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각은 독서기록을 남기려고 글을 시작했다가 결국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과 관련된 글이라 제목을 바꾸었다. (원래는 레버리지였다.)
나는 원래 책 읽기를 지독히 싫어한다. 굳이 이유를 말해야 하는가? 책은 지루하고 어렵고 힘든 여가시간을 차지한다. 술술 읽히는 책들은 어쩐지 남는 것이 없어서 시간이 아까워 읽기가 싫고, 지식이나 도움이 되는 책들은 재미가 없다. 이래저래 핑계는 수십 가지로 댈 수 있다.
나는 책이랑 썩 친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배우자의 유일한 취미는 독서다.
배우자는 다방면의 책을 섭렵하는 다독자, 책 러버, 활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는다. 책 읽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다. 특별히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읽는 건 확실히 좋아한다.
그에 비해 그 유일한 취미를 싫어하는 나라니 어찌 이리도 상극일까, 싶었는데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취미가 뚜렷하지 않고 주변에서 권하는 대로 흡수하는 삶을 사는 지라 책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취미 공유
결정적으로 책을 읽게 된 배경은'공간의 힘'이었다.
아이들이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책을 집안 곳곳에 깔아 놓는다, 거실을 서재처럼 한다 등등의 말을 들으면서도 (사실 그 말을 평소에도 하면서도) 내가 당했다.
처음엔 거실에 TV 대신 책장을 놓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왠지 좋을 것 같아서 오케이 했다.
집의 중심인 거실에 TV가 위치함으로써 생기는 소음, 막연하게 소모되는 눕방의 시간이 별로라는 것에는 동의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충분치 못한 공간도 한몫했다. )
그래서 우리 집에는 거실에 책장이랑 식탁이 있다.
처음엔 책장 보면서도 그다지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의 주 서식지는 티브이 방이었고, 거실은 그저 밥 먹는 곳이었다. 휴식 자리는 아니었지 확실히!
근데 문득 식탁에 앉아서 책장 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책을 읽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슬며시 들었다.
이게 바로 책을 집안 곳곳에 깔아놓고 이정도면 언젠가 한 번쯤은 읽겠지 이런 건가?
공간의 힘에 당했다.
배우자의 빅픽쳐였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걸린 책이 레버리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장에 있는 책은 아니다. 레버리지는 배우자가 내 이북리더기에 깔아놓은 책이었다. 원래 종이책으로 갖고 있는데, 이북으로 마저 보려고 다운로드하여놓은 것을 내가 또 얻어걸린 것이다.
삶의 공유
다방면의 책을 읽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관심 있게 계속해서 찾아보는 분야가 있다면 ‘경제’ 쪽이다.
배우자는 꿈이 ‘부자’인 것 같다.
근데 그 부자가 단순히 재산상의 증식은 아니고, 언제나 일을 그만두어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삶을 지향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최종 꿈은 ‘시간적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삶’이라고 한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꾸리는 것. 부자는 그 수단이고. 어쨌든 필요하니까 경제 관련 책을 상당히 많이 찾아보고 읽는다.(직접 실행에 옮겨보며 공부도 한다.)
나는 경제라면 좌절부터 하는 경제 어린이다. 대학생 때 교양으로 수강한 적은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는 배우지 않은 전문 분야라서 너무나 어렵다.
요리처럼 아무것도 모른 분야에 들어설 때 마주하는 높은 장벽은 좌절감부터 들기 마련이다.
어쨌든 배우자의 삶의 목표, 지향점이 경제와 관련이 있고 나 역시도 그것으로부터 알아두어야 했다.
이제 나도 내 집, 내 가정이 있기 때문에 마냥 모를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엔 너무 황금만능주의나 염세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필요한 일이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영향을 주는 건 연인 사이에 당연히 있겠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쩐지 진짜 가족이 되고 나니까 더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같은 공간을 쓰면서 시간도, 생각도 공유하기 때문일까?
앞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성장하는 우리가 되길.
(+ 책 레버리지: 배우자가 근래에 언급했던 책. 처음 절반 정도는 경제적인 행동양식이 필요한 삶의 태도 같은 것을 설명함. 자기 계발 서적이랑 좀 더 비슷하다고 생각함. 처음 절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