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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와 푸른 산 이야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갈 때 세상은 더 많은 선물을 준다

by 우리의 결혼생활


1장. 약속의 날

봄이 막 시작되는 어느 토요일 아침, 세 친구 하늘, 진실, 인연은 오랫동안 계획해 온 등산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마을에서 가장 높고 아름답다는 푸른 산이었어요.

하늘은 며칠 전부터 등산화를 닦고, 배낭을 정리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지도도 꼼꼼히 살펴보고, 물과 간식도 챙겼어요. 드디어 꿈에 그리던 푸른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답니다.

2장. 각자의 선택

푸른 산 입구에 도착하자, 세 친구 앞에는 세 갈래 길이 나타났습니다.

첫 번째 길은 케이블카를 타고 단숨에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었어요. 진실은 케이블카를 보자마자 눈이 반짝였습니다. “야, 이거 타면 10분 만에 정상이야! 얼마나 편해?” 진실은 서둘러 케이블카 표를 사더니 흔들흔들 올라가 버렸어요.

두 번째 길 입구에는 ‘산골 도토리묵 맛집’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인연은 그 간판을 보자마자 “어머, 여기 도토리묵이 정말 유명하대! 등산은 다음에 하고 오늘은 맛있는 거나 먹자!” 하며 맛집으로 향해 버렸어요.

3장. 하늘의 길

하늘은 세 번째 길, 바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든 길이었지만, 진짜 등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했어요.

“친구들은 빨리 도착하겠지만, 나는 천천히 산과 친해지면서 올라가야지.” 하늘은 든든한 등산화 끈을 다시 한번 조이고, 깊은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상쾌한 산 공기가 가슴속 깊이 들어왔어요.

4장. 첫 번째 만남

한 시간쯤 걸었을까요? 하늘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습니다. 그때 길가에서 “끼익 끼익” 소리가 들렸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다친 다람쥐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끼어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하늘은 조심스럽게 다람쥐를 구해주었어요. “괜찮니? 다치지 않았어?” 다람쥐는 고마운 듯 하늘의 어깨에 잠깐 앉았다가 폴짝폴짝 뛰어가며 꼬리를 흔들어 주었답니다.

케이블카를 탔다면 절대 만날 수 없었을 작은 친구였어요.

5장. 신비한 동굴의 발견

점심때가 되자 하늘은 잠깐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헤매던 중, 덩굴에 가려진 작은 동굴을 발견했어요.

동굴 안은 시원하고 신비로웠습니다. 천장에서는 투명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벽면에는 반짝이는 광물들이 박혀 있었어요. 동굴 깊숙한 곳에서는 지하수가 졸졸 흘러나와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와… 이런 곳이 숨어 있었구나!” 하늘은 감탄했습니다. 잠깐 길을 잃은 덕분에 보물 같은 장소를 찾은 거예요.

6장. 산속 오두막에서의 휴식

다시 길을 찾아 한 시간쯤 더 올라가니, 작은 오두막이 나타났습니다. 산지기 할아버지가 등산객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쉼터였어요.

할아버지는 따뜻하게 하늘을 맞아주며 시원한 수박을 내어주었습니다. “젊은 친구, 혼자 이 힘든 길을 올라오다니 대단하네. 요즘 젊은이들은 다들 케이블카만 타려고 하는데 말이야.”

달콤한 수박을 먹으며 바라본 중간 지점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녔습니다.

7장. 숲 속의 친구들

오두막에서 나와 다시 길을 오르던 하늘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숲 속 작은 공터에서 사슴 가족이 풀을 뜯고 있었던 거예요.

어미 사슴과 새끼 사슴들은 하늘을 경계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은 숨을 죽이고 가만히 서서 이 아름다운 순간을 마음에 담았어요.

“안녕, 예쁜 사슴들아. 나는 너희들의 집에 놀러 온 손님이야.” 하늘이 조용히 인사하자, 사슴들은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습니다.

8장. 보물 같은 발견

산길을 따라 오르면서 하늘은 여러 가지 신기한 식물들을 만났습니다. 할머니가 말씀해 주신 약초들도 보였고, 책에서만 봤던 희귀한 꽃들도 피어 있었어요.

그런데 큰 바위틈에서 정말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산삼이었어요! 그것도 한 뿌리가 아니라 여러 뿌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심봤다!” 하늘은 옛날 심마니들처럼 외쳤습니다. 정말로 30년은 넘어 보이는 귀한 산삼들이었어요. 하늘은 산삼을 캐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자연의 선물은 자연에 그대로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9장. 정상에서의 만남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하늘은 드디어 푸른 산의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는 이미 케이블카를 타고 온 진실이 앉아 있었어요.

“하늘아! 너 정말 힘든 길로 올라왔구나!” 진실이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의 표정은 조금 아쉬워 보였어요.

“케이블카는 빠르긴 했는데… 뭔가 허전해. 그냥 의자에 앉아서 올라온 것 같아서 등산한 기분이 안 나더라고.”

10장. 서로 다른 이야기

잠시 후 인연도 정상에 올라왔습니다. 도토리묵을 먹고 배불러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거예요.

“도토리묵은 정말 맛있었어! 그런데…” 인연도 뭔가 아쉬운 표정이었습니다. “등산을 왔는데 등산은 안 하고 먹기만 했네. 좀 아쉬워.”

하늘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겪은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다친 다람쥐를 구해준 이야기, 신비한 동굴 발견, 사슴 가족과의 만남, 그리고 귀한 산삼 발견까지…

11장. 친구들의 부러움

하늘의 이야기를 들은 진실과 인연은 점점 부러워했습니다.

“와, 너는 정말 많은 걸 봤구나. 나는 케이블카 안에서 창밖만 봤는데…” 진실이 아쉬워했어요.

“나도 맛있는 건 먹었지만, 하늘처럼 특별한 경험은 하나도 못 했어.” 인연도 후회스러워했습니다.

하늘은 친구들을 위로해 주었어요. “괜찮아. 우리 다음에 또 와서 함께 천천히 올라가자. 그때는 내가 안내해 줄게!”

12장. 진짜 보물

해가 지면서 세 친구는 함께 산을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하늘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동굴과 아름다운 장소들을 보여주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진실이 말했습니다. “하늘아, 너는 정말 현명한 선택을 했어. 빠른 길이 항상 최고는 아니구나.”

인연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 천천히 가는 길에 진짜 보물들이 숨어 있었네.”

하늘은 미소 지었습니다. 가장 힘든 길을 선택했지만, 그 길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진짜 보물이었어요. 빠른 길이 반드시 최선의 길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험한 하루였습니다.

그날 밤, 하늘은 일기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 나는 푸른 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갈 때, 세상은 나에게 더 많은 선물을 준다는 것을. 힘든 길이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들이 바로 인생의 진짜 보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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