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으로 삶의 풍부함을 도모해 보기
인생에 정거장은 얼마나 될까?
기로에서 섰다.
나는 다시 어려운 길, 아니 경험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야 말았다.
그간 나의 직장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면 쌓은 경력을 뒤로하고 잘도 선회를 한다.
‘경력이 아깝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경험해 봐’라는 마음이 이겼다.
내 직장생활은 그래왔기에 진득한 맛은 없다. 하지만 후회도 없었다. 나에겐 직장보다 직업이 더 중요하며 내 직업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고 성장 혹은 풍부함을 채울 수 있다면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잘 나가던 조향회사의 대리가 심리학으로 전향하겠다고 그만두었을 때도 그랬고, 병원 루틴에 익숙해진 임상심리실 팀장이 연구직으로 갔을 때도 그랬다. 기로에 섰을 때 단박에 돌아서기보다 서성임이 더 길었다. 언제나 서성였다. 하지만 종이를 접고 나면 자국이 지워지지 않듯이 나 또한 그랬다. 정한길은 가차 없이 나아갔다. 언제 서성거렸냐는 듯이.
00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임상심리사를 거쳐 00 육아종합지원센터 상담전문요원까지 내가 미리 생각해 둔 길은 아니었다. 그저 살다 보니 흘러갔다고 해야 맞을 거다. 돌아보니 그렇게 정거장이 있었다.
이렇게 몇몇의 정거장을 거치는 경험을 하다 보니 뭔가 느낌이 왔다. 이 느낌을 언어로 정교화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서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로 퉁친다.
최근 예상치 못했던 여러 새로운 기회들이 들이닥쳤고 go, no go의 기로에서 나는 바빴다. 그러면서 5년 동안 책소개를 해왔던 라디오방송도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느낌이 왔다. 무언가 변화의 시점이 도래한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또 다음 정거장을 결정했다. 그곳의 일정은 또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허락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