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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이 공감컴퍼니 Oct 07. 2017

영화 '밀 정'

역사는 계속된다. 그리고 투쟁하는 젊음은 잠들지 않는다...

                   '그 미끼, 우리가 먼저 뭅시다'


                                      [밀정] 정채산(실존인물 김원봉 역, 이병헌 분) 대사 中


작년 이맘 때 추석 영화하면 

영화 '밀정'을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적은 우리 안에 있다'


라는 슬로건은 많은 의미를 함축합니다. 우리 동지 중에 밀정이 있고, 우리 민족 안에 있고, 적들 안에도 우리를 위한 밀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이 아니게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인해,사랑하는 여자의 밀정이 되어버린 김우진은 오열을 합니다. 


이중첩자로 이정출(황옥, 송강호 분) 경관을 포섭한 정채산(김원봉, 이병헌 분).

정채산은 밤낚시를 하며 이정출에게 이렇게 말하죠.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정해야 할 때가 옵니다


                   당신은

                   어느 역사위에 이름을 올리겠습니까'


미끼를 먼저 물고자 한 의열단을 상징하는 밤낚시였습니다 

'차가운 느와르'를 추구한 김지운 감독의 진파랑 화면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면서도, 스타일(간지라고 해야할까요?^^)을 추구하고픈 관객의 예술적 감성을 자꾸자꾸 일깨워줍니다. 



 비오는 진파랑 차창속 공유나, 신비로운 김원봉을 상징한 파랑 이병헌의 모습, 감독이 성실하게, 세련되게 자신의 세계를 펼치는 느낌입니다. 사진관 앞에서 차를 타는 파랑 싱글입은 공유, 정말 멋집니다. 

 의열단 단원들은 실제로도 멋쟁이였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기남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내일이 없는 오늘을 사는 스타일리스트 들이었던 겁니다.

외국인, 여성도 포함된 의열단에는 현계옥이라는 기생도 있었습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현진건의 형을 뒤쫓아 상해로 넘어간 그녀는 밀정의 연계순의 모티브가 된 인물입니다. 한지민은 단아함 속에 숨겨진 비장함을 통해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 잊기 어려운 존재감을 남깁니다. 실재 눈을 감지 않고 총쏘는 연기를 소화해 그 비장함과 단단함을 드러냈다 하네요.


김지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어떤 시대적 공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고 말합니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젊은이들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했을까....를 깊이 생각해 보았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나라를 잃은 시대를 살면서 이중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으나, 어딘가엔 발을 내딪어야 하는, 경계선을 오가는 삶, 줄타기를 해야하는 삶의 고뇌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시대적 공기'


명감독이 쓸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당대의 젊은이 삼키고 뱉았을 공기들을 느끼게 됩니다. 공유와 신상록은 친구이나, 시대를 비관한 한 친구는 변절하여 밀정이 되고, 공유는 '지옥에서 다시 만나자'며 동지이자 친구 신성록을 조국의 이름으로 척살합니다. 


  신상록은 독립을 확신할 수 없어 변절했지만, 젊은 의열단원은 자신의 죽음과 투쟁이 독립을 앞당겨올거라는 신념으로 몸을 던질때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뜨거운 것들이 올라왔을 것입니다. 

 그 안에는 사랑도 있고, 내가 속하진 못할 수 있어도 다가올 미래를 함께 꿈꾸었겠지요. 

  그리고, 이들처럼 갈등하는 자신 때문에 몹시 괴로워질 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온 몸이 이 영화의 감동을 기억할 수 있는 건, 대사와 화면, 쇼트에 담긴 미장센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화룡점정은 어쩌면 '음악'일지도 모릅니다. 시대의 아이러니를, 젊은 청춘이 감내해야할 아이러니를 감독은 음악을 통해 표현합니다.


 비장한 투쟁의 장면에는 

Louis Armstrong의 'When You're Smiling'(The Whole World Smiles WIth You)이라는 아주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정출이 폭탄을 설치하는 장면에는 Maurice Ravel의 Bolero가 흘러나옵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Slavonic Dance Op 72 n2 이 흐릅니다. 


감미롭고 익숙하고 달콤한 음악은 무언가 알수없는 분노를 더 끓어오르게 하는 느낌이 들면서, 입은 다물수 밖에 없게 되고,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게 됩니다. 


김지운 감독은 음악에 대해서


                       '의열단원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독립을 위해 싸우던 와중에 

                   지구촌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곡들이 만들어졌고,      

              

                   영화는 이를 동시에 배치해 

                   관객이 시각과 청각의 부조화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고 말합니다. 


비장할 땐, 비장한 음악이, 긴장되는 순간에는 긴장을 끌어올리는 비트로 가야만 할 것 같은 고정관념을 버렸을 때 추구하는 효과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얻습니다.  


 그건 1920년대의 공기를 전하고자 하는 감독의 열정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크랭크인 직전 상해 임시정부를 들르고 나서 꼭 열사들의 의지와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참여한 젊은이들의 뜨겁고도, 미지근한, 때로는 차가와야 했던 가슴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엔딩 크레딧처럼 역사는 계속되고, 우리는 전진한다는 것을, 누가 진짜 밀정인지 밝히기이전에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것만 같네요. 이렇게 영화는 핸썸한 젊은 청년 학도가 조선 총독부를 향해 무언가를 싣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립니다. 


 등장인물 7인이 감독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말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평소 사람의 마음, 움직임에 대해 예리하게 관찰하고 느끼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주 자신을 돌아보고, 적어내려가는 훈련을 하고 계실 여러분도 아마 이런 감각을 지니고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여러분이 꼭 담고 가고 싶은 공기는 어떤 것인가요?

*전하고 싶은 공기는 어떤 것? 어떻게 전하고 싶으시겠습니까?

*잊고 싶은 공기는? 바꾸고 싶은 공기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짧게나마 나를 들여다보는 이 브런치 페이지가 여러분의 공기를 날마다 새롭게 하길 바랍니다.


삶의 아이러니가 이야기가 되고, 다음 걸음을 일으키는 동력이 되기를.....


#두줄시주제:시대,아이러니,공기


https://www.youtube.com/watch?v=yfsmmk93H3I

When You're Smiling (The Whole World Smiles With You) - Louis Armstrong


https://www.youtube.com/watch?v=Q4wb11w0ZHQ

Ravel - Bolero (original version)


https://www.youtube.com/watch?v=0X2mipCF6Lc&feature=youtu.be

DVORAK Danse Slave Op 72 n°2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이고,

 우리는 그 실패를 디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 가야 합니다."


                                                             밀정 '정채산'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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