은 '냉장고'였다. 결혼 1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모르고 지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냄새가 난다고 한다. 무슨 이상한 냄새, 무슨 머쓱한, 무슨 쾌쾌한..설명하기 어려운 냄새로 구역질이 난다고 한다. 냉장고를 닦고, 최대한 정리를 했다. 그리고 아내 몰래 냉장고를 슬-쩍 열고 닫았다. 돌아오는 건 가벼운 성질부터, 큰 짜증이 몰려오게 되었다. 난 아무렇지 않은데, 깨끗한 냉장고는 우리 집의 '입, 덫'이었다.


그런데 참,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냉장고는 하루에도 수 차례 열고 닫아야 하는데 말이다.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물을 마셔야 하고, 얼음도 꺼내야 하고, 아무튼 모든 건 냉장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의외로 힘든 덫에 걸린 거 같았다. 어느 땐 침실에 들어가 있을 때 냉장고를 열기도 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다행인건 덫에 걸리긴 했지만, 실제 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인데 어려운 시간이 이어지는 중이다. 그나마 남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건 등을 두드려 주는 게 다반사였다. 물을 누구보다 빠르게 가져다 드려야했고, 눈칫껏 조심하고, 덫에 빠진 아내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꺼내줘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결과론적으로 좋은 시기가 왔다.

입 덧은 어머니를 닮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장모님께서는 입 덧이 짧고 굵게 오셨다고 했는데, 아내도 덫에 걸리고 얼마 뒤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게 된게 아닌가. 그렇게 싫던 냉장고 냄새도 느끼지 못했고, 구역질도 사라진 것이다. 정말 감쪽같이. 항상 미간을 찡그리던 전도연 이마도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너무 반갑게:)

입 덧으로 굉장히 고생하는 사람은 약까지 먹어야 할 정도로 심하다고 한다. 덫이라는 게 그런 거 같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순간에 걸려들 수 밖에 없는 trap. 정답은 없지만, 그 순간엔 누구보다 침착하게, 지혜롭게 빠져나와야 하는 것이다. 인생도 그렇듯이.


아무튼 입 덧은 짧고 굵었던 입, 덫이었다.


읍...읍!!!!

왕태일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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