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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여자 8년차

완급 조절의 중요성

by 트리니티

뭐든지 꾸준함이 생명이다.

그리고 그게 제일 어렵다.


어릴 적에 운동을 많이 했었지만(5살 때 수영 시작)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 운동과 매우 멀어졌다.

성인이 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한지 벌써 8년차에 접어든다.

살을 빼겠다며 시작한 운동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나를 만들었다.


그동안 다양한 운동들을 해봤다.

유튜브를 보고 나름대로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혼자 헬스장 가서 뚝딱거리기도 해보고, PT샵에서 1:1 수업도 받아봤다. 필라테스도 한동안 열심히 다니고, 요가도 했다. 회사 다니는 와중에 1일4식 도시락을 매일 싸가지고 다니면서 준비해서 바디프로필도 촬영했다.


나의 운동 역사 중 가장 임팩트가 컸던 건, 강력한 커뮤니티가 있었던 HIIT 운동이다.

이 운동을 시작할 당시 인턴을 마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단계였던 나는 이곳에서 다양한 직종의, 열정넘치는,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이 또 한번 확장되었다.

커뮤니티에 완전히 깊게 들어간 나의 그당시 루틴은 집-운동-회사-운동-집 이 거의 전부였다.

일주일에 5번 이상 운동을 하러 갔다.

한 3년 정도 이 운동과 지독하게 엮였다.(ㅋㅋ)

그 기간 동안 커뮤니티와 사랑에 빠지는 시간, 그 안에 푹 빠져서 그것만이 전부였던 시간, 커뮤니티가 확장될수록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실망을 하기도 하고 점점 멀어지게 되었던 시간을 차례로 겼었다. 정말 사랑이나 다름없었던 관계다.


인생의 7할이 거의 운동이었던 시절을 지나, 한동안 휴식기가 필요했다.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이면 뭔가 빠진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한 시간이 있었던 한편, 모든 것이 귀찮게만 여겨지는 시간들도 지나왔다.


결론적으로, 나는 운동과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어차피 운동은 평생 하는 것이라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니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 할 때는 강도 높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았다.

나는 또 운동에 질릴 것이고, 그러면 좀 쉬다가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난 8년동안 항상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삶에서 운동이 전혀 없었던 시간은 없었다.

완전히 놓지 않고 계속 내 삶에 운동을 존재하게끔 하니 운동을 쉬더라도 몸무게나 눈바디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운동하는 삶을 살려면, 사실 완급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과하게 열심히 하는 단계가 온다면, 그 다음에는 너무 안하는 기간이 꼭 온다. 롤러코스터 열차가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낙차도 크듯이.


몸에 무리가 갈 만큼 운동을 과하게 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도파민이 뿜뿜하고 너무나 재미있었지만 사실 몸 입장에서 그렇게 좋아하고 있지많은 않았던 것 같다. 무릎 통증도 있었고, 테이핑이나 보호대를 착용하고 운동하곤 했다. 아직 몸이 쌩쌩할 때 무모하게 운동했던 게 다행이다.


무엇이든 꾸준함이 생명이다.

운동을 통해 그 꾸준함을 실천해본 경험이 있으니 나에게는 그런 꾸준함을 발휘할 역량이 분명히 있다고 믿어본다.


작년부터 건강한 삶의 루틴을 만들어보려고 결심은 100번 이상 했는데, 생각보다 실천은 어려웠다.

예전 운동에 완전히 미쳐버렸었던 그때처럼은 하지 말되, 적당히 밸런스를 조절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의 루틴을 회복하는 것이 올해 상반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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