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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지옥

진정한 소통의 조건

by 우리의 결혼생활


현자는 남을 밝은 이치 속으로 이끌고자 할 때 자신이 깨우친 이치를 바탕 삼는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자신조차 깨우치지 못한 이치로 남을 이끌려는 이가 꽤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타인이 자신의 말을 듣고 따라주기를 바라고, 무능하고 무지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재능과 지식 자랑하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어리석고 무지한 자가 권력을 잡으면 자신과 똑같이 어리석고 무지한 이들로 그 곁을 채우려 든다. 또한 비록 어리석거나 무지하지 않다 해도 음모에 능하며 도량이 좁고 의심이 많은 자 역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절대 곁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


타인의 말을 들지 못하는 자는 자신의 말의 의미를 분간하기 어렵고, 나아가 누군가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거나 이끌기 어렵다. 부모도 자녀에게 이끌림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스승일지라도 제자의 말에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지식과 견문에 비하여 부족한 사람의 말일지라도 한 걸음 물러서서 들어보고, 그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말을 한다는 것은 뜻이 있고 의미가 있어서 말이 된다. 그러나 잘 말하는 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으로만 안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말을 잘하는 이는 이면의 뜻까지 간파한 사람이고, 자신의 근본을 알고 있는 사람이며, 자신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끌리는 말이란 술수가 아니라 지혜가 담긴 말이며, 배려가 있고 사려 깊은 말이다.


말에 실수가 있었다면 용서를 구할 수 있는 현명함, 용서를 베풀 아량,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자의 용기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면 사람을 조종하려고 하고 설득하려고만 하지, 도무지 자신은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 남을 돕겠다는 사람이 먼저 자신을 돕지 못하는 셈이다. 그리고 아류의 말들을 쌓아두고 마치 대단한 진리를 말하는 것처럼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


자신이 소유한 것을 자랑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내면에 갖춘 것을 자랑하는 사람이 귀하다. 많은 말을 꺼내놓는 사람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귀하다.


시의적절한 말을 하고, 상대의 말을 잘 들어보고, 그의 세계와 한계를 적당히 분별하여 내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도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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