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우리가 둘이서 살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부터는 어떻게 하면 둘이서 잘 살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한 게 워크숍이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팀원들 간 협력을 다져보고자 떠난 워크숍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크숍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아주 현실적인 부분까지 낱낱이 파헤쳐서 미리 위험과 갈등을 대비하고, 더 잘살기 위함.
2. 현재 상대방의 생활양식 파악 및 적응
3. 앞으로의 미래 계획 공유
아무리 서로를 잘 알고, 제법 꽤 긴 시간 동안 만났어도 살아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대의 생활양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같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그 항목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집안일 (범주화하고, 청소 방식, 누가 무엇을 할지) : 공간별로 굉장히 세분화할 수 있어서 여기서 엄청 오래 걸렸음.
-요리/ 정리/ 외식
-돈 관리 방법
-부부싸움 시 어떤 행동은 꼭 하지 않기로 할 것인지
-양가 방문 횟수
-양가 용돈/ 우리 용돈(소비패턴)
-아이 낳을지
-양가 부모님 아프셨을 때
-호칭
-가족행사
-5년 뒤 10년 뒤 목표(개인적/가족적)
-함께 나눌 취미
-노후
-생활 루틴
주말 아침에는 무조건 청소!
저녁은 특별한 약속 없는지 일주일치 미리 체크하고 같이 보내기 등등
지금 써 놓은 것을 다시 읽어보니 대체로 잘 지켜진 것 같다.
굳이 찾아본 생각만큼 안되는 점은..
양가 방문 관련이다.
왜냐하면 현재 나의 가족 집이 너무 가까워서 생각보다 너무 자주 가게 된다.
그에 따라 배우자의 가족도 주말을 이용해서 방문하게 된다.
이게 불편한 건 아닌데 피로도가 쌓인다. 어쨌든 시간을 할애해서 양가를 방문해야 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덜 하게 된다(설사 그게 비생산적일지라도)
그렇다고 가지 않자니, 코로나로 할 일도 없는데 안 가기도 뭐하고. 가까우면 더더욱 거절이 어렵다. 멀어서 자주 가지 않는 것 같아서 거절하는 것도 어렵다.
아무튼 그래서 현재 주 1회 방문은 꼭 각각 하게 된다는 것.
(글을 쓸 시점인 초반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약속이 생기거나, 둘만의 주말을 보내고 싶은 필요성을 느껴서 빈도가 약~간 줄었다.)
그것 말고는 워크숍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워크숍은 어떤 일이든 함께 일을 하기 전의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강력히 추천한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누군가와 같이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다 알지 못하는게 사람이지 않은가?
그래서 자기소개도 필요한 거고,
자신의 일처리 스타일도 구체적으로 말함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서로 이야기하며 방향을 맞춰 나가야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너무 일일 하는데
그래서 같이 사는 게 , 결혼이 일이냐?
네 그렇습니다.
일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이니까 둘 다 서툴고, 우리 가족들도 서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잘하려면 처음엔 일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과를 잘 내고 싶은 일처럼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점차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보다 친근한 생활로 젖어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얘기 나오는 혼인 계약이 그렇게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지난 편에서도 언급했듯, 서류상으로 완성된 관계가 되고 나니 무거운 책임감, 서류상 관계가 주는 무게감이 있었다.
이제 싸우고 다툰다고 쉽게 헤어지기는 어렵다.
워크숍도 마찬가지다.
워크숍을 통해 계약 내용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말한 것을 문서화 함으로써
공증만 안 받았다 뿐이지 우리만의 계약이 성립한 것이다.
그래서 종종 다시 들여다보며, 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고 잘하고 있는지 처음과 다르게 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수정하고 칭찬하고 점검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공동생활을 누릴 수 있다.
+워크샵을 통해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상당히 자세하게 그려보게 된다.
그래서 사실 결혼전후 차이가 크지않다.
다 얘기해보고 예상한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이런 여러 의미에서 워크숍은 강력 추천!
그리고 그 내용을 문서화해놓는 건 필수 조건이다.
기껏 했는데 잊어버리면 아깝지 않은가?
우리의 엄청난 논의 시간들이. 흘러가는 추억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