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Royal Kingdom of Maroc. 4

낯섬, 두려움, 새로움, 그리고 넓어짐.

by 진성민

낯선 나라를 처음 갈 때, 특히 혼자 갈 때는 약간의 자유로움과 설레임도 있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도 있다. 누구를 만나게 될지, 어떤 장소일지,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거기서 오는 두려움이 새로움으로 바뀌고, 익숙해지면 그것은 넒어짐이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고대부터 기하와 대수에 밝았던 이슬람 사람들이 아라비아 숫자 체계를 고안해 내고, 복잡한 양식의 건축물들을 아름답게 잘 만들어 냈다는 것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잘 잊는 것 같다. 주로 서구인의 시각에서만 이슬람을 바라보다 보니, 무슬림들이 예전부터 얼마나 나름대로의 찬란한 문명을 이뤄냈는지를 간과하는 것 아닐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무슬림들이 존경하는 이븐 할둔과 같은 위대한 사상가, 역사가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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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모로코에 처음 가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건물이나 문양들의 정확한 대칭. 이란이나 터키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건축물들의 외형이나 내부 구조도 지나치리만큼 대칭에 집착하는 듯. 엄밀한 수학적 (기하학적) 대칭을 구현해 내어야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일까? 고대의 이들이 지금 우리 동대문 DDP를 보면 과연 뭐라고 할까?

20141126_204824.jpg 묵었던 호텔의 입구. 역시 대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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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나 가구에 새겨진 문양들 자체도 왜 그렇게 대칭을 좋아하는지. 참 신기했다.

그러나 자꾸 보다보니 또 그냥 그런가보다, 새롭지 않게 된다. 이러한 익숙해짐에, 지식과 정보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건 넓어짐이 아니라, 타성이 되어 버리는 것 아닐까? 신기함과 새로움을 알아채지 못하는 무감각으로.

20150612_152237.jpg 모스크의 안뜰. 기도실 바깥. 모두 타일로 되어 있다.

몇 번 가보지는 않았지만, 모스크에 가보면 안뜰이 모두 타일로 되어 있고 아주 넓다. 왜일까? 아마도 이들의 제사(예배)때 쓰이는 희생제물들을 준비하는 곳이라서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바쳐질 동물들의 껍질을 벗기고, 각을 뜨고, 그 과정에서 계속 물을 흘리면서 작은 시내처럼 흘렀을 피를 씻어내야 하니까 한결같이 타일로 바닥을 만들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나는 예루살렘에는 가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유대교 성전도 이런 공간이 있지 않을까? 두 종교만이 자신들의 신께 희생제물을 바치는 것 같다. 유럽의 유서깊은 성당들 어디에도 이런 공간은 없었는데. 그런 상상은 두려움을 준다. 마치 내 모로코 친구들 (남성)이 직접 양이나 염소를 잡아 라마단 종료일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는 닭도 못잡는 내게는 없는, 대담함과 어쩌면 잔혹함 (?), 아니면 종교적 열심이 있나 보다. 얘기를 들어보면, 목 어느 쯤에 심장이 있는지를 경험적으로 알고, 벤 후 손을 넣어 단번에 숨통을 끊는 것이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Know-how라고 한다. 예전에 IS대원들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인질로 잡힌 포로를 참수하는 것을 보면, 수십년 직접 양과 염소를 잡아 온 사람들이기에 어쩌면 그 행위가 오히려 고통을 단번에 끝내는 사악한 배려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런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는 특히 이슬람 국가에 출장을 갈때면 항상 내 SNS에 나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포스팅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주로 혼자 다니다보니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동료나 가족이 나를 찾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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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로소 광야와 사막을 다니면서부터 성경에서 언급되는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라는 말이 항상 척박하고 황량하기조차 한 환경에 사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달콤한 위로와 희망이 되는 말이었을지를 이해하게 됐다. 나도 열심히, 잘, 살다가 나의 목자되신 분께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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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족의 글자 중 한글 자모와 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몇 개 있다. 그 곳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 역시도 그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써 온 글자라고 한다. 이들이 우리 세종대왕님 것을 베꼈나? 알 수는 없지만 흥미로운 일이다.


이제는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편한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다시 또 새로움을 두려움이 아니라 넓어짐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경륜이 내게도 쌓이길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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