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는 잡설.
초등학교 2학년 일기 쓰기 시간에 일기 서두에 "오늘은" 이라던가 "어제는" 이라던가 하는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에 배운 것의 힘은 참 대단한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지금에 와서도 일기 쓰기를 시작할 때 저 단어들을 쓰는 것을 굉장히 꺼리게 된다. 어린 시절의 배움이란 참 무서운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도 내가 못생긴 글을 쓰게 하는 원인 인 것 같다. 짧은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좋은 글은 자연스럽게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한 글이 좋은 글인 것 같다. 뭔가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겠다는 강박이 자꾸 글에 이래 저래 치장을 해서 어색한 이어짐을 만들고 그러면 어색한 글이 되는 것 같다. 자꾸만 글쓰기 수업에 다니던 초등학생 내가 나와서 어떤 메시지를 글에 우겨 넣으려고 하니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글을 자주 쓰면 글 실력이 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기를 쓴지가 2년이 되어간다. 어느 작가 님이 백지보다 나은 글을 쓰라고 했는데, 여전히 백지 만도 못한 글들만 쌓인다. 오늘 자전거를 타다가 문득 생각했다. 일기를 써야지 하고 앉아서 쓰니까 어색하고 못난 글만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런 말하면 글밥 드시는 분들에게 실례일 수 있지만, 글을 똥처럼 자연 스럽게 쓰고 싶을 때 쓰는 것이 정말 자연스럽고 예쁜 글을 아름답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올 때까지만 해도 뭔가 멋진 말들을 잔뜩 쓸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학교로 출근하자 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인데, 이상하게 타이핑을 치면 칠 수록, 낙엽으로 쓴 글씨 마냥 머릿속에 있는 멋진 생각들은 지워지고, 그럴듯하게 문장을 이어주는 못나고 뻔한 표현구들만 떠오른다. 떠오를 때 녹음이라도 해 둬야지, 나는 또 리벳 접합한 우주선 마냥 기워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