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서 몸보신도 할 겸, 말복이라기에 점심에 혼자 삼계탕을 먹으러갔다. 식당 이모님이 테이블을 열심히 치우고 계셨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할저씨(할아버지라기엔 젊으셨고 아저씨라기엔 니이가 있으신 것 같았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이거 다 먹지도 않았는데 치우면 어떡해?! 지금 사람 무시해? 어? 지금 뭐하는거야?”라며 이모님한테 미친듯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잠깐의 담타 사이에 이모님이 식사가 끝난줄 알고 테이블을 치워 버린것.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할저씨는 “당장 새로 만들어와!”라며 삿대질과 함께 얼굴이 터질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낮술로 거나하게 취하신 것 같았다) 식당 이모님이 연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간신히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러고선 몇 분 뒤 그냥 일어나심. 드실 만큼 드셨던 거 아닐까…ㅎ) 물론 이모님이 실수하신 거지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었나 싶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은 채로 삼계탕을 다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그 이모님께서 “음식이 입맛에 맞았냐, 맛있냐”고 친절히 물어보셨다. 나는 “너무 맛있었다”며 다소 과장 섞인 말투로 답을 드렸다. “다음엔 한방으로 먹어봐요 그게 훨씬 맛있어^^ 나도 다~ 먹어봤거든” 이라는 말씀에 “엇 정말요? ㅎㅎ 담엔 그거 먹으러올게요!”라고 답변을 드렸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대화였지만, 식당을 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참 좋았다. 이모님께서 그 할저씨때문에 괜히 상처를 받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고, 웃음과 함께 "밥은 잘 먹었는지"물어봐주시는 것이 감사해서였던 것 같다.
나는 원래 스몰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귀찮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스몰톡을 주고 받는 것이 즐거워졌다. 아마 무미건조하고 각박한 일상에서, 일면식 없는 누군가와 주고 받는 잠깐의 스몰톡이 참 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저녁 먹고 산책하다 찍은 사진. 구름과 비행기가 예뻤다. 사소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 하루. 이런 하루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 거겠지. 오늘도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