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기업 취업과 BM으로서 커리어 이야기

내가 만든 제품 리스트

by Mia Kim


나는 9년 차 화장품 BM이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의 색조 브랜드 에스쁘아에 입사해, 8년 차까지 일하고 2024년 같은 회사 내의 라네즈 브랜드로 이동했다. 2025년까지 햇수로 9년 차가 되기까지 직무는 늘 BM (Brand Manager, 브랜드 & 상품 기획자)이었다.




내가 만든 제품들

내가 만든 제품들 중 일부


특히 애정하는 나의 룩북들



사실 내가 만든 제품들에 대해 각각 회고를 해보려고 연대기별로 리스트업을 해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다. 나 일 많이 했네 ^_^... 무튼, 차근차근 기록해서 내 것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시간 내림차순)

25’05 라네즈 립 슬리핑 마스크 버블티 컬렉션

24’09 립 슬리핑 마스크 T1 콜라보

24’05 에스쁘아 노웨어 립스틱 볼륨 매트

24’02 노웨어 립스틱 바밍 글로우

23’11 메가 멜팅 밤

23’10 로지BB 에디션

23’06 꾸뛰르 립틴트 블러 벨벳

23’03 꾸뛰르 립틴트 듀이 글로이

23’01 더슬릭 립스틱

22’11 F/W 룩북 팔레트 도화 자개 & 노웨어 립스틱

22’08 리얼 아이 팔레트 오트 라떼 & 피오니 라떼

22’05 더 브로우 밸런스 펜슬 & 리프팅 왁스

22’02 S/S 룩북 팔레트 민트 체크

21’10 리얼 아이 팔레트 플럼 소다 & 크림 소다

21’09 F/W 룩북 팔레트 필로우 피치

21’05 리얼 아이 핸디 팔레트

21’02 S/S 룩북 팔레트 로코 하이틴

21’01 리얼아이팔레트 모브미 & 애프리콧미

21’01 리얼 치크 업

21’01 리얼 아이 팔레트 듀이 & 뎁스 + 애교살 스틱

20’08 F/W 룩북 팔레트 빈티지 레이스

20’05 리얼 쿼드 팔레트

20’02 S/S 룩북팔레트 허니 멜로우

20’01 리얼 아이 팔레트

19’11 홀리데이 러브밤 컬렉션

19’08 룩북팔레트 더스티 브릭

19’02 글로우라이저 톤 피커 쿠션 & 시트 마스크 팩

18’11 오드스쿨 컬렉션 (오드 펜슬 & 립 포션)

18'10 노머징 마스카라 문릿 & 모디스트

18'02 컬러코닉 틴트 라커 인 밤

18’ 네일 & 도구 (슬로우시크 컬렉션, 메가 퍼프, 핑거 블렌딩 키트)

17’ 네일 (이비자, 루드시크, 홀리데이샤워 컬렉션)





화장품 BM 취업 이야기


대학생부터 화장품을 너무 좋아해서 화장대만 3-4개를 쓸 정도였던지라, 일하고 싶은 업계는 자연스레 화장품 업계로 좁혀졌다. 그래서 뷰티 브랜드에서 하는 대학생 대외활동을 지원해 엄청 재밌게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이니스프리 브랜드에서 인턴십 기회가 생겼고, 거기서 BM 직무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인턴인데도 일이 너무 재밌어서 밤에 11시까지 남아 창고의 (정리를 빙자해) 화장품들을 발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만난 선배들도 너무 멋지고 좋은 분들이 많았다. BM이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싶었다.


혹시 다른 일도 재밌지 않을까? 안 해봐서 모르는 것 아닐까? 싶어서 뷰티 콘텐츠 & 커머스 스타트업 기업에서도 인턴십을 했다. 콘텐츠 팀과 커머스 팀에서 각각 일을 했는데, 나는 마케팅/커머스보다는 무에서 유로 상품을 창조해 내는 기획 업무를 하고 싶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가 커서, 일을 처음 배울 땐 무조건 대기업에 가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 화장품 업계에서, 2) BM 업무를 할 수 있는, 3) 한국에서 제일 큰 기업에 가야지!라고 결심하게 되었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취업 준비를 할 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CJ올리브영 3개의 회사에 지원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가고 싶었던 아모레퍼시픽의 색조브랜드 에스쁘아 BM팀에 공채 입사를 하게 되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아빠가 남들은 몇십 개 써서 간다는데 꼴랑 3개 쓰고 취준 하는 나를 보고 엄청 불안해했다고 한다. 근데 워낙 하고 싶은 게 뚜렷해서 이상한 근자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안되면 말지 뭐- 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됐다. 당시 에스쁘아 BM팀에서도 3년 만에 1명을 뽑는 공채 자리였는데, 정말 회사와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BM으로서의 커리어


