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처럼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꽃
2014년 무렵에 모로코에서 처음 만났던 부겐빌레아꽃(Bougainvillea).
어느 시골길 휴게소에서 활짝 내리쬐는 햇빛아래서
화려한 색깔의 포엽속에 아주 작고 흰, 그야말로 응축된 꽃 송이를 숨기고 있던 꽃.
이 꽃은 남미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따뜻한 남반구 나라들과 아프리카, 동남아에서도 흔히 보이는 꽃인 것 같다. 혼자 출장을 많이 다니는 바람에, 혼자 산책할 일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길가에 혹은 어느 주택가의 담장에 활짝 덩굴째 피어난 부겐빌레아 꽃을 보며 위안을 받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 업무가 주는 부담감속에서 혼자 지내며 긴장감속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 그래도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 꽃길은 한 순간이마나 마음을 다독여 주어서 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곤 했었다.
이 꽃처럼 보이는 잎들은 사실은 포엽(苞葉, bract)이고, 자세히 보면 그 가운데에 작고 흰 꽃이 숨어있는데, 이 꽃이야말로 부겐빌레아 꽃이라고 한다.
모로코의 주택들의 흰 담장과, 그 위를 덮은 부겐빌레아 꽃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왔다.
이곳 인도에서도 지금 겨울이 끝나가는지 하루가 다르게 부겐빌레아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꽃을 보기가 참 어려웠는데, 우연히 재작년 가을에, 어느 비닐하우스 꽃농장 옆에 피어났던 부겐빌레아를 보고 참 반가왔던 기억도 있다.
꽃 사진을 많이 찍으면 나이든 거라고 하던 누군가의 말도 기억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꽃을 보고, 그 화려한 색깔과 다양한 모양에 감탄하고, 때맞춰 철 따라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수놓는 이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를 느껴보는 일이 싫지 않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예전 사진들을 꺼내어 보다가 오늘 마주친 다홍빛 부겐빌레아를 보면서, 추억에 잠겨본다. 그 모로코의 시골길에 지금도 부겐빌레아는 피어나고 있을 터인데, 그 포엽속에 감싸여 있던 작고 흰 꽃송이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꽃말처럼 열정적으로 만개해서, 하늘을 향해 팔벌려 햇빛을 머금고 피어나기를.
언젠가는 내 안에도 저렇게 작지만 희고 깨끗한 알맹이같은 꽃술 한개쯤 피어낼 수 있기를.
아니면 꽃들위를 날아 다니며, 향기로운 꽃가루를 즐기는 한 마리 나비처럼 살 수 있기를.
인도에서 만난 부겐빌레아가 다시금 반가운 햇빛 화창한 이른 봄날, 꽃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