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Times 9월 16일자 기사가 들게 한 생각
약 한달 전쯤 전 미국 백악관에서 우리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거의 모든 뉴스 채널에 방송되고, 국민들이 가슴졸이며 바라봐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는 왜 가슴을 졸이며 그 뉴스를 봐야 했을까? 왜 우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수사 (修辭)를 준비해 가면서까지 협상 아닌 협상을 해야 했을까? 2주 정도 지난 후 외신에서 보도되는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며 나는 나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직접 겪은 미국회사 근무 경험 때문이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Alcatel-Lucent라는 미국 통신장비회사, Jabil Circuit이라는 미국 종합위탁제조회사 (EMS: 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에서 도합 6년여를 근무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미국인들이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라는 미명하에, 자기 손으로 직접 일하는 것을 많이 줄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회사들은 세계 각국에 판매 혹은 생산법인을 가지고 있었고, 내가 속한 팀원들의 국적도 다양했지만, 보스는 각각 미국, 영국인이었고, 회사 본사는 모두 뉴저지나 플로리다에 있는 전형적인 미국회사였다. 내부 회의나 고객사 방문, 보스와의 대화 등을 수십차례 어쩌면 수백차례 이상 겪으면서 내가 본 사실은, 비용절감과 생산최적화 등을 추구하면서 글로벌 사업전략을 펼치는 사이, 정작 미국인 본인손으로는 힘든 일, 3D라고 보이는 일, 그들이 부가가치 적다고 판단한 일 등은 점차 중국의 라인에서 일하는 어린 처자들에게로, 베트남의 갓 대학졸업한 청년등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다는 것. 대신 그 공급망 관리 “효율화”나 비교 우위를 점한 국가에서 생산을 진행함으로써 얻어진 생산비용 절감의 상당부분은 NYSE에 상장된 그들 회사의 미국인 주주들로 전이되었고, 그런 덕분에 본사나 각국 법인의 책임자 격 지위에 있던 미국인들은 적은 근로시간과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심지어 오후 3시에 퇴근해서 집 근처 강에서 보트를 타거나, 아이들과 수영을 즐기기 까지 하는 걸 나는 직접 보았다. 가끔 우리 식의 부서 회식이라도 있으면 온갖 술과 음식이 양껏 회사 법인카드로 제공되었고, 일부는 Hard Rock Café와 같은 비싸지만 화려한 식당에서 2차를 즐기곤 했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그 전 과정을 다 숙지, 훈련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기술이 체득되고, 노하우가 쌓이고, 그것이 후배 세대에게 전달 될 수 있겠는가? 그런 잘못된 판단과 실행의 20여년 누적된 결과가 지금 미국 제조업의 쇠퇴인데, 그걸 미국인들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우리나라같은 제조업 강국에 관세를 때려서 굴복시키면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아마도 미국처럼 큰 시장이 없다는 생각에서 물건을 팔려면, 관세를 피하려면 3,500억 달러라는 정말 큰 금액을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한다. 정말 어리석다. 지금 우리가 그들을 교육시키려고 해도 그건 최소한 몇 년 이상 걸리는 일이고, 그것이 그들 후대에게 전달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들 자신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아니면 트럼프 같이 부동산만 해서 제조업에 대한 식견이 없는 지도자들이 지금 자신들이 처한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한, 내 눈에 미국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음식, 의복, 도구들, 집, 자동차 등은 모두 손으로 만져지고 사용할 수 있는 실물들이다. 그런 것들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실체적인 인간의 노동과 신체활동을 통한 의지적인 작용이 없이는 절대 만들어 질 수 없다. 그것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제조업의 전 과정을 계획하고, 최적화된 공정을 통해 구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수이다. 땀 흘리지 않고, 자본의 힘으로 중국의 생산라인, 베트남의 설계 현장 등을 사용할 수 있으니 정작 미국인들 본인은 여가를 즐기고, 가족들과 먹고 마시며 머리로만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 온 것은 아닐까?
그렇게 더 싼 인력과 제조비용을 찾아 미국의 자본이 西進하는 동안, 일본, 한국, 대만은 그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과 노하우로 미국을 뛰어넘는 제조업 강국이 되었다. 이후에는 다시 중국, 베트남 등으로 西進하더니, 지금은 그곳도 비용절감의 관점에서 경쟁력이 없거나 미국을 위한 더 이상의 대리 노동자들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이제는 더 서진해서 중동이나 아프리카로 갈 것인가?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해 지니 마지막으로는 이제까지 본인들의 생활에 필요한 온갖 제조활동을 담당해 온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에게 막대한 관세나 현지 투자금을 요구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 아닐까? 아무리 미국에 금융, 첨단 IT, AI, 바이오, 우주항공 등 앞서가는 기술이 있어도 해당산업을 물리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조기술이 같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건 Time to Market을 놓치고, 후발 국가들에게 바로 따라잡힐 것이다. 지난 20여년간의 제조업의 몰락,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몰락이나, IT산업의 메카였던 샌프란시스코의 추락이 이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학부까지만 졸업한 짧은 학력이긴 하지만, 경제학 전공자로서 제조업에서만 30여 년 몸담은 내 나름의 판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의 요구에 대해서 “resists” 한다고 기사를 쓴 Financial Times 기자의 시각이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정확한 방향으로 대응하는 중이기 때문에, 가슴졸이며 그 정상회담을 바라본 우리 국민들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믿는다. 세상은 손수 몸과 머리를 둘 다 써가며 힘써 일하는 사람들로 인해 굴러간다. 그런 사람들이 머리만 쓰며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보다는 더 존중되고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