신입사원으로서 처음 입사를 하고 나면 '기대한 것과는 다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이미 같은 회사 안의 다른 브랜드에서 BM팀 인턴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직무 그대로였다. 나의 회사, 브랜드, 일을 사랑하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재밌으니 몰입되고, 잘하게 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절친이 된 동료, 멋진 인생 선배와 존경스러운 리더 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 덕에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래도록 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맞이했던 고민

그런데 5-6년 차에는 한 가지 브랜드와 직무만 경험해 봤다는 사실이 나의 컴플렉스가 되었다. 요즘은 제네럴리스트를 원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한 가지 일만 해봐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함. 게다가 인디브랜드들은 새로운 매력으로 치고 올라오고, 인플루언서들이 BM 역할을 일부 해내고 있기도 해서 나에겐 전문성조차 없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도 생겼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규모가 큰 기업의 특성상 BM, 마케팅, 영업, 전략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 본 분들의 커리어가 훨씬 더 전도유망(?) 해 보이기도 했다.


또 내 브랜드도 아닌데 이렇게 혼을 갈아 내 새끼를 낳고 키우듯 일하는 것에 대한 현타 아닌 현타도 있었다. 이 열정을 바쳐 내 사업을 했다면? 내가 만든 히트상품들이 내 브랜드에서 나왔다면? 하는 의미 없는 생각들.. 그리고 미친 듯 기획한 제품인데 막상 스포트라이트는 인플루언서들이 받는 순간에도 남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지금 바뀐 생각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첫째로 내가 쌓아온 화장품 BM으로서의 노하우와 전문성이 의미 있다는 나름의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막상 여러 업무를 해온 경우 비록 두루두루 알지라도 깊이는 없을 수 있다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물론 어느 쪽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고민을 다른 팀 선배한테 털어놓았던 적이 있는데, 'BM이라는 직무 자체가 이미 제네럴리스트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깊이 공감한다. 제조업인 이상 상품을 만들고, 팔고, 운영하는 전체 사이클을 관리하는 BM은 모든 부서와 연관되어 소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품 수명주기를 총괄해 프로젝트를 리딩하게 된다.


BM으로서 한 번 반짝 히트를 내는 아이디어를 낼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 임팩트를 내는 제품과 브랜드를 반복해서 육성해 내려면 꽤 정확하게 조준한 전략과 섬세한 기획이 필요하다. 나는 운 좋게 큰 기업 내의 작은 브랜드에서 일했다. 그렇게 대기업의 프로세스를 배우면서도, 스타트업처럼 성장하는 브랜드의 빠른 속도와 BM으로서의 오너십을 경험했다. 그래서 빼곡한 신제품 기획 및 런칭 포트폴리오와 성공 경험 사이클을 쌓았다.


두 번째로는 내 사업이었다면 하는 생각 역시 의미 없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그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획을 할 수 있도록 회사의 막대한 예산과 수준 높은 리소스를 지원받은 것, 뛰어난 리더 및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 자체로 이미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쌩짜 신입'일 때부터 BM으로서 육성해 준 것도 회사였다. 이제는 내 실력이 갖춰졌을 때 내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직은 조직에 소속되어 배우고 싶다.


앞으로는

이젠 새로운 직무를 배워보고 싶기보다는, BM으로서 다른 역할을 해보는 방향을 기대해보고 있다. 시장에 더 큰 임팩트를 내보고, 브랜드를 리딩하고, 내가 아는 노하우를 전파(?)해서 회사의 1을 100으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100에서 110이 아니라, 1에서 100!)


그러다가 언젠가의 나의 끝점은, 내 것을 하는 것으로 그려보려고 한다.




오늘 동생한테 받고 뿌듯했던 카톡으로 요번 편은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